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UCE-IT 하위분석, EPA vs 미네랄오일 '죽상경화증 바이오마커' 비교
위약인 미네랄오일군 바이오마커 악화…EPA군 악화 정도 작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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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순도 오메가-3 성분인 아이코사펜트 에틸(EPA)의 심혈관 혜택은 위약이 만든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금 제기됐다.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대규모 연구인 REDUCE-IT 하위분석 결과,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는 위약으로 설정한 미네랄오일군에서 의미 있게 악화됐지만 아이코사펜트 에틸군의 악화 정도는 작았다.

종합하면 미네랄오일군의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돼 상대적으로 아이코사펜트 에틸군이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REDUCE-IT 임상시험 설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번 결과는 Circulation 6월 2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PA 비교 대상 '미네랄오일' 적절한가? 논란 진행 中

REDUCE-IT은 고용량(1일 4g) 아이코사펜트 에틸 성분인 바세파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심혈관질환 치료제로 승인받는 근거가 된 연구다. 

4주 이상 안정적 용량의 스타틴을 복용했지만 중성지방이 150~499mg/dL로 높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8179명이 모집됐다. 

결과에 따르면, 아이코사펜트 에틸군은 위약군인 미네랄오일군 대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이 25% 낮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네랄오일이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네랄오일이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높일 수 있는 LDL-콜레스테롤, apoB, 고감도 C반응단백(CRP) 등 증가와 관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FDA는 REDUCE-IT을 검토한 결과 미네랄오일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결론 내렸다(JAMA 2020;324(22):2280~2281).

미네랄오일군, 12·24개월 CRP·Lp(a) 등 바이오마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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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UCE-IT 하위분석은 아이코사펜트 에틸군 또는 미네랄오일군 배정에 따라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가 영향을 받는지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전체 참가자를 대상으로 등록 당시와 12개월, 24개월 그리고 마지막 방문 시 △인터루킨-1β △인터루킨-6 △고감도C반응단백(CRP) △산화 LDL-콜레스테롤 △호모시스테인 △지단백(a)[Lp(a)] △지단백연관인지질분해효소A2(Lp-PLA2) 수치를 확인했다. 

등록 당시 각 죽상경화성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중앙값)는 아이코사펜트 에틸군과 미네랄오일군이 유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미네랄오일군에서 바이오마커 수치가 증가세를 보였다. 

미네랄오일군의 등록 당시 대비 12개월째 증가율(중앙값)은 △호모시스테인 1.5% △Lp(a) 2.2% △산화 LDL-콜레스테롤 10.9% △인터루킨-6 16.2% △Lp-PLA2 18.5% △고감도 CRP 21.9% △인터루킨-1β 28.9%로 모두 유의미했다(모두 P<0.001). 이 같은 변화는 24개월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됐다. 

반면 아이코사펜트 에틸군에서는 12개월, 24개월째 죽상경화성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 증가가 미미했다. 

결과적으로 미네랄오일군의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두 군간 차이는 △Lp(a) 2.4% △호모시스테인 3.0% △산화 LDL-콜레스테롤 4.2% △인터루킨-6 19.8% △Lp-PLA2 26.2% △고감도 CRP 38.5% △인터루킨-1β 48.7% 등 의미 있게 벌어졌다(모두 P<0.007).

이러한 데이터는 12개월째 LDL-콜레스테롤 변화율(중앙값)이 아이코사펜트 에틸군 -1.2%, 미네랄오일군 +10.9%였던 REDUCE-IT 결과와 일치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Paul Ridker 교수는 논문을 통해 "미네랄오일군은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가 증가한 반면 아이코사펜트 에틸군은 변화가 적었다"며 "REDUCE-IT에서 확인한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혜택은 확실하지 않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미네랄오일, 결과에 영향 줄 정도로 문제인가?

미네랄오일이 위약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되자 미네랄오일을 위약으로 설정한 연구 디자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스탠퍼드대학 Robert Harrington 교수는 논평을 통해 "비교 대상인 위약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특징은 활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선택한 위약은 활성이 없지 않았다"며 "미네랄오일군에서 죽상경화증 관련 염증 경로와 연관된 바이오마커 수치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Harrington 교수는 이어 "미네랄오일을 위약으로 사용해도 될지는 다른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결과와 같은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진짜 활성이 없는 위약을 설정해 비교하는 다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미네랄오일이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미네랄오일을 위약으로 설정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문과 함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문도 많이 발표됐다"며 "미네랄오일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네랄오일이 CRP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효과가 유효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코사펜트 에틸의 심혈관 혜택 논란은 위약으로 옥수수오일과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잠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진행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 견해다. 

조 교수는 "가장 좋은 것은 아이코사펜트 에틸과 옥수수오일을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이 아니라면 진행하기 어렵다"며 "제약사는 이러한 임상시험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위약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메가-3 지방산의 심혈관 혜택을 입증하지 못한 STRENGTH는 옥수수오일을 위약으로 설정하고 아이코사펜트 에틸과 도코사헥사엔사(DHA) 복합제의 유효성을 평가했다. 이와 달리 REDUCE-IT은 고순도 아이코사펜트 에틸 4g을 사용했다"면서 "연구에서 모집한 환자군 특징과 약제 성분·용량 등을 배제하고 위약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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