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
"가이드라인 개발은 국가 운영 대변은행 설립 위한 과정 중 하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대변이식이 질병 치료에 활용되면서 건강한 기증자의 대변을 보관하는 대변은행이 여러 국가에 설립되고 있다. 대변은행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기증받아 연구 및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최초의 대변은행은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오픈바이옴(Openbiome)'이다. 대변이식 연구와 함께 시술이 안전하고 광범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국가가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대변 기증자에게는 금전적 혜택도 지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가 관리하는 대변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장내세균치료연구회는 국내 대변이식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지침이 될 수 있는 대변이식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J Neurogastroenterol Motil 2022;28(1):28~42).

본지는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를 만나 개발 배경과 대변이식의 전망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 '대변의 대변신'…대변이식, 누가 어떻게 받나?

<2> "국가가 관리하는 '대변은행' 설립 급선무"

- 국내 대변이식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향후 대변이식 규제를 마련하기 위해 개발됐다. 최근 기증자의 대변을 담은 캡슐이 개발돼 정식적인 규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제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이에 의료진들이 규제 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대변이식과 연관된 전체 질환을 다루기보단,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된 클로스트로이데스 디피실 감염(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 CDI)에 중점을 두고 대변이식 시 고려해야 할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대변이식 관련 규제를 마련할 때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가장 많은 논의가 이뤄진 권고안은?

대변 기증자에 대한 권고안이다. 기증자 선별검사를 어디까지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기증자를 선별하기 위한 모든 검사를 가이드라인에 포함할 경우 임상에서 기증자 선별에 상당히 큰 비용이 필요하다. 모든 검사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한다면 선별검사 진행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효력이 없고 권고하는 수준이기에, 기증자가 받아야 하는 선별검사를 모두 가이드라인에 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 CDI 외에 향후 대변이식을 치료에 적용해볼 수 있는 질환은?

최근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여러 가지 질환과 연관됐다고 알려지면서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 비만, 자폐증, 파킨슨병 등 치료에 대변이식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환자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대한 대변이식의 치료 효과는 실망스러웠다. 자폐증과 비만의 경우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됐지만 아직 연구 단계 수준이다. 효과가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은 질환에 대변이식을 실험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 중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대변이식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다. 향후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대변이식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

- 2019년 미국에서 대변이식 후 사망사례가 보고돼 안전성 논란이 있었다. 대변이식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미국 대변은행인 오픈바이옴에서 문제가 됐던 사안으로, 대변이식 후 사망자의 대변 샘플을 확인한 결과 항생제 내성을 가진 대장균이 검출됐다. 당시에 기증자의 대변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대장균을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지금은 이를 검사해야 한다. 항생제 내성을 가진 대장균을 확인하고 조심한다면 대변이식은 CDI에 굉장히 유용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대변이식의 단기간 이상반응은 크게 보고되지 않는다. 복통 등 내시경 관련 이상반응 수준으로, 대부분 증상이 금방 완화된다. 장기간 안전성의 경우 미국 레지스트리 연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많은 환자가 등록된 미국 레지스트리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3~4년 후 장기 데이터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가이드라인 개정 계획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변이식 시 필요한 내용만 담은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국외 가이드라인처럼 CDI 외 질환을 포함하고 어떻게 대변이식을 진행해야 할지를 다룬 국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는 재발성 CDI 치료 시 대변이식을 진행하도록 주문한 것 외에 다른 권고안들의 근거가 많지 않았다. 대변이식 절차와 함께 어떤 제형을 어떤 경로로 주입할지에 대한 근거가 앞으로 더 마련돼야 한다. 이는 치료 효과 및 안전성과 연관된 만큼 근거가 필요하다. 추후 가이드라인에는 근거가 부족한 내용도 포괄적으로 담을 것으로 본다. 

- 국내 대변이식 진행 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현재 CDI에 대한 대변이식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고 인정비급여이다. 하지만 대변이식은 기증자 관리가 상당히 힘들다. 기증자 선별 과정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기증자의 건강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해 이를 위한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술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어 대변이식을 받으려는 환자와 보호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리하는 대변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 가장 급선무이자 최우선 과제이다.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헌혈처럼 대변을 기증받아 보관해 저렴한 비용으로 분양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대학에서 대변은행을 만들어 지원받고 있다. 본 병원도 대변은행을 만들 준비를 했으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진행하기 어려웠다.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치료에 국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추후 국가가 운영하는 대변은행 설립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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