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3상 비용만 최대 3000억원 이상…지원 규모 충분하나
얼어붙은 투자 시장에서 민간투자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변수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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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메가 펀드 조성이 국내 백신 개발 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달 초 보건복지부는 현 정부 정책 공약 실현 일환으로 K-바이오 백신 펀드를 조성한다며, 2개 펀드에 각 500억원씩 1000억원 출자 후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민간 자본 3000억원을 합쳐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주권화에 대한 중요성을 공감하며 임상 전주기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편 그 규모와 지원 정책의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으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후기 임상 지원 가능한 K-바이오 펀드...규모는 '글쎄'

임상3상 등 후기 임상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회사가 많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비용을 지원했을 때 임상2상까지 개발하다 포기하는 업체들도 발생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든 제넥신은 임상2/3상을 진행하다 지난 3월 돌연 중단했다.

회사 측은 시장의 과포화와 해외 허가 불발로 인해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펼치기도 했다. 제넥신에는 정부 자금이 100억원 가까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백신 개발을 하는 회사들이 중도포기 하지 않게 후기 임상 비용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자 결성된 K-바이오 백신 펀드. 해당 펀드는 국내에서 글로벌 혁신 신약 성공사례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후기 임상까지 투자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만, 그 지원 규모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 측에서는 K-바이오 백신 펀드가 자금 조달을 통해 새로운 백신 개발을 위한 ‘붐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5000억원의 실제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후기 임상 비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임상2상 후반부에서 중도포기 하는 경우가 많다. 5000억원이 나눠 투자된다면 실제적으로 단일 기업에게 투자되는 비용은 부족할 수 있다”며 “메가 펀드도 이전 정부 때부터 이야기가 나와 현 정부에서 실행 계획이 잡힌 것이라 운용과 실제 투자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에 대한 큰 기대 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를 유망산업으로 지정하고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는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는 2조원가량 투자 받으며, 전 세계에 납품할 수 있는 코로나 백신,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비해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지원 규모나 개발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해 11차 범정부지원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2020~2022년 코로나19 기간 동안 코로나 백신 개발에 2575억원, 치료제에 1552억원을 투자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눈에 띄는 개발사는 보이지 않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투자를 통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을 개발했고 그 외 국제백신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장티푸스 백신, 소아장염 백신 등 다양한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오히려 해외 투자자와 관련기업들이 국내 백신 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모양새로 비춰진다.

 

출자 비율 낮은 K-바이오 백신 펀드 결성될 수 있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민간 자본 3000억원에 대한 투자 자체가 이뤄질지도 의문 부호가 붙어있다.

이에 복지부는 펀드의 신속한 결성과 투자 촉진을 위해 패스트클로징을 도입한다고 전했다.

패스트클로징은 70~75% 자금이 모이면 바로 펀드 등록 후 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제도다. 2020년 벤처투자자(VC)들의 원활한 펀드 결성을 위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도입됐는데 다시 부활했다.

산업정책지원 활성화를 위해 자금을 조기 수혈하려는 목적이지만 패스트클로징의 도입은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그만큼 민간 투자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도 풀이된다.

보통 모태펀드 출자자 비율이 50% 가까이 돼야 위탁운용사(GP)가 펀드를 운용하는데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K-바이오 백신 펀드의 경우 출자 비율이 20%에 그치고 있다.

복지부는 향후 펀드를 1조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정부 출자금액이 낮은 상황에서 민간 투자를 잘 이끌어낼지 의문이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운용사에 자문을 구했을 때 초기 출자 비용이 40% 이상 돼야 펀드조성 및 운용이 수월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만, 정부가 출자할 수 있는 최대 자금 규모가 1000억원이어서 국책은행을 통해 1000억원을 추가 조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주요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 실패 등과 맞물러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타 산업군도 투자 시장이 위축돼 펀드 결성 자체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바이오 백신 펀드도 출자 비율이 워낙 낮은 편에 속해 운용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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