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집중치료실 전국적 보급 필요성 강조
12월부터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 확보해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급성기 뇌졸중 치료에 필수인 뇌졸중집중치료실(Stroke Unit)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뇌졸중학회(이사장 배희준)는 뇌졸중 환자의 후유장애를 최소화하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뇌졸중집중치료실의 전국적 보급이 필요하다고 20일 밝혔다.

뇌졸중 급성기 치료의 핵심이고 예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뇌졸중집중치료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어 2023년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 뇌경색 급성기 치료제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 약품 물량 확보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은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종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다.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만으로도 뇌졸중 환자의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30% 정도 줄이므로, 국내외 진료지침에서는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입원치료를 조직적인 뇌졸중집중치료실에서 수행하도록 최고 수준의 근거로 권고한다. 

하지만 뇌졸중집중치료실 수가는 2017년 10월 신설된 후 한 번도 개선되지 않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16만 710원)보다 낮은 수가(뇌졸중집중치료실 종합병원 기준 13만 3320원)를 받고 있다.

뇌졸중집중치료실은 고도의 모니터링을 하는 전문인력이 근무함에도 일반 중환자실 수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저수가로 인해 일선 의료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기피하게 만든다. 또 비현실적인 전담의 기준으로 실제 전담의 수가를 신청하는 기관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병원들은 급성기 뇌졸중 치료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시설과 인력을 투입해 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급 및 종합병원 약 20%에서는 저수가를 견디지 못하고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중환자실 시설로 변형해 중환자실 수가로 받고 있으며, 최근 이러한 기형적 모형이 늘어나고 있다. 

7월 29일 발표된 뇌졸중적정성평가 결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성 뇌졸중 진료를 제공하는 국내 233개 병원 중 99개에서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15개는 대한뇌졸중학회 미인증 기관이거나 자격이 되지 않아 입원료를 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허울뿐인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입원료를 산정하는 병원 84개 중에서도 대한뇌졸중학회 평가 및 인증을 통해 진료지침에 따른 표준화 진료가 가능하다고 평가가 된 기관은 69개인 29.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실제 뇌졸중 환자가 방문하는 전국 병원의 70%에서 사망률과 후유장애를 줄일 수 있는 필수적인 뇌졸중집중치료실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8차 적정성평가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춘 병원의 발생 30일째 및 1년째 사망률은 각 6.5%, 15.1%인 반면, 뇌졸중집중치료실을 운영하지 않는 병원의 사망률은 각 8.0%, 17.0%로 더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뇌졸중집중치료실의 예후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우리나라 응급의료 중진료권 70개 중 절반에 못 미치는 34개 중진료권만 뇌졸중집중치료실을 보유하고 있어 목표로 하고 있는 필수의료 지역완결형 치료는 요원한 상태이다.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서 최적 치료가 제한됐다는 결과는 이번 적정성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수년간 감소세이던 뇌졸중 환자의 입원 30일 내 사망률은 이전 8차(2018년 7월~12월 진료분) 7.2%에서 9차(2020년 10월~2021년 3월) 7.7%로 증가했다. 특히 뇌경색 환자는 3.7%에서 4.3%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급성기 뇌경색 환자에서 필수 치료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의 4.5 시간 이내 투여율은 97.8%에서 91.1%로 감소해 10%에 가까운 환자들이 필수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 상황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치료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이나 후유장애로 남은 생을 보내는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학회는 "최근 일련의 사고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중증응급질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진료권별로 최소 1개 이상의 뇌졸중집중치료실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불합리하게 낮은 뇌졸중집중치료실의 수가 개선 및 운영을 위한 인력 확충을 우선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물량 확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 세계적으로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이 부족 상태로, 2023년 초반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 기간 투약할 물량 확보 조차도 되지 않았고, 올해 11월까지 물량만 확보됐다. 

학회는 "급성기 뇌경색 환자 치료에 필수인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 부족에 대한 대책 마련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청했으나 아직 어떤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라며 "초급성기 정맥혈전용해술 투여율 저하 및 정맥 내 혈전용해제 물량 부족으로 국민이 뇌졸중 발생에 대한 큰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임을 보건당국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