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제11혈액응고인자(FXIa) 억제제 경구용 항응고제 개발 중
바이엘 '아순덱시안', FDA 패스트트랙 지정…PACIFIC 임상 프로그램 진행
BMS·얀센 '밀벡시안',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효과 입증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세기 사용할 수 있었던 항응고제는 헤파린과 비타민K 길항제(VKA)가 유일했지만 약 10년 전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가 임상에 도입되며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그리고 그 바통을 새로운 기전을 표적해 출혈 위험을 낮춘 경구용 항응고제가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구용 항응고제인 제11혈액응고인자(Factor XIa, FXIa) 억제제를 개발, 치료 후보물질의 임상연구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FXIa, 새로운 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 등 많은 적응증에 대해 VKA보다 DOAC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주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고 유사한 효능을 더 안전하게 얻을 수 있으며 복약 편의성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항응고제와 마찬가지로 DOAC도 출혈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출혈 우려로 환자가 저용량을 투약하거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말기 신장질환 환자나 기계판막 등 인공 심장판막을 이식받은 환자에게는 처방이 제한된다. 

이에 출혈 위험이 낮고 신장 배설이 없거나 거의 없으며 기계판막으로 유발되는 혈액응고를 약화시킬 수 있는 항응고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FXIa는 FXI가 혈전증에 중요하지만 지혈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새로운 항응고제 타깃으로 주목받는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FXI가 결핍된 사람들은 출혈 경향이 적었다.

한양대 구리병원 박환철 교수(심장내과)는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등 제10혈액응고인자(Factor Xa) 억제제와 같이 임상에 도입된 DOAC은 와파린 대비 출혈을 낮추고 색전증 예방 효과는 동등해 임상에서 많이 처방되고 있다. 그러나 출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FXIa 억제제는 FXa 억제제와 작용 위치가 다르며 기존 항응고제의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심방세동 환자를 평균 47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코호트 연구 결과, 혈액에 FXIa가 확인된다면 허혈성 뇌졸중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FXIa 억제제가 임상에 도입된 항응고제 이상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유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Thrombosis and Haemostasis 2월 14일자 온라인판).

아순덱시안, 심방세동·뇌졸중·심근경색 임상2상 진행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FXIa 억제제가 주목받으며 글로벌 제약사들은 해당 기전의 항응고제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긍정적 성과를 얻은 치료 후보물질은 바이엘의 아순덱시안(Asundexian, BAY2433334)이다.

바이엘은 아순덱시안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지정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아순덱시안은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2차 예방을 위한 치료제로 지정됐다.

건강한 젊은 남성 대상 연구에서 아순덱시안의 최종 반감기는 1일 1회 복용 가능한 약 15시간으로 나타났고, 안전하면서 내약성이 우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1일 1회 투약 시 좋은 약동학·약력학 프로파일이 확인됐다(J Thromb Haemost 2021;19(10):2407~2416). 

이와 함께 아순덱시안의 임상2상인 PACIFIC 프로그램이 현재 진행 중이다. 임상2상은 세 가지 질환에 대해 표준치료 또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등 조합에서 아순덱시안의 최적 용량을 결정하고 안전성을 평가한다.

먼저 PACIFIC-STROKE는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 1790명을 대상으로 항혈소판제와 함께 아순덱시안 1일 1회 10mg, 20mg, 50mg 또는 위약 투약 시 효과 및 안전성을 조사한다. 치료는 54주간 진행되며 항혈소판제는 연구자가 선택한다. 

유효성 목표점은 증상이 있는 재발성 허혈성 뇌졸중과 반복된 뇌 MRI에서 확인된 무증상 뇌경색으로 정의했다. 안전성 목표점은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주요 출혈 발생이다.

두 번째로 PACIFIC-AF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모집해 아순덱시안 1일 1회 50mg과 아픽사반을 비교한다.

치료 기간은 12주이며 1차 목표점으로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주요 출혈 발생을 종합해 평가한다. 연구 결과는 올해 4월 열리는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2)에서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등록한 PACIFIC-AMI는 DAPT(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를 진행하며 아순덱시안 1일 1회 10mg, 20mg, 50mg 또는 위약을 투약했을 때 예후를 비교한다. 

유효성 목표점으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스텐트 혈전증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안전성 목표점으로 표준화된 출혈기준(BARC) 유형 2, 3, 5에 해당하는 출혈을 확인한다. 

밀벡시안, 정맥혈전색전증 이어 뇌졸중 2차 예방 효과 검증 중

BMS와 얀센이 공동 개발한 밀벡시안(Milvexian, BMS-986177)은 지난해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1)에서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효과를 입증한 임상2상 결과를 공개하며 새로운 항응고제 등장을 알렸다.

무릎관절치환술을 받은 환자 대상의 AXIOMATIC-TKR 임상2상 결과, 기존 항응고제인 에녹사파린과 비교해 밀벡시안은 다양한 용량에서 출혈 위험 증가 없이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을 낮춰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감소를 기대할 수 있었다.

에녹사파린 대비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이 의미 있게 낮은 밀벡시안 용량은 1일 2회 50mg, 100mg, 200mg과 1일 1회 200mg이었다. 안전성 평가에서 모든 출혈 발생률은 밀벡시안군 4%, 에녹사파린군 4%,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주요 출혈 발생률은 각 1%와 2%였다.

밀벡시안의 뇌졸중 2차 예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AXIOMATIC-SSP 임상2상도 진행 중이다.

급성 허혈성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발작(TIA) 후 DAPT를 진행한 환자를 모집, 밀벡시안의 새로운 허혈성 뇌졸중 또는 무증상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는지 검증한다. 이를 통해 DAPT에 밀벡시안을 추가하는 것이 표준요법보다 뇌졸중 2차 예방에 효과적인지 판단한다. 

항응고제 기대주로 주목받는 FXIa 억제제가 현재 처방되는 DOAC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임상3상과 함께 기존 항응고제와 직접 비교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현재 FXIa 억제제의 임상2상 결과가 발표됐거나 진행 중이므로 무작위 대조 임상3상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임상3상에서 대조약이 중요하다"면서 "대조약이 와파린이라면 DOAC 임상 데이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DOAC과 헤드투헤드 연구가 진행된다면 색전증과 함께 출혈 결과를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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