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제주도 상대 제기 소송에서 연이어 승소
영리병원 신호탄, 내국인 진료 및 당연지정제 영향 우려

제주 녹지국제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조건으로 규정된 내국인 진료 제한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영리병원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최근 제주지법 행정1부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제주도에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018년 12월 제주 녹지국제병원을 허가할 때 내걸었던 조건이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진료 대상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녹지 측은 이번 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제기한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다. 연이은 녹지 측의 승소를 두고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금 재연되고 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보건의료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 등 시민계에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쟁점1 - 의료영리화·내국인 진료 영향 미칠까?

이들이 가장 목소리 내는 주제는 의료영리화다. 영리병원 설립의 신호탄이 돼 전국으로 확산되는 뱀파이어 효과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제주도를 포함해 9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상태다. 상급심에서도 판결이 유지될 경우 또다른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준래 변호사(김준래 법률사무소)는 "차후 영리병원을 개설하겠다고 나설 경우 형평성 차원에서 허용할 수밖에 없다. 주식회사가 영리병원을 열고 투자자를 모아 수익금을 배분하는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리병원이 당연지정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현재 의료법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지정제를 따르지만 공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예외가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 부담액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에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기존에도 비급여 영역이 컸던 성형과 미용에는 유입될 수 있다. 의료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1심 법원 판결만 나온 상황인만큼 다소 조심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법조계는 제주도가 항소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녹지제주병원 판결이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리병원 설립에 동조해 투자할지 의문이다. 대법원까지는 모르겠지만 항소는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쟁점2 - 녹지국제병원 설립 근거

우리나라 의료법 제33조는 의료인, 의료법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외국 기업인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등에 존재하고 있다. 다만 진료 대상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은 의료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가 진료 대상 제한에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영리병원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법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예로는 10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제시됐다. 과거 보건의료분야가 포함됨에 따라 의료 영리화 논쟁이 대두된 바 있다.

전 법제이사는 "이번 판례에서 특별법, 신법 우선 원칙은 이견이 없지만, 의료법 라인의 특별법으로 볼 수 있느냐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오랫동안 찬반이 있었던 주제를 다른 분야 특별법에 넣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 등에서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합의 도출이 어려운 정부 입장도 이해하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쟁점3 - 의료계 어떻게 대응할까

영리병원 논란과 밀접한 대상인 의료계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의협은 제주지법의 1심 판결 당일 원칙적 반대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한 상태다.

다만 행정부가 녹지국제병원 진료제한 조건을 걸고, 법원이 취소하며 법리를 다투는 과정에서 협회가 당장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법제이사는 "현재 법원의 쟁점은 처분의 당위성을 따지는 것"이라며 "영리병원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라 처분 근거가 의심스러우니 다시 판단하라고 한 상황이다. 의료계가 직접 이해당사자로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심리 중 '영리병원 허용'이 쟁점으로 나오면 의료계에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지금은 의료계가 떨어져있는 상태지만 여러 사안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도 "만약 대법원까지 가면 공개변론까지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할지 여부는 꾸준히 논쟁거리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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