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교류회' 개최
서재홍 회장 "시스템·인프라·행정 지원 모두 갖춘 첫 사업으로 뛰어난 성과 거둬"
젊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좋은 모델로 평가…"국가가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사업"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는 11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2022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교류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 오경승 고신대 복음병원 교수, 고영권 충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서재홍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 회장, 윤호주 한양대병원 병원장, 이돈행 인하대병원 단장, 이지신 화순전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는 11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2022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교류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 오경승 고신대 복음병원 교수, 고영권 충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서재홍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 회장, 윤호주 한양대병원 병원장, 이돈행 인하대병원 단장, 이지신 화순전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019년 시작된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이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사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는 11일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2022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교류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의대 입학 후 연구자 길 택하는 의사 '5~10%'

우리나라는 대다수 의사가 연구자보단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길을 택하고 있다.

서재홍 혁신형의사과학자병원협의체 회장(고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의대 입학 후 연구자가 되는 비율이 5~10%에 그친다. 이와 달리 미국은 많은 의사가 연구그룹에 참여하고 연구를 통해 사업화 및 창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은 의사 인재·병원 시스템을 활용해 임상경험과 지식을 갖춘 의사가 과학적인 방법을 토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의사과학자 육성 및 지원책 방안을 마련하고자 진행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3년 6개월이다. 총 2단계로 나눠져 있으며 2019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가 1단계, 2021년부터 2022년까지가 2단계이다. 

사업 목표는 병원 차원에서 신진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임상의-연구자 간 협업연구를 통해 임상현장의 아이디어에 기반한 맞춤형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수행기관에는 △고대 구로병원 △한양대학교병원 △고신대 복음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인하대병원 △충남대병원 △영남대병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등 총 8개 병원이 포함됐다. 현재 신진의사과학자 양성, 임상의-연구자 협업연구, 현장 아이디어 기반 맞춤형 의료기술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 중반에 정량 목표 초과 달성…신규 고용·임상의 참여 확대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은 현재 2단계 중반에 이르렀지만, 정량 목표를 초과 달성했고 특히 신규 고용 및 임상의 참여가 확대됐다. 

구체적으로 강화세부 80팀은 △SCI 논문 290% △특허 출원·등록 200% △제품화 1건 추가 △기술이전 2건 추가 △창업 4건 추가 △고용창출 신규 109명 추가 △참여임상의 93명 추가 등의 성과를 거뒀다. 

공동세부 18팀은 △SCI 논문 158% △특허출원·등록 154% △제품화 7건 추가 △비임상·임상 4건 추가 △기술이전 12건 추가 △창업 3건 추가 △고용창출 신규 147명 추가 △참여임상의 37명 추가 등을 달성, 목표한 것보다 전반적으로 많은 성과를 이뤘다. 

▲현재까지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
▲2단계 중반에 이른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성과.

서 회장은 "이번 사업은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 그리고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통해 연구를 시작하는 젊은 의사들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끌었다. 시스템과 인프라, 행정 지원을 모두 갖춘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업을 통해 신진 연구자들이 처음 계획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 사업이 지속돼 많은 신진 연구자를 양성하고 중견 연구자로 이끌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혁신형 의사과학자 공동연구사업, 왜 지속돼야 하나?

이 같은 성과에 따라 협의체에 속한 병원들은 사업의 지속 필요성을 피력했다. 젊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좋은 모델일 뿐만 아니라 다른 젊은 의사들에게 연구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지자체의 관심도 이끌 수 있다는 이유다. 

한양대병원 윤호주 병원장은 "병원장들의 일반적 관심은 진료 수익인 만큼, 병원에서 임상의사들이 연구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번 사업을 통해 많은 젊은 의사가 의사과학자가 될 수 있는 희망을 봤다"며 "사업이 병원 수익에 도움 되지 않을지라도 현실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젊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있어 좋은 모델이라고 본다.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인하대병원 이돈행 단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이번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경쟁해 혁신형 의사과학자를 선정하는 구조이다. 의사과학자에 선정되지 못한 의사에게 또 다른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업이 중요하며 국가에서 반드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백무준 연구부원장(외과 교수)은 "본 병원은 지방에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 지원을 받았다. 지자체 지원이 이뤄지면서 지자체가 바이오·의료 R&D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사업을 진행한 약 3년 동안 지자체와 꾸준히 세미나를 열고 의견을 교환해 왔다. 이번 사업이 바이오·의료 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의사과학자 양성 위해서는 '연구 시간 보장·인건비 지원' 등 필요

이번 사업을 토대로 협의체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구체적으로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하며, 병원은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윤 병원장은 "의사과학자는 환자를 진료하면서 연구를 병행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또 연구를 위한 시설·공간, 인프라를 병원 자체에서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조금 더 발전한다면 좋은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정부가 조금 더 사업에 지원해야 하고, 병원 역시 의사들의 연구에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의사들은 낮에 종일 환자를 진료하고 밤과 새벽에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 연구해야 한다. 의사과학자들에게 너무나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에 선정된 의사과학자들에게는 일정 시간 환자를 보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행정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국가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의사과학자 인건비 지원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서 회장은 "미국은 의사가 국가과제 연구를 진행해 1년 중 6개월의 연구 시간이 필요하다면 해당 기간에 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국가과제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미국은 의사과학자가 많이 양성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과제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사용할 수 없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해야 인건비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업은 시스템·인프라·행정 지원 등 3박자가 모두 맞아 상당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많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국가를 위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번 사업이 계속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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