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암학회, 2일 '간암의 날' 맞아 건보공단 자료 분석 결과 발표
동반한 대사질환 많을수록 간암 발생률 증가세
대사질환, 바이러스 간염 연관 간암 환자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대사질환은 바이러스 간염 환자의 간세포암종(이하 간암) 발생 및 예후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간암학회(회장 고광철) 기획위원회(이사 김도영)는 간암의 날을 맞아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대사질환 동반 시 간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간암의 날은 매년 2월 2일로, 간암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올바른 지식과 예방법을 전달하는 날이다. 

B형 또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우리나라 간암의 주된 요인으로 간암 원인질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대사질환은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발생하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을 말하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에 의한 간암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간염 환자에서 동반된 대사질환이 간암 위험을 더 증가시키고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보고되고 있다.

바이러스 간염 환자, 대사질환 많이 동반할수록 간암 발생률 높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최근 대규모 연구 결과,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이 동반한 대사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10년 누적 간암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10년 누적 간암 발생률은 5.3%였지만, 동반한 대사질환이 △1개일 때 7.8% △2개일 때 9.1% △3개 이상일 때 8.6%이었다. 

2개와 3개 이상일 경우 비슷한 결과를 보였지만 동반한 대사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다른 원인을 보정한 분석에서 대사질환을 2개 이상 또는 3개 이상 동반한 환자는 대사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각각 1.14배, 1.2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사 관련 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누적 발생률이 증가세를 보였다. 대한간암학회 자료 제공(출처: Lee 등. Hepatology 2021).
▲대사 관련 질환 개수가 많을수록 간암 누적 발생률이 증가세를 보였다. 대한간암학회 자료 제공(출처: Lee 등. Hepatology 2021).

 

당뇨병과 비만은 그 자체로도 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 대사질환이다. 가장 최근 건보공단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간암 위험인자가 없는 환자들, 즉 바이러스 간염이나 유의한 알코올 섭취, 또는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에서 당뇨병이나 비만을 동반한 경우 간암 발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각각 1.97배, 1.12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극적 대사질환 치료로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이와 함께 대사질환 치료가 바이러스 간염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이 간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실험 결과들이 발표됐다. 최근에는 티아졸리딘디온 사용이 B형간염과 당뇨병이 있는 환자에서 간암을 포함한 간 관련 합병증 발생을 유의하게 낮췄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국내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신체 활동도가 유의하게 간암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체 활동은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인 비만한 환자나 25kg/㎡ 이하인 그렇지 않은 환자 모두에서 간암 위험도를 낮췄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스타틴 사용과 간암 위험 감소와 관련해서는 광범위한 결과들이 발표됐다.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경로에서 자체적으로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국내 B형간염 환자 대상의 연구 결과, 스타틴 사용이 간암 발생 위험을 60% 이상 낮췄다. 또 B형 및 C형간염 바이러스 환자 대상의 대규모 연구에서는 스타틴이 뚜렷한 간암 억제의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만성 바이러스 간염 환자에서 간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한 원인 질환 제거 및 조절과 함께, 대사질환 동반 여부를 확인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 대사질환 동반 시 사망률 높아

대한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이사 홍근) 무작위 간암등록사업 자료분석에서 2008~2016년 새롭게 바이러스 간염 관련 간암을 진단받은 6578명 환자 중 20.2%가 당뇨병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당뇨병 동반 환자의 10년 누적 사망률은 74.8%로, 당뇨병이 없는 환자 64.2%와 비교해 당뇨병 동반 간암 환자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특히 초기 간암에서 당뇨병은 높은 사망률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는 인자로 당뇨병 동반 시 사망 위험이 1.54배 증가했다.

이상지질혈증 동반율은 간암 1기 환자군에서 10.1%, 3기와 4기 환자군에서 각각 22.9%, 28.9%로, 진행된 간암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10년 누적 사망률은 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 78.3%, 이상지질혈증이 없는 환자 62.1%로, 이상지질혈증 동반 간암 환자에서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또 이상지질혈증은 전체 바이러스 간염으로 인한 간암 환자에서 간암 병기나 간기능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높은 사망률과 관련된 독립적 예측인자로 나타나, 이상지질혈증 동반 시 사망 위험이 1.25배 증가했다.

▲당뇨병이 있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간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10년 누적 사망률이 증가했다. 대한간암학회 자료 제공.
▲당뇨병이 있거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간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10년 누적 사망률이 증가했다. 대한간암학회 자료 제공.

아울러 대사질환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4개의 대사질환을 동반한 바이러스 간염 관련 간암 환자에서 사망 위험도가 1.34배 높아, 대사질환이 바이러스 간염 연관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간암으로 진단된 환자 예후와도 밀접하게 관련됐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간암 진단 시 동반된 대사질환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환자 예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 전언이다. 

대한간암학회는 "대사질환이 동반된 경우 바이러스 간염 연관 간암 발생이나 이로 인한 사망이 증가할 수 있다"며 "바이러스 간염 환자나 이로 인한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대사질환이 동반됐는지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환자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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