대한뇌졸중학회 국제학술대회 10~12일 개최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RCS-K) 성과 보고
10만명 등록만으로 성과 커…2011~2020년 뇌졸중 환자 예후 개선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10~12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RCS-K) 역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10~12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에서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RCS-K) 역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뇌졸중 전문가들이 급성기 뇌졸중 환자 10만여 명이 등록된 국내 다기관 뇌졸중 코호트 연구(Clinical Research Center for Stroke-Korea, CRCS-K)를 토대로 환자 특성, 치료 행태, 예후 변화 등을 확인하고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한뇌졸중학회는 10~12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ICSU 2022&2nd AKJSC)에서 '한국뇌졸중등록사업(KSR) 및 CRCS-K의 성과보고'를 진행했다.

19개 병원 참여…수백 편 논문 발표·차세대 임상 연구자 양성

CRCS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내 뇌졸중 발생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내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레지스트리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돼 마련됐다. 

학회 배희준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은 2004년도 사망 원인 2위이자 단일 원인 1위다. OECD 국가에 비해 국내 연령 표준화 사망률이 2배가량 높았다"며 "2002년 새로운 뇌졸중은 매년 8만여 건 발생한다고 분석됐고, 인구구조 변화가 없다면 2020년에는 약 3배 늘어난 22만여 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뇌졸중 증가에 대한 준비와 발생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RCS 구축 전 국내 실정에 맞는 뇌졸중 표준 진료지침이 없었고 적절한 뇌졸중 1·2차 예방이 미흡했다. 또 뇌졸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및 홍보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CRCS는 한국형 뇌졸중 표준 진료지침을 개발·보급·유지하고자 보건복지부 지원을 받아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연구는 △국내 뇌졸중 특성에 맞는 급성기 및 만성기 진단, 치료, 관리를 위한 임상연구 수행 △뇌졸중 임상연구를 위한 다기관 네트워크 구축 △다기관 임상연구를 통한 국내 뇌졸중 역학적 특성 규명 등이 목표였다. 

학회는 9년 프로젝트 이후 내부 회의를 통해 2년여간 지원 없이 CRCS를 지속했고, 2017년부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을 받아 CRCS-K-NIH 코호트 연구(이하 CRCS-K)를 구성했다. 올해 기준 19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달 기준 등록 뇌졸중 환자는 10만명을 넘었다.

CRCS-K는 뇌졸중 환자 10만명을 등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된다. 뇌영상을 통해 검증된 환자만 원인별로 분류한 전 세계 뇌졸중 레지스트리 중 최대 규모다. 

이를 바탕으로 초기에는 뇌졸중 예후 예측인자 및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졌고, 최근에는 비교효과연구, 레지스트리 기반 임상시험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전남대병원 김준태 교수(신경과)는 "뇌졸중 환자 10만명이 등록된 레지스트리를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이를 토대로 국내 뇌졸중 연구를 할 수 있었다. 또 국제적으로 협력해 연구를 진행하는 등 뇌졸중 환자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CRCS-K의 큰 성과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범준 교수(신경과)는 "전국을 포괄하는 급성기 치료 네트워크인 CRCS-K를 통해 수백 편의 논문이 발표됐고 다양한 연구 성과를 냈다"며 "논문만큼 중요한 것이 10년 이상 차세대 임상 연구자를 양성하는 교육활동을 한 것이다. 아울러 역학 데이터를 통한 정책 자료를 생산하는 기틀이 됐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전남대병원 김준태 교수는 'CRCS-K의 성과'를 소개했다.
▲전남대병원 김준태 교수는 'CRCS-K의 성과'를 소개했다.

2011~2020년, AIS·TIA 환자 예후 개선돼 사망률 감소

실제 CRCS-K를 토대로 국내 뇌졸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여 년간 예후가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배 이사장은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급성 허혈성 뇌졸중(AIS) 또는 일과성허혈발작(TIA) 환자 7만 7662명 예후 변화를 조사한 'CRCS-K 역학보고서 2021(CRCS-K Statistical Report 2021)' 결과를 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2011년 대비 2020년 AIS 또는 TIA 환자 평균 나이는 남성이 2.2세, 여성이 2.4세 늘었고, 남성 비율은 58%에서 59.8%로 소폭 증가했다.

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경도 뇌졸중 또는 고위험 TIA에 대한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DAPT) △심방세동 동반 환자를 위한 와파린 또는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 △대혈관질환 동반 환자를 위한 스타틴 △혈관내치료 등 비율이 모두 향상됐다. 

이에 따른 AIS 또는 TIA 환자 예후도 개선돼 1년째 사망률은 2011~2013년 11.5%에서 2014~2016년 9.9%, 2017~2020년 9.0%로 감소했다. 

다만 90일째 뇌졸중 환자 기능 회복 측정 척도인 mRS(modified Ranking Score)가 0~1점이거나 0~2점인 비율은 2011~2020년에 변화가 없어,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국내 전체 뇌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자는 10만 명당 2004년 기준 70.6명에서 2020년 42.6명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2020년 정확한 새로운 뇌졸중 발생률은 추산할 수 없지만, 예측했던 22만건보다 적은 10만~15만건 수준이라는 게 배 이사장 설명이다.

배 이사장은 "CRCS-K로 배운 것은 뇌졸중 환자 예후는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 예후가 좋아지길 원한다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지역 또는 병원 간 뇌졸중 환자 예후 차이가 있다면 그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또 국제적 뇌졸중 레지스트리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 그리고 개선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CRCS-K가 다면화되기 위해서는 △유전체 또는 영상 정보 수집 △신경중재시술자(neurointerventionalists) 조직화 △뇌졸중 치료의 사회적 안전망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 연구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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