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심의위 열고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재취소 결정
국내 기업에 매각해 외국인 투자비율 미충족...행보 주목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도 추진 중이지만 정치권과 제주도 간 입장차가 있고 녹지국제병원에 소급적용도 어려운 상태다.

지난 12일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회의를 열고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재취소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심의위원들은 녹지국제병원이 건물와 부지를 매각하고 장비 등 의료시설도 멸실해 개설 허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제주도는 지난달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사를 해 내부에 의료장비와 의료인력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이미 판단한 바 있다.

제주도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향후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고, 녹지국제병원에 허가요건 보완을 요구할 예정이다.

심의위원으로 참석한 의료영리화저지도민운동본부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병원은 제주도가 개설허가를 늦게 내줘 경영상 어려움을 겪어 건물과 부지 등을 팔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었고, 향후에도 유사한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매각된 상황이라 사실상 병원 실체가 없는데, 이를 회복하려면 건물과 부지 등을 매입하고 의료장비와 인력도 충원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최종 청문회를 열어 정식 취소 절차를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영리병원 전환 가능성..."환자 유입 없을 것" 지적도

녹지국제병원 설립의 근거는 제주특별법 제307조,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7조에 있다.

조례는 의료기관 개설허가 요건으로 △투자금액이 500만달러 이상(50억원 이상) △외국인 투자비율은 100분의 50 이상 등을 규정됐다.

현재 녹지국제병원을 둘러싼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비율이다. 심의위에서 개설 허가 취소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다. 

2018년 녹지국제병원 운영을 조건부허가 받은 곳은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다.

그러나 녹지국제병원이 국내 법인 주식회사인 디아나서울에 병원 건물과 부지 등을 매각해 조례로 정한 외국인 투자비율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됐다.

오 국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르면 건물, 부지, 의료장비 등을 지분으로 볼 수 있지만 매각된 상태"라며 "심의위에서는 녹지그룹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디아나서울 측은 비영리의료법인 설립 허가 신청을 제출하고,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병원을 운영해도 위치적 한계로 실질적 환자 유입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진녹색병원 정형준 재활의학과장(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제주도도 이미 병원이 포화 상태다. 설령 비영리병원을 열어도 위치상 의사와 간호사 충원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도 피부, 미용 등은 이미 활발한 영역이라 유입 매력이 적다. 전문요양재활병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 "대상 명확히" ... 국회 "설립 근거 제거"

녹지국제병원 사태를 시작으로 새 정부에서 국내 영리병원 설립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 과장은 "내국인 진료제한이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례가 남은 것이 문제다. 녹지국제병원 사례를 기반으로 송도, 새만금 등 지역에서 영리병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유사한 사례를 막기 위한 움직임도 주목된다. 국회에는 영리병원 설립 근거를 제거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이 설립한 의료기관 개설 조항 폐지 △외국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배제 조항 폐지 등을 담고 있다.

다만 제주도는 내국인 진료 제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용어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상태다.

제주특별법 제207조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제주도지사 허가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진료대상을 구체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지난 5일 개설허가조건 소송에서 재판부가 내국인을 진료 대상에서 제외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이유다.

오 국장은 "도가 외국인전용의료기관으로 명시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해 법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돼도 녹지국제병원에 소급적용하기는 어렵다. 제주도에서도 제주특별법 방향을 여러 형태로 고민하고 있는데, 시민단체계에서는 위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도록 강력히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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