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중환자재활학회 11일 기자간담회 개최
중환자실 재원·입원 일수 줄여…퇴원 시 신체기능 호전시킬 수 있어
홍석경 회장 "정상적 수가 마련돼야 코로나19 등 중환자재활도 고려할 수 있어"

▲대한중환자재활학회는 11일 세종대 대양AI센터에서 중환자재활 도입 및 수가 제정 필요성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 안소영 정보이사, 범재원 연구이사, 정치량 기획이사, 원유희 보험이사, 홍석경 회장, 신명준 총무이사, 정재승 보험이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등에 대한 재활 수가는 있지만, 생명을 다투는 특수한 상황인 중환자에 대한 재활 수가는 없습니다. 중환자재활 의지가 있는 일부 병원에서 수가 없이 중환자재활을 하는 실정입니다."

중환자의 일상 복귀를 돕는 중환자재활이 가능하도록 수가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중환자실에서의 집중 치료는 환자를 살리는 데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치료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환자재활이 중환자실 재원 및 병원 입원 일수를 줄이고 퇴원 시 신체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중환자재활학회는 11일 세종대 대양AI센터에서 중환자재활 도입 및 수가 제정 필요성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중환자실치료후증후군'으로 퇴원 후 환자·보호자 삶의 질↓

▲대한중환자재활학회 홍석경 회장.

학회에 따르면, 상당수의 중환자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신체·인지·정서장애 후유증을 겪는 '중환자실치료후증후군'를 앓는다.

중환자실치료후증후군 환자들은 팔다리 근육쇠약으로 스스로 걷지 못하고,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 기억력 감퇴로 인해 주위 도움 없이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렵다. 우울증이나 외상후증후군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생존했는데도 불구하고 중환자실치료후증후군으로 퇴원 후에도 장기간에 걸쳐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감소한다. 

중환자재활은 많은 연구에서 중환자실 재원 및 병원 입원 일수를 줄이고 중환자실 장기 재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섬망을 감소시키며 퇴원 시 신체기능을 호전시킨다고 보고된다. 

이에 중환자재활을 하는 선진국에서는 체계적인 프로토콜 하에 재활전담 인력들이 환자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하며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환자의료 인프라는 외국에 비해 낮아 중환자재활은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안전하고 체계적인 중환자재활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가 제정이 필수라는 게 학회 주장이다. 

학회 홍석경 회장(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 교수)은 "병원에서 중환자재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정상적인 중환자재활 수가가 마련돼야 일반 중환자뿐 아니라 코로나19(COVID-19)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 놓인 중환자까지 재활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 원유희 보험이사(전북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중환자재활을 하는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수가를 받지 않고 시간을 내 중환자재활을 하고 있다. 이마저도 병원마다 인력 등 상황이 다르다"면서 "정책적으로 중환자재활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 수가가 만들어지면 중환자실에서 일정한 질의 중환자재활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학회에서 표준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환자재활이 중환자의 사망률도 낮출 수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학회 정치량 기획이사(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중환자실치료후증후군을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ABCDE 묶음치료가 중요하다. E가 조기 운동치료(Early mobilization)"라며 "ABCDE 묶음치료를 한 병원에서 사망률이 감소하고 중환자실 및 입원 일수, 인공호흡기 적용 기간 등이 감소했다. 하지만 소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 곳 병원에서 중환자재활에 따른 사망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논란이 된 배경을 설명했다.

중환자재활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을지는 논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중환자재활을 시행하지 않으므로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중환자 사망률을 낮추고 재원 및 입원 일수 등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NECA 지원받아 중환자재활 비용효과성 근거 마련 중

학회는 중환자재활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 중환자를 적극적 재활군과 재활을 받지 않은 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1년째 삶의 질 및 의료비 등을 비교한다. 목표 모집 환자는 200명으로, 결과는 내년 하반기 이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국내에서 중환자재활을 시행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표준화된 교육을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홍 회장은 "중환자재활 표준화 교육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중환자재활을 처음 시작하는 의료진 교육을 위해 제작됐다"면서 "외연적으로 중환자재활 수가 제정이 중요하다. 향후 표준화된 교육을 통해 (중환자재활이 도입·시행되는)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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