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 횟수 줄인 고지혈증 신약 레크비오
출혈 위험 낮춘 항응고제 아순덱시안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패러다임의 변화’, ‘혁신’. 이 말들은 그동안 신약이 탄생했을 때 제약업계와 임상현장에서 써왔던 말들이다.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탄생한 신약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임상진료 현장에서 자리 잡아갔고, 그럴수록 효능·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 할 근거는 더 쌓였다. 신약 개발의 기반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신약이 현장에 안착할수록 미충족 수요를 넘어 더 좋은 효능·효과를, 환자에게 더 편안한 약물 투여 방법과  안전성을 선사하기 위한 연구개발의 필요성은 커졌고, 이에 따라 개발된 신규 약물들은 기존 신약과 다른 무기를 들고 시장에서 이들을 위협 중이다.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새롭게 개발된 약물은 기존 신약에 비해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지 효능효과, 안전성, 환자 편의성 등으로 나눠 전략을 점검했다.

① 신약을 넘어 더 나은 신약으로
② 환자 편의성과 안전성도 개선한 신약 등장

 

투여 횟수 줄이는 고지혈증 신약 '프랄런트→레크비오'

PCSK9 억제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이상지질혈증 치료 전략은 당뇨병,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 치료 전략에 비해 단순했다.

때문에 심혈관질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적정 LDL-콜레스테롤 기준이 점점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고용량 스타틴 요법 또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은 그 기준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사노피의 PCSK9 억제제 계열 이상지질혈증 신약 프랄런트(알리로쿠맙)가 등장하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프랄런트는 ODYSSEY COMBO ll, ODESSEY FH l·ll, ODYSSEY LONG TERM 등으로 구성된 임상3상 ODYSSEY 연구 프로그램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우선 최대 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함에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ODYSSEY COMBO ll 연구에서 프랄런트 2주 1회 투여군은 치료 24주째 LDL-콜레스테롤을 50.6% 감소시키며 대조군인 에제티미브 투여군 20.7%보다 컸다. 이 같은 치료 효과는 52주까지 연장했을 때도 각각 49.5%, 18.3%의 감소율로 차이를 유의하게 유지했다.

이형접합성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한 ODYSSEY FH l·ll  연구에서도 프랄런트 2주 1회 투여군은 대조군에 비해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ODYSSESY FH l 연구에서 프랄런트군은 치료 24주째 LDL-콜레스테롤을 48.8% 감소시킨 반면, 대조군인 에제티미브 투여군은 9.1% 늘었다.

ODYSSESY FH ll 연구에서도 프랄런트군의 LDL-콜레스테롤은 48.7% 감소한 반면, 에제티미브군은 2.8% 증가하면서 두 연구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이 같은  효과는 두 연구 모두에서 치료 52주까지 유지됐다.

마지막으로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포함해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ODYSSESY LONG TERM 연구에서도 치료 24주째 프랄런트군의 LDL-콜레스테롤은 61% 줄었지만 위약군은 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랄런트 이후 암젠의 레파타(에볼로쿠맙) 등이 등장했지만, PCSK9 억제제의 한계는 2주 또는 4주에 한 번씩 피하주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짧은 간섭 RNA(siRNA) 기반 PCSK9 억제제 레크비오(인클리시란)는 연 2회 주사로 LDL-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어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레크비오는 siRNA 기반 치료제로 간 세포에서 PCSK9 생성을 억제해 혈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기전으로, 첫 투약에 이어 3개월 뒤 투여하고 이후에는 연 2회 주사한다.

레크비오의 FDA 허가 근거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대상 ORION-9,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 대상 ORION-10,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와 위험인자 동반 환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ORION-11 등이다.

세 가지 연구를 통합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10일째 LDL-콜레스테롤은 레크비오 투여 시 등록 당시 대비 약 50% 감소했다. 수치상 LDL-콜레스테롤은 약 50㎎/dL까지 조절될 수 있다고 분석됐다. 게다가 6개월 간격 1회 투약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우선 ORION-9 연구는 스타틴 최대용량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레크비오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 레크비오군은 39.7% 감소한 반면 대조군은 8.2% 상승하면서 1차 목표점을 충족했다. 또 90일부터 540일까지의 분석에서도 레크비오군의 LDL-콜레스테롤은 38.1% 감소했지만 대조군은 6.2% 상승했다.

ORION-10·11 연구는 최대용량 스타틴 사용에도 불구하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ASCVD 환자 혹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레크비오의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1차 목표점은 ORION-9 연구와 동일했다.

ORION-10 연구 분석결과, 기저시점 대비 510일째 레크비오군의 LDL-콜레스테롤 변화율은 -52.3%였다. 90일부터 540일까지의 변화율 역시 -53.8%로 일관됐다. 

ORION-11 연구 결과에서도 레크비오군의 LDL-콜레스테롤이 기저시점 대비 510일 차에 4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90일부터 540일까지의 변화율은 49.2%였다.

 

출혈 위험 낮춘 항응고제 등장 ‘자렐토’에서 ‘아순덱시안’으로

20세기 사용할 수 있었던 항응고제는 헤파린과 비타민K 길항제(VKA) 뿐이었지만, 10여 년 전 직접 작용 경구용 항응고제(DOAC)가 개발되며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심방세동 등 여러 적응증에 VKA보다 DOAC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혈액검사를 통한 주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치 않고 유사한 효능을 더 안전하게 얻을 수 있을뿐더러 환자의 복약 편의성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실제 DOAC이 1차 치료제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탄탄한 근거 덕분이다.

대표적인 약물인 자렐토(리바록사반)는 임상3상 ROCKET-AF 연구를 통해 뇌졸중 및 색전증 예방에서 와파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연구는 1만 4264명의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를 자렐토 투여군과 와파린 투여군에 무작위 배정해 뇌졸중 및 색전증 예방에서의 비열등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자렐토군은 뇌졸중 및 색전증 위험도를 연간 1.7%, 와파린군은 2.2% 낮추는 것으로 집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ITT 분석에서도 자렐토군은 2.1%, 와파린군은 2.4%로 분석됐다.

이 같은 효능은 프라닥사(다비가트란), 엘리퀴스(아픽사반), 릭시아나(에독사반) 등 다른 DOAC 약물도 마찬가지다.

프라닥사는 임상3상 RE-LY 연구에서 뇌졸중과 전신성 색전증 발생률 감소에 효과를 보였다. 엘리퀴스도 임상3상 ARISTOTLE 연구에서 와파린 대비 뇌졸중 및 색전증 예방에서 우수한 혜택을 보였고, 릭시아나도 임상3상 ENGAGE AF-TIMI 48 연구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또는 전신성 색전증 발생 위험이 와파린과 비열등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타 항응고제와 마찬가지로 DOAC 역시 출혈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ROCKET-AF 연구에서 전체 출혈은 자렐토군이 14.9%로 와파린군 14.5%와 비슷했다. 이 같은 출혈 위험은 환자가 저용량을 투약하거나 복약 순응도가 떨어지면 뇌졸중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말기 신장질환 환자나 기계판막 등 인공 심장판막을 이식받은 환자에게도 처방이 제한된다.

이에 출혈 위험이 낮고 신장 배설이 없거나 거의 없으면서 기계판막으로 유발되는 혈액응고를 약화시킬 수 있는 항응고제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전을 표적해 출혈 위험을 낮춘 경구용 항응고제가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제11혈액응고인자(FXla) 억제제 아순덱시안이다. 

FXla는 FXl가 혈전증에 중요하지만 지혈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근거가 쌓이면서 새로운 항응고제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FXl가 결핍된 사람은 출혈 경향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FXla 억제제는 지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아 출혈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혈전증과 이로 인한 허혈성 사건 재발을 예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순덱시안은 PACIFIC-AMI, PACIFIC-STROKE 연구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와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상 PACIFIC-AMI 연구에서 아순덱시안은 심근경색 이후 투약 시 출혈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고, FXla가 90% 이상 억제됐다.

분석 결과를 자세히 보면 4주째 FXla 활성은 등록 당시 대비 아순덱시안 10㎎군 70%, 20㎎군 80%, 50㎎군 90% 이상 억제돼 치료 용량이 늘어날수록 억제 효과가 컸다.

특히 주요 안전성 목표점인 표준화된 출혈기준(BARC) 유형 2, 3, 5에 해당하는 출혈 발생률은 아순덱시안 10㎎군 7.6%, 20㎎군 8.1%, 50㎎군 10.5%, 위약군 9.0%로 비슷했다. 

비심인성 허혈성 뇌졸중 2차 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와 아순덱시안을 병용할 때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PACIFIC-STROKE 연구에서도 1차 안전성 목표점인 12개월 시점 주요 또는 임상적으로 관련된 비주요 출혈 발생률은 아순덱시안군 3.9%, 위약군 2.4%로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효과에서는 물음표가 달리면서 임상3상을 통해 아순덱시안이 치료옵션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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