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계,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혜택 없어 CCD 환자에게 비권고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확인한 고순도 EPA만 사용 가능
국내 전문가 "심혈관 혜택 논란 있지만, 중성지방 관리에 유용"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오메가-3 지방산(이하 오메가-3)의 심혈관 혜택 논란이 재점화됐다.

10여 년간 오메가-3가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는지를 두고 대규모 연구들이 팽팽하게 맞섰던 가운데, 최근 미국 심장학계가 무용론에 힘을 싣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에 오메가-3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지만, 아이코사펜트 에틸(EPA)만 함유된 고순도 오메가-3는 심혈관 혜택은 분명하며 중성지방 관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美 "오메가-3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혜택 없어"

고순도 EPA 예외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를 비롯해 미국임상약학회(ACCP)·미국예방심장병협회(ASPC)·미국국립지질협회(NLA)·심혈관질환예방간호협회(PCNA) 등 6개 단체는 '만성 관상동맥질환(CCD) 환자 관리 가이드라인'을 지난달 Circulation 및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를 통해 발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대목은 '어유, 오메가-3, 비타민 등을 포함해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제 또는 건강보조식품 등은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에 혜택이 없으므로 CCD 환자에게 권고하지 않는다'는 권고안이다. 오메가-3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줄이는 혜택이 없다고 정리한 것. 

구체적으로 CCD 고위험군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오메가-3 보충제(캡슐, 오일, 소프트 겔 등)는 심혈관계 사건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정리했다.

그 근거로 86개 무작위 연구를 포함한 코크란 메타분석에서 '효과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제시했다(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8;11(11):CD003177).

단, EPA만 포함된 고순도 오메가-3는 예외다. EPA는 2019년 발표된 REDUCE-IT 연구에서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이와 달리 저용량 오메가-3는 CCD 환자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낮추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는 "EPA만 함유된 고순도 오메가-3만 심혈관 혜택이 있다는 근거가 있기에, 이 같은 미국 권고안은 타당하다고 본다"며 "적어도 주요 심혈관계 사건 예방에 있어 고순도 EPA를 제외한 그 외 오메가-3는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광명병원 정영훈 교수(순환기내과)는 "REDUCE-IT는 고순도 EPA를 이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일반적인 오메가-3는 EPA가 적게 포함됐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오메가-3로 심혈관 혜택을 얻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DUCE-IT vs STRENGTH, 심혈관 혜택 결과 상반된 이유는?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학계에서는 오메가-3 유용성을 두고 상반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이에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심혈관 혜택 측면에서 연구마다 다른 결과가 관찰된 이유를 정리하면서 지질 관리를 위해 환자와의 논의를 통해 EPA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뒀다. 

오메가-3의 심혈관 혜택에 무게를 두는 대표적 연구가 REDUCE-IT 연구다. 연구는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중성지방이 150~499mg/dL, LDL-콜레스테롤이 100mg/dL 미만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이들을 정제된 EPA 1일 4g 이상 복용군과 미네랄오일을 투약하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해 비교한 결과, EPA 복용 시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25%,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20% 유의하게 감소했다.

단, 이 같은 심혈관 혜택은 중성지방 수치가 17% 감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EPA 용량이 늘어 나타난 결과라는 게 미국 학계 입장이다.

REDUCE-IT과 맞서는 연구가 2020년 공개된 STRENGTH다. STRENGTH는 고중성지방혈증인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EPA와 도코사헥사엔산(DHA) 복합제인 에파노바의 장기 효능을 평가했다.

옥수수오일을 위약으로 설정해 에파노바 1일 4g과 효과를 비교한 결과, REDUCE-IT과 달리 심혈관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다. EPA와 DHA 수치가 가장 높은 3분위수에 속한 군에서도 위험 또는 혜택 관련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미국 학계는 "임상연구에서 관찰된 서로 다른 결과는 여러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도 "지질 및 염증 바이오마커의 역효과(adverse effect)를 고려할 때 REDUCE-IT에서 위약으로 사용한 미네랄오일이 활성이 없는 위약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Circulation을 통해 발표된 REDUCE-IT 임상시험 설계 문제점을 지적한 연구에서는 미네랄오일을 복용한 군에서 죽상경화증 관련 바이오마커 수치가 증가한 반면 EPA를 복용한 군에서는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LDL-콜레스테롤 70~100mg/dL인 경우 LDL-콜레스테롤을 더 낮출지 또는 EPA를 추가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정리했다. 

이어 EPA 투약을 고려하기 전 환자 선호도 및 공유하는 의사결정을 시행하는 것이 좋으며, 중성지방 수치를 높이는 2차적 원인인 약물, 당뇨병, 생활습관 등을 먼저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오메가-3가 포함된 건강보조식품이 EPA를 대체할 수 없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REDUCE-IT의 위약 설정에 대한 미국 학계 지적에 대해, 국내 전문가는 미네랄오일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조 교수는 "REDUCE-IT을 진행한 연구팀은 미네랄오일을 위약으로 설정함에 따라 결과에 나쁜 영향이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미네랄오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실제 고순도 EPA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STRENGTH는 REDUCE-IT과 같은 용량의 EPA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REDUCE-IT 결과를 완벽하게 반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메가-3 필요 없나?…"건강 위해 가하지 않고 중성지방 낮춰"

오메가-3 심혈관 혜택은 고순도 EPA를 제외하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중지가 모인다. 그럼에도 오메가-3는 건강에 위해를 가하지 않고 중성지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 교수 "오메가-3는 중성지방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에 진료현장에서 퇴출될 이유는 없다"며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이 피브레이트밖에 없는 가운데,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 특히 500mg/dL 이상인 경우 오메가-3를 함께 투약해 중성지방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되는 점은 오메가-3의 심혈관 혜택이다. 하지만 오메가-3는 건강에 위해를 가하지 않고 중성지방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며 "이를 통해 급성 췌장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른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오메가-3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어떤 환자군에 어떤 성분으로 어떤 용량을 사용할지에 따라 오메가-3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질 것이다. 오메가-3를 복용했을 때 신체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나 바이오마커 등이 명확하게 있다면 효능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오메가-3로 혜택을 얻을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어느 정도 용량을 사용할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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