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토론회 개최, 영리병원 비판
브랜드병원 뱀파이어 효과, 중소병원 최대 92개소 폐쇄 전망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나오며 영리병원 논쟁이 재점화된 가운데 시민단체에서 영리병원 허용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영리병원 허용이 의료비 증가의 원인이 될뿐만 아니라 높은 투자자 배분으로 의료진 등 고용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빅테크와 결합해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될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민주노총·보건의료단체연합·참여연대 등이 2일 개최한 '위기의 시대, 영리병원 재점화 논란과 한국의료의 위기'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나왔다.

왼쪽부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공동대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팀장
왼쪽부터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공동대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팀장

발제에 나선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공동대표는 미국 영리병원체인에 대한 14개 연구 메타분석을 근거로 영리병원은 의료진을 덜 고용하고, 사망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경총 등이 영리병원 허용을 규제개혁 과제로 건의하며 18만명의 고용효과, 26조원의 산업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우 대표는 "10~15% 투자자 배분과 경영진의 높은 보수로 숙련된 전문 의료진을 덜 고용한다"며 "우리나라에선 영리병원을 비싸고, 고급병원으로 이해하지만 미국에서는 의과대학 등록금을 갚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요양시설에서 사망률과 입원율이 영리시설에서 유의미하게 높았다. 영리시설이 재투자율이 낮고, 환자 대비 간호사 등 스탭 비율도 낮다"고 덧붙였다.

또 보건산업진흥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개인병원 20%가 영리병원으로 전환될 경우 나타날 변화도 짚었다.

우 대표는 "300병상 이하 지역 중소병원이 66~92곳 폐쇄되고, 디지털케어 등 산업연계형일 경우에는 의료비가 연간 4조원 상승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필수의료에 지불하는 진료비 상승에 의한 효과이므로 산업효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타 국가에서 대부분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공병원 비중이 70%를 넘고 비영리병원이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5%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리병원 허용 효과가 체인 영리병원 등 뱀파이어 효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우 대표는 "영리병원이 허용될 경우 곧바로 넘어갈 곳은 브랜드병원이다. 여기에는 성형외과와 피부과뿐만 아니라 척추병원, 산부인과 등도 있다"며 "고수익 부문 영리 외주화 등 뱀파이어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테크와 영리병원 결합, 의료영리화 시너지 효과 낳을 것"

영리병원이 의료 데이터 수집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헬스 상업화의 초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애플, 아마존 등 대표적 해외 빅테크기업이 개인의 건강데이터를 수집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된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카카오는 사내 독립기업인 카카오헬스케어를 론칭했으며, 네이버는 사내병원을 열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서영 기획팀장은 "영리병원은 디지털헬스산업의 첨병이 될 요소를 다수 갖고 있다. 보건의료데이터를 노리는 기업들이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데이터 수집과 집적화를 손쉽게 이룰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의료기관이 산업계와 형식적으로나마 분리돼 있지만, 영리병원이 허가되면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의료기관 밖에서 데이터가 상업적 목적으로 쉽게 사용될 것"이라며 "빅테크와 영리병원의 결합은 의료영리화의 시너지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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