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류민희 교수(종양내과)

서울아산병원 류민희 교수(종양내과)는 위암 1차 치료옵션에 면역항암제는 이제 표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류민희 교수(종양내과)는 위암 1차 치료옵션에 면역항암제는 이제 표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위암은 국내 발생률 1위이지만, 10년이 넘도록 개선된 치료옵션이 등장하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의 아쉬움이 큰 암종이었다.

이런 가운데 개정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HER2 음성 위암 1차 옵션으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화학요법 병용을 선호요법으로 제시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작년 6월 옵디보+화학요법이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위식도접합부 선암 또는 식도선암의 1차 치료제로 허가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치료 환경에 새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류민희 교수(종양내과)는 옵디보+화학요법은 이미 1차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며, 특히 향상된 환자의 건강 관련 삶의 질(Health-related quality of life, HRQoL) 지표를 강조했다.

- 국내 위암 환자 생존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은 40세 이상 전국민에게 2년마다 위내시경 스크리닝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위암 진단은 내시경이 가장 정확한데, 국내 위암의 약 75%는 1기로 발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위암 환자 5년 상대 생존율은 약 77.5%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병기가 진행될수록 치료 성적은 따라오지 못하는 게 문제다. 4기에 해당하는 전이성 위암 환자는 지금도 전체생존기간이 1년 안팎에 불과하다. 

극소수의 전이성 위암 환자가 완치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사망으로 이어져 치료 성적 향상이 거의 없는 분야다.

- 옵디보가 1차 치료옵션으로 진입한 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위암은 여러 유전자 돌연변이가 유발되면서 암을 발생시키고 여러 성질의 세포가 섞이는 경향이 특히 강한 암종이다.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한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면역항암제를 다른 암종에도 사용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졌고,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은 CheckMate-649 연구를 통해 PD-L1 CPS 5 이상인 환자에서 화학요법 단독군 대비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전체 환자에서의 사망 위험 감소율은 21%였다. 이는 치료 성적을 향상시켰다는 걸 의미한다. 

- CheckMate-649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

기존 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함으로써 전체생존기간(OS)을 연장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2010년 발표된 HER2 양성 위암 환자의 OS 향상을 보여준 트라스투주맙의 ToGA 연구 이후 10년만의 결과다.

CheckMate-649 연구 결과, 전체 환자에서 화학요법 치료군의 OS 중앙값은 11.6개월이었지만, 옵디보 병용군은 13.8개월로 2개월 이상 향상됐다.

1차 목표점 관찰 기준인 PD-L1 CPS 5 이상 환자에서도 옵디보 병용군의 OS는 14.4개월로, 화학요법 단독군 11.1개월에 비해 성적이 더 좋았다.

또 주목할 부분은 건강 관련 삶의 질(HRQoL) 분석 데이터다. 

분석 결과, 옵디보 병용군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나빠지기까지의 기간(TuDD)도 화학요법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길었다.

이는 기존 화학요법에 옵디보를 추가할 때 질환을 더 잘 조절,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개선한 기간이 더 길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옵디보가 보여준 또 다른 특장점이 있나. 

OS 이외에 무진행생존기간(PFS), 객관적반응률(ORR) 등 다른 지표 수치 모두 옵디보 병용군이 더 좋았다.

구체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은 전체 환자에서 옵디뵤 병용군이 7.7개월, 화학요법이 6.9개월이었다. PD-L1 CPS 5 이상인 환자군에서도 옵디보 병용이 7.7개월이었지만 화학요법군은 6.0개월에 그쳤다. 

특히 위험비가 0.68로 나타났는데, 항암제 연구에서 위험비가 0.7 이하를 기록했다는 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다. 

아울러 ORR은 전체 환자에서 옵디보 병용군이 58%, 화학요법군이 46%였고, PD-L1 CPS 5 이상 환자에서도 옵디보  병용군이 60%로 화학요법군 45%보다 높았다.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현재까지 옵디보 병용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고 말할 수 있고, 이미 1차에선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향후 옵디보의 치료 효과를 넘기기 위해서는 다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전망한다.

- 환자와 의료진의 평가도 궁금하다.

연구 결과를 보고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묻는 환자들이 많다. 

의료진들도 진료 현장에서 모든 환자에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치료 성적은 연구 결과와 비슷할 것으로 본다. 다만, 처방 시 PD-L1 CPS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 여지는 남아있다.

의료진들은 위암 치료옵션에 면역항암제 등장을 반기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안된다는 부분을 어려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용 문제만 아니라면 의료진들도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환자의 1차 치료에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을 권하고 있다.

위암 치료제 개발은 가뭄에 콩 나듯 이뤄지고 있다. 옵디보처럼 치료 효과 개선을 입증한 약제는 치료 성적의 전반적인 향상을 위해 보험급여를 적용,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 위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더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급여적용이 가장 시급하다.

화학요법에 옵디보를 추가해도 부작용이 현격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3, 4등급 이상 부작용이 5% 미만 발생하긴 했지만,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대부분 환자는 가역적으로 회복된다. 비교적 쉽게 투여할 수 있는 조합이기에 비용 이외의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PD-L1 CPS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 약가를 결정하게 된다면 투여 전 PD-L1 발현 정도를 판별하는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는 기존 조직검사를 기반으로 면역조직화학염색을 조금 더 하면 되고, 결과 판독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특별한 애로사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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