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이어 로사르탄 불순물 검출로 회수 조치
제약업계·개원가, 불만 고조..."식약처만 살자는거냐"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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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최근 항고혈압약 원료 성분에서 잇따라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 조치를 내리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제약업계와 개원가에서는 식약처가 책임 회피를 위해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7일 식약처는 항고혈압제 로사르탄 성분에서 아지도(Azido) 불순물이 검출돼 241개 품목에 대한 전량 회수조치를 내렸다. 다만, 54개 품목은 일부 제조번호만 회수되며, 11개 품목은 불순물이 초과로 검출되지 않아 정상 판매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로사르탄 성분 함유 의약품 중 아지도 불순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 결과, 1일 섭취 허용량 1.5㎍/일을 초과했으나, 인체 위해 우려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아지도 불순물 1일 섭취 허용량이 초과 검출된 로사르탄 의약품을 복용한 대다수 환자의 건강상 영향을 평가한 결과, 추가적인 암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은 수준인 10만명 중 0.5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시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의약품 복용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된다며, 복용 여부와 재처방 필요성은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회수 책임은 업체...회피용 꼼수 목소리↑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불순물 검출 의약품의 회수 책임을 업체에 둔 '자진회수' 입장을 취하고 있어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발사르탄 NDMA 사태를 경험한 이후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발사르탄 NDMA 사태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사에 구상금을 청구함녀서 소송이 진행됐는데, 당시 식약처는 법원에 NDMA 위해도 관련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관련 자료를 제출한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는 '불에 탄 고기'보다 발암 가능성이 낮고, 문제가 된 품목을 1일 최고 용량인 100mg씩 3년 동안 복용해도 추가적인 발암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식약처가 회수 명령을 내려 수거한 의약품에 대해 위해도가 낮다고 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로사르탄 사태도 당시와 유사한 모습이다. 아지도 불순물 역시 인체에 유해한 정도가 낮지만 회수 당위성을 위해 제약업계에 자진 회수 방식을 택하도록 함으로써 책임을 제약업계에 전가했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자진회수 조치는 행정처분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강제적 조치로 볼 수 있다"며 "자진회수는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식약처가 책임을 지지 않게끔 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불순물 검출 기준이 강화되고, 검사 기술이 발달하면서 아지도 뿐 아니라 향후 불순물 검출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무조건적인 회수 조치가 아니라 식약처가 불순물의 인체 유해 정도를 평가해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아지도 불순물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불순물이 검출됐다면 제약사와 도매업체, 의료계에 회수에 따른 업무 부담을 지울 게 아니라 유해하지 않다는 걸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비의도적 불순물에 대해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도 커지는 불만 목소리..."결국 피해는 국민 몫"

의료계는 식약처의 이같은 행정 처리에 대한 피해는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식약처의 입장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개원가에서는 로사르탄 성분 항고혈압제를 복용 중인 환자들에게 다른 성분의 약제를 처방해야 할지, 같은 성분이지만 회수조치가 되지 않은 약제를 처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실제 한 개원의는 환자들에게 로사르탄 성분 항고혈압제에서 불순물이 검출돼 다른 약제로 바꿔야 하며, 이 때문에 혈압 조절이 잘 안 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다른 개원의는 독감 백신접종 때문에 바빠 회수조치 항고혈압제를 기존대로 처방했다가 환자에게 다시 연락해 처방 변경을 안내했다고 했다. 

한 개원의는 "식약처가 검출된 불순물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하면서도 회수 조치를 내림으로써 골치 아픈 상황이 연출됐다"며 "발사르탄 NDMA 검출 사태 당시 수많은 욕을 먹었던 식약처가 면피를 위한 '선제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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