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장내세균치료연구회 '대변이식 가이드라인' 발표
재발성 CDI 환자에게 시행…난치성·중증 CDI 환자도 고려 가능
조영석 교수 "국내에서 대변이식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도움 되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질병을 가진 수여자에게 이식하는 시술인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특정 질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구성이 건강한 사람의 일반적인 구성과 다르다고 확인되면서 대변이식은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옵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다양한 질환에 대한 대변이식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임상에서는 치료 성공률이 높은 질환에 대변이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국외 학회들은 성공적인 대변이식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실정에 맞는 대변이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면서 개발에 착수, 최종 임상 가이드라인을 Journal of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1월호를 통해 공개했다(J Neurogastroenterol Motil 2022;28(1):28~42). 

이번 가이드라인은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장내세균치료연구회가 개발을 이끌었고 소화기내과를 포함해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학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총 18가지 권고안이 가이드라인에 담겼다.

가이드라인 개발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에서 주관하는 '한국인 클로스트로이데스 디피실 감염에서 최적의 항생제 치료 비교평가연구' 과제(2020년 12월 18일~2024년 12월 31일)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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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회 이상 재발한 CDI 환자, 대변이식 권고

먼저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변이식을 최소 2회 이상 재발한 재발성 클로스트로이데스 디피실 감염(Clostridioides difficile infection, CDI) 환자에게 시행하도록 권고했다. 난치성 또는 중증 CDI 환자에게도 대변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재발성 또는 난치성 CDI 치료에 대한 대변이식의 전체 성공률은 90%로 보고될 정도로 치료 효과가 크고 안전하다. 

단, CDI 외 질환에 대한 대변이식의 유효성 결과는 혼재된 상황이다. 이에 CDI 외 질환 환자에게 대변이식을 시행하는 경우 규정을 따르거나 임상시험 목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CDI 또는 염증성 장질환 치료를 위한 대변이식을 시행한다면 발적(flare)을 주의하도록 경고했다.

대변이식이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재발성 CDI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치료옵션으로 보고됐지만 일부 환자에게서 시술 후 질병발적(disease flare)이 확인된다는 이유다. 이에 의료진은 대변이식 후 염증성 장질환 발적 가능성을 인지하고 환자에게 이러한 위험을 알리도록 했다. 

대변 기증자 선별 위해 건강·위장관 상태 확인해야

대변 기증자 선별은 대변이식의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변 기증자 선별을 위해 임상평가와 혈청검사, 대변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건강 및 위장관 상태를 확인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그리고 기증자는 2~3개월마다 동일한 임상평가와 혈청 및 대변검사를 반복해서 받도록 주문했다.

모든 기증자의 대변 기증 과정은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기증 후보자는 기증 혜택 및 위험을 충분히 숙지한 후 서면동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증자 선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기증 적합성 인터뷰로 △감염병 병력 또는 위험요인 △장내 세균총 교란과 연관된 잠재적 질환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약물 등을 확인하도록 명시했다.

수여자, 대변이식 전 최소 24시간 동안 항생제 중단

대변이식을 받는 CDI 수여자는 대변이식 시행 최소 24시간 전 항생제 복용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항생제가 대변이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어 이식한 미생물의 생착을 촉진하고 안전하게 대변이식을 진행하기 위해 대변이식 전 장세척을 진행하도록 제안했다. 

다만 장세척은 삼킴이 어렵거나 체내 분비물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흡인(aspiration) 위험이 높은 환자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와 균형을 맞추도록 주문했다. 

대변이식 시 최소 대변량 30~50g…캡슐도 활용 가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변이식 시 필요한 최소 대변량은 30~50g으로 정리했다. 

가능하다면 대변 조제물은 대변은행 또는 전문기관에서 제조한 대변이식용 냉동대변(frozen stool)을 사용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다.

아울러 엄격하게 선별된 신선대변(fresh stool)을 대변이식에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삼킴 어려움이 없는 경우 기증자의 대변을 담은 캡슐을 대변이식에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먹을 수 있는 캡슐은 대변이식을 위한 유망한 제형으로, 현재까지 흡인을 포함한 심각한 이상반응은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 단, 캡슐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변 주입 경로는 가능하다면 초기에 대변 현탁액을 우결장에 대장내시경으로 주입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대장내시경을 통한 대변이식이 적합하지 않을 경우 대변이식 관장(enema)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임상적으로 적합할 시 상부위장관 주입을 통한 대변이식을 시행할 수 있으나, 역류 또는 흡인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상부위장관 주입을 피하도록 했다. 

대변이식 후 위장관계 합병증 흔하지만 자가회복돼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변이식 전 환자에게 시술 절차 및 세균총 이식과 관련된 가능한 이상반응을 알리도록 강하게 피력했다. 단, 대변이식은 면역저하자 또는 장기이식 환자의 재발성 CDI 치료에 안전하다고 보고된다고 기술했다.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대변이식 후 일반적으로 확인됐고 즉시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은 위장관계 합병증으로, 설사, 복부불편·통증·경련, 구역·구토, 장내가스 등이 있다. 대부분 증상은 자가회복됐고 며칠 이내에 사라졌다. 

이와 함께 하부위장관을 통한 대변이식의 전체 이상반응 위험이 상부위장관보다 낮다고 판단했다.

대변이식 후 효능·이상반응 평가 위한 추적관찰 필요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변이식 후 의료진이 모든 수여자의 치료 효능, 질환 재발, 이상반응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추적관찰을 시행하도록 강하게 권고했다. 

대변이식 후 첫 주는 증상 소실 및 단기간 이상반응을 확인해야 하며 특히 CDI 환자에게 이를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1차 예후 평가는 대변이식 후 최소 8주에 시행하도록 주문했다. 

가이드라인 개발을 이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CDI 환자가 많지 않지만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를 임상에서 종종 볼 수 있다"며 "이들은 대변이식으로 CDI를 치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에서 대변이식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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