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영양사협회 '고도비만환자 진료의 영양상담 급여화 추진 심포지엄' 개최
영양상담 필요성에 공감…의사 외 직종 독립행위 급여화 불가능
'포괄수가제 적용'·'선택적 급여화 추진' 등 방안 제시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영양사협회는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고도비만환자 진료의 영양상담 급여화 추진을 위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H+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은 '고도비만환자 수술 전 후 영양상담의 효과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영양사협회는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고도비만환자 진료의 영양상담 급여화 추진을 위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H+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은 '고도비만환자 수술 전·후 영양상담의 효과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고도비만환자의 비만대사수술 전·후 영양상담에 대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현실화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비만대사수술 환자의 영양상담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건강보험제도 내에서 의사가 아닌 다른 직종의 독립행위를 급여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영양사협회는 11~12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고도비만환자 진료의 영양상담 급여화 추진을 위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영양상담, 비만대사수술 후 적응에 도움

비만대사수술 전·후 영양상담은 환자의 성공적 체중감량뿐 아니라 영양불량 등 문제를 예방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요하다.

H+양지병원 김용진 센터장(비만외과)은 "비만대사수술 환자 입장에서는 몸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뀌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른다. 환자용 인터넷 카페에는 영양사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올라온다"며 "영양상담의 효과와 필요성을 논하기 전, 비만대사수술 전·후 모든 과정을 환자와 함께하는 동반자는 영양사임을 알아야 한다"며 영양사 역할을 강조했다.

단 영양상담의 목표점은 체중감량이 아니며, 수술 후 적응에 도움을 주고 외래 추적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양상담이 중요하다. 즉 영양상담은 비만대사수술 환자의 수술 후 부작용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비만대사수술 환자가 어느 순간 체중 감량이 덜되거나 다시 증가하면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몸에 많은 문제가 생겼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채 부작용만 끌어안고 있다가 몇 년 후 응급실에 나타나기도 한다"며 "외래 탈락률을 줄여 많은 환자가 추적관찰 되는 것이 바람이다. 고도비만환자가 어렵게 수술받았으니 영양상담 등을 통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만대사수술 시행 의료기관 90% 이상 '상담수가 필요'

영양상담 급여화에 대해서는 비만대사수술 시행 의료기관도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김지연 영양팀장은 '고도비만환자의 비만대사수술 영양관리 현황' 주제로 발표했다. 김지연 영양팀장은 최근 비만대사수술 시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김지연 영양팀장은 '고도비만환자의 비만대사수술 영양관리 현황' 주제로 발표했다. 김지연 영양팀장은 최근 비만대사수술 시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김지연 영양팀장이 공개한 상급종합병원,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인증의료기관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한 전체 41곳 의료기관 모두 영양상담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고 90% 이상이 상담수가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담수가에 대한 시범사업을 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 지침'에는 수술시행 시점을 기점으로 수술 전·후 교육상담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대상기관은 의원급 외과계 의료기관이며 교육자는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사다. 이 경우 질환별 환자당 최대 4회, 초회 20분 이상, 재회 15분 이상/회 수가청구가 가능하다.

교육 담당자로서 영양사의 역할은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에서 조금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 시범사업은 의사가 반드시 교육하거나 팀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 또는 영양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로서 교육하면 수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영양사 단독행위 급여화 불가능…'포괄수가제' 방안 제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비만 환자 수술전후 영양 상담의 급여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비만 환자 수술전후 영양 상담의 급여화를 위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했다.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서 의사 외 직종의 독립행위 급여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양상담 관련 시범사업은 가능할지라도 급여화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다만 포괄수가제에 포함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수가 현실에서 영양사 단독행위를 새롭게 급여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약 5800행위가 행위별수가제로 구분돼 있는데 의사 업무가 없는 행위는 한 가지도 없다"며 "영양상담 시 의사와 팀 단위로 상담해야 한다. 마지막 수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팀 단위 상담 시 의사와 영양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로 구분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가 배제된 영양사 단독행위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 연구위원은 "관리료 형태에 대한 시범사업은 어떤 형태로든 진행할 수 있으나 본사업은 불가능하다"며 "의사와 팀으로 환자를 관리하고 수술 전·후 상담을 제공하는 직종이 영양사라면,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는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제안했다. 

용어 재정의·선택적 급여화 추진 방안 제안

패널토의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
▲패널토의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 학술대회 강연 화면 캡처.

영양상담 급여화를 위해서는 용어 재정의부터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외국에서는 '영양상담(nutritional consultation)'이라 표현하지 않고 치료에 더 가까운 '의학적 영양치료(medical nutrition therapy)'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가정의학과)는 "용어를 받아들이는 환자 또는 정책결정자 입장에서 영양상담이 단순 상담보단 의학적 치료 영역에 들어가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비만대사수술만 급여화된 가운데 그 외 치료 및 관리를 받기 어려운 계층을 고려한 선택적 급여화 추진 방안도 제안됐다. 

권 교수는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도가 높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다. 이들은 수술받기 위해 내원할지라도 비만대사수술만 급여화되고 약물치료, 영양·운동상담 등은 급여화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크다"며 "모든 고도비만환자 대상보단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 대상으로 선택적 급여화를 추진해보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외견상 도움 될지라도 과학적 근거가 동반돼야" 

하지만 영양상담 급여화에 대해 정부와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 마련이 기초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근거만으로는 정부를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이다. 

신 연구위원은 "외견상으로 영양상담이 환자에게 도움 될지라도 과학적 근거가 동반돼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는 국내 의료기관의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하다"며 "비만대사수술 급여화가 이뤄진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영양상담을 받은 군과 받지 않은 군 차이를 추적관찰하고 영양상담의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향후 비만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서 근거를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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