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2019~2021년 불법개설기관 적발 사례집 공개
비의료인이 의료인 고용, 의료생협 통해 의료기관 개설 다수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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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개설기관의 설립 유형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행정조사에서 적발된 사무장병원들은 신용불량자인 의료인 면허를 대여한 경우가 많았고, 인테리어 업자가 설립한 한의원도 있었다. 또한 중국인의 자본을 투자받아 설립된 피부과 의원도 적발됐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불법개설기관 적발 사례집'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의료기관 5개 유형의 52개 사례, 약국 8개 유형의 46개 사례가 수록됐다.

의료기관 행정조사가 이뤄진 5개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 개설 △비의료인이 의료생협을 통해 의료기관 개설 등 2개 유형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 그럼에도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의료기관을 개설하는 형태가 다양화되고 있다.

 

뇌병변장애 의료인 명의 대여...브로커 알선으로 설립하기도

신용불량자인 친인척 의료인 고용한 요양병원도 적발

사례집에 소개된 A요양병원은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고, 정상 진료가 어려운 뇌병변장애 3급 상태인 의료인 명의를 비의료인이 빌려 개설한 곳이다.

이들은 약 3년간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 명목으로 18억 2277만원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B한의원은 인테리어 공사업자가 한의사를 고용해 개설했다. 인테리어업자는 한의원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입원베드 등 병원비품 공급, 병원 컨설팅 제공 등을 계약에 포함했다.

건보공단은 "피고인이 건축, 토목업, 제조업 등에 종사했을 뿐 병원 관련 사업이나 직종에 종사한 이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계약 내용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의 한의사는 인테리어업자와 2억 5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행정조사를 받게 되자 약 6000만원의 인테리어 공사를 체결했다는 계약서를 새롭게 위조하기도 했다.

C병원은 비의료인 부부가 브로커를 통해 의료인을 소개받아 개설한 사무장병원이다. 

의료인은 과거 직원의 횡령으로 직원 급여도 지급하지 못한 채 폐업한 상태였고, 의료기관 개설 브로커를 통해 사건의 비의료인 부부를 알게 됐다.

비의료인 부부는 총무부장 및 건강검진센터장을 받아 병원 수익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반면 의료인은 총무부 업무는 물론 운영계좌의 고액 입출금 내역도 알지 못했다.

D요양병원은 법인이 신축한 건물에 신용불량자인 친인척 의료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였다.

요양병원 이사와 주식회사 대표는 공동자금을 투자하고 의사를 고용,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해 발생한 수익은 5대5로 나누기로 공모했다.

이어 지하2층, 지상4층 건물을 신축한 후 이사의 조카사위인 한의사를 월 20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고용했다. 이 사건의 한의사도 신용불량자였다.

요양병원 이사와 주식회사 대표는 직원관리 및 운영 자금조달, 수익금을 관리했으며 약 1년간 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명목으로 20억원을 지급받았다.

E의원은 중국자본이 투자됐다. 스킨케어(미용업) 사업을 운영 중인 피고는 중국인에게 20억을 투자받아 스킨케어 사업 전체를 운영할 법인을 설립했다.

이 둘은 공동 대표가 돼 피부과 의원과 스킨케어 사업을 공동 운영하기로 공모했고, 2명의 의료인을 월 1000만원 이상의 급여 조건으로 고용했다.

 

의료생협 통한 개설도 다수...허위 설립동의서로 의료생협 설립

의료생협(의료생활협동조합)과 관련한 사건도 다수를 차지했다. 의료생협 설립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허위 설립동의서 등을 제출한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사단법인으로 운영하던 의료기관이 불법개설로 적발되자 의료생협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운영한 곳이 덜미를 잡혔다.

조합원 1인 출자좌수는 총 출자좌수 100분의 20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창립총회 당일 총 출자금 3000만원 중 5명이 고액출자하고, 조합원 305명이 출자한 것으로 허위 등재했다.

형제 관계였던 A와 B는 의사와 의원, 요양병원을 운영하던 중 불법개설로 적발되자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 정족수를 허위로 꾸며 형식적인 의료생협을 설립인가했다. 그 후 요양병원으로의 변경을 허가받았다.

한편 건보공단은 국민적 이해를 높이고,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법개설기관 적발 및 판례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불법개설기관으로 건강보험 재정 피해가 막대한만큼 사후조치뿐 아니라 사전진입차단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2021년 누적 기준으로 환수결정기관은 1650개소, 3조 3674억원의 환수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징수금액은 2027억원이며, 징수율은 6.02%다.

건보공단은 저조한 징수율에 대해 불법개설기관은 평균 11개월의 수사기간동안 재산을 은닉하거나 폐업해 환수결정 시점에는 실익이 없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형사소송이 종결되기 전까지 압류재산에 대한 공매처분도 어려워 부당이득금 환수에 어려움이 있다"며 "징수율 제고도 중요하지만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 법령개정을 통해 진입단계부터 설립절차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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