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년여 전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돌파구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과 중증화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은 필수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의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이 많은 사람에게 투여되면서 경쟁에서 웃을 수 있었다.

백신을 개발한 주인공은 바이오엔테크의 공동설립자인 터키계 독일인 부부 우우르 샤힌 박사와 외즐렘 튀레지 박사다. 이들은 의대 졸업 후 연구원이 된 의사과학자다. 이들과 같은 의사과학자의 활약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 

우리나라는 K-바이오헬스를 외치며 의사과학자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의대 진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입학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길을 택한다.

의사는 진료 현장에서 겪게 되는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알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갖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연구자 길을 걷도록 끌어당기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의사과학자들이 연구 의지가 있어도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없는 환경이다.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환자 진료도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다. 게다가 의사과학자는 병원에 수익을 가져다주기 어려워 병원의 눈칫밥을 먹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기자와 만난 한 의사과학자는 병원에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신약 개발을 위해 기초의학의 길을 택하면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고, 많지 않은 연구비라도 지원받았기에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어렵게 창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연구 의지가 있을지라도 충분한 연구 시간과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기초의학 연구를 바탕으로 한 창업은 불가능했다.

결국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사과학자가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연구비의 20% 정도만 간접비로 병원에 지원돼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게 연구보다 수익을 더 얻는 실정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국가 과제 연구를 수행하면 연구비의 40~50%가 해당 기관에 지원되면서 환자 진료를 통한 수익보다 연구로 얻는 수익이 더 큰 구조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시스템에 더해 의사과학자가 연구에 몰두하더라도 병원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가 임상에 적용되고 실질적인 의학적 성과를 거두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이 같은 지원은 단발성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많은 의사과학자가 양성돼 우리나라가 바이오헬스 분야의 글로벌 강국이 되길 희망한다. 그러나 의사과학자는 개인의 희생과 노력만으로 육성되지 않는다. 의사과학자는 슈퍼맨이 아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