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0세 미만 젊은 나이 발생 당뇨병 유병률 증가세
젊은 당뇨병 환자, 고령보다 합병증 위험 높아
美학계, 당뇨병 선별검사 시작 나이 낮춰…국내도 조정 위한 논의 예정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노인 만성질환으로 여겨졌던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이 젊은 성인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40세 미만의 젊은 나이에 발생한 당뇨병(이하 젊은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젊은 성인은 당뇨병 악화 가능성이 크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조기진단과 함께 조기·적극적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미국 학계는 젊은 당뇨병 환자를 조기진단하고자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에 변화를 줬다. 국내에서도 향후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조정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나이 발생 당뇨병, 비만과 연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국가는 40세 미만의 젊은 당뇨병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진단 나이도 어려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팩트시트에 의하면, 2014년 30대 당뇨병 유병률은 남성 3.1%, 여성 2.1%였고 2018년에는 각 3.7%와 2.7%로 2014년 대비 증가했다.

2018년 발표된 중국의 20·30대 당뇨병 유병률도 2008년 3.2%에서 2013년 5.9%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당뇨병 발생기전은 고령과 비슷하지만, 인슐린 저항성 및 베타세포 기능부전이 심하고 빠르게 악화되는 특징을 보인다. 

젊은 당뇨병은 과체중 또는 비만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게 정설이다. 비만은 당뇨병 위험요인 중 하나로, 역학연구들은 비만한 젊은 환자군의 당뇨병 유병률이 높다고 결론을 내린다.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05~2014년 10~29세 비만 인구의 당뇨병 유병률은 2.1%로 같은 나이의 비만하지 않은 인구(0.3%)와 비교해 7배 더 높았다.

또 젊은 당뇨병 환자 80~92%가 비만하지만 고령에서는 56%에 불과하다고 보고된다. 이와 함께 체질량지수(BMI)와 당뇨병 진단 나이는 역상관관계를 보여, BMI가 높을수록 진단 나이가 어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Ther Adv Chronic Dis 2014;5(6):234~244).

아울러 신체활동량 감소,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력, 임신성 당뇨병, 모체의 영향 결핍 또는 과다 등 태아기 자궁 내 환경, 좋지 않은 식습관 등도 젊은 당뇨병과 연관된 요인이다. 

젊은 환자 유병기간 길어 고령보다 합병증 위험 높아

젊은 당뇨병 환자는 질환을 앓고 살아야 할 유병기간이 길어 고령보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 30개 국가에서 이뤄진 26개 관찰연구를 체계적으로 문헌고찰한 결과, 당뇨병 진단 나이가 많을수록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대혈관 또는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감소했다.

즉 당뇨병 진단 시기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대혈관 또는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은 역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와 함께 젊은 당뇨병 환자는 고령 환자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에 더 노출돼 있고, 혈당을 잘 관리할지라도 동일한 연령의 1형 당뇨병 환자 대비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다. 

특히 여러 가지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동반한 젊은 당뇨병 환자가 평생 고혈당에 노출될 경우 혈관합병증 위험이 크게 높아져 삶의 질이 낮아지고 조기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당뇨병 발생을 늦추기 위한 예방전략과 함께 이미 진단된 환자들의 혈당 및 심혈관질환 위험요인을 개선하기 위한 조기·지속적 중재전략이 사망 또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ADA 선별검사 나이 '40세→35세'…국내도 달라질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젊은 당뇨병 환자 증가세와 장기적 위험에 따라 미국에서는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미국질병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당뇨병 증상이 없고 35~70세인 과체중 또는 비만한 성인의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를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낮췄다.

선별검사로 당뇨병전단계를 확인하면 생활습관 교정으로 당뇨병을 예방하고 체중과 혈압, 지질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즉 당뇨병전단계와 당뇨병의 임상 경과는 조기 개입을 통해 바꿀 수 있으며, 새로운 항당뇨병제 치료로 혈당 관리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만성 콩팥병과 심혈관질환 등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USPSTF보다 더 강화된 선별검사 권고안을 '2022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을 통해 발표했다(Diabetes Care 2022;45(Supplement_1):S4~S7).

ADA는 비만 등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모든 성인의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를 기존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를 낮춰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은 "우리나라의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비만 환자가 늘고 젊은 당뇨병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이드라인의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은 2년 간격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내년에 개정판을 발표할 계획이다. 당뇨병 선별검사 나이를 35세로 낮춰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내 치료 참여율 낮아…"합병증 예방 위해 지속 치료 중요"

당뇨병전단계 및 당뇨병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와 함께 진단된 환자의 조기치료도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축 중 하나다. 기대수명이 긴 젊은 당뇨병 환자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승환 교수(내분비내과)는 "젊은 당뇨병 환자는 오랜 기간 고혈당에 노출돼 합병증 위험이 높다"며 "합병증은 당뇨병 발생 10~15년 후에 나타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20·30대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은 40·50대에 발생하게 된다. 사회활동이 많은 연령인데 합병증 때문에 여러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으므로, 합병증 예방을 위해 조기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조선대병원 류소연 교수(예방의학교실)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30대 젊은 당뇨병 환자의 치료 참여율은 60%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질병관리청의 2016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만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2만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당뇨병 치료 여부 등을 조사한 결과다. 

특히 30대를 기준으로 40대 당뇨병 환자의 치료 참여 가능성은 2.8배, 50대는 4.5배, 60대는 4.2배, 70세 이상은 6.1배 높아, 나이가 많을수록 치료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젊은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을 때부터 관리해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막을 수 있으므로 조기부터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임상에서는 젊은 당뇨병 환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환 교수는 "젊은 층은 사회생활로 바쁘고 당뇨병의 초기 증상이 없어 질환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임상에서는 젊은 당뇨병 환자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사회적으로 질환에 대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젊은 당뇨병 환자 대상의 연구가 많지 않다. 향후 젊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따른 예후와 합병증 예방 가능성 등을 평가한 연구가 이뤄진다면 환자 교육 시 의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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