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연구 심부전 위험군 3만명 대상, 아스피린-심부전 연관성 분석
아스피린 복용군, 비복용군보다 심부전 위험 1.26배↑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에서 입지가 작아지는 가운데 오히려 심부전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돼 논란이 예상된다.

ESC Heart Failure 11월 22일자 온라인판에는 등록 당시 심부전이 없으나 위험군인 성인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치료에 따른 심부전 위험을 평가한 연구가 실렸다.

분석은 기존에 발표된 6개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최종 결과에 의하면, 아스피린 복용군의 심부전 위험은 복용하지 않은 군보다 1.26배 유의하게 높았다. 이 같은 위험은 다른 위험요인과 관계없이 나타났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심부전 위험군을 대상으로 아스피린이 심부전 위험을 높임을 보고한 첫 연구다. 이에 따라 심부전 고위험군에게는 아스피린 처방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스피린, 심부전 발생에 미치는 영향 불명확

최근 연구에서 아스피린은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혜택이 거의 없다고 정리됐다. 

2019년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위험군을 제외한 심혈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은 심장마비, 뇌졸중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지난달 60세 이상의 고령에게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의 아스피린 복용을 비권고했고, 40~59세인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라면 개별적으로 치료 결정을 내리도록 주문했다.

그러나 아스피린이 심부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예로 새롭게 심부전이 발생한 환자 1만 2277명이 포함된 덴마크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인한 입원 등 복합 목표점 사이에는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 위험은 아스피린 복용 시 1.25배 의미 있게 높았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벨기에 루벤대학 Jan A. Staessen 교수는 "흥미롭게도 덴마크 연구에서 아스피린 복용이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 위험 증가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스피린 치료의 불확실성은 현재 가이드라인 권고안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HOMAGE, 1000인년당 심부전 발생률 

아스피린군 14.5명 vs 비복용군 5.9명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등록 당시 심부전이 없었던 위험군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치료와 심부전 발생의 연관성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연구는 HOMAGE(Heart 'Omics' in AGEing)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이뤄졌다. 데이터베이스에는 21개 연구의 4만 6437명 참가자 데이터가 수집됐다. 이 중 시간에 따른 심부전 발생 정보가 없고 심부전을 앓고 있었던 환자를 제외하고 총 6개 연구에서 40세 이상의 3만 827명 심부전 위험군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6개 연구 중 모델식 개발용 데이터(derivation data set)로 ASCOT을, 타당성 검토용 데이터(validation data set)로 △FLEMENGHO △HEALTH ABC △HULL LIFE LAB △PREDICTOR △PROSPER 등을 활용했다. 

등록 당시 아스피린 외 항혈전제를 투약한 참가자는 없었다. 전체 환자군에서 여성은 33.9%를 차지했고 평균 나이는 66.8세였다.

고혈압 환자는 85.5%였고 81.7%가 항고혈압제를 복용했다.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방세동 등 과거력이 있는 참가자는 각 2.8%, 26.4%, 9.6%, 1.1%였다. 

등록 당시 아스피린 복용군은 24.9%(7698명)였다. 추적관찰 5.3년(중앙값) 동안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심부전은 1330명에게서 발생했다. 

심부전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당 아스피린 복용군 14.5명, 비복용군 5.9명이었다.

성별, 나이, 체질량지수(BMI), 흡연력, 혈압, 심혈관질환 과거력 등 위험요인을 보정해 평가한 결과, 아스피린 복용군의 심부전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1.26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26; 95% CI 1.12~1.41).

게다가 아스피린 복용군의 심부전 위험은 모델식 개발용 데이터를 분석하면 1.33배, 타당성 검토용 데이터를 평가하면 1.17배 의미 있게 상승했다. 

이 같은 결과는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거나 첫 2년 이내에 심부전이 발생하지 않은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심혈관질환 과거력이 없는 아스피린 복용군의 심부전 위험은 1.27배, 첫 2년 이내에 심부전이 발생하지 않은 아스피린 복용군은 1.23배 유의하게 높았다. 

Staessen 교수는 "심혈관질환 과거력과 관계없이 심부전 위험군에서 아스피린 치료는 심부전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며 "결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 관찰연구는 심부전 위험군이거나 심부전 환자에게 아스피린을 주의해서 처방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결과 도발적이나…무작위 연구 데이터에서 확인 필요"

이번 연구는 심부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아스피린 치료가 심부전 위험 증가와 연관됐음을 보고한 첫 대규모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본 연구의 가설을 검증할 목적이 아니었던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한 점은 가장 큰 제한점으로 꼽힌다. 또 등록 당시 데이터만 활용 가능해, 추적관찰 동안 참가자들이 복용한 약물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많은 환자가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자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Deepak L. Bhat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작위 연구가 아닌, 6개 연구를 통합분석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과는 도발적(provocative)이지만, 이미 완료된 아스피린의 무작위 연구 데이터베이스에서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데이터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에 앞서, 한 가지 장애물은 축적된 무작위 데이터에서 아스피린과 심부전 발생 사이의 연관성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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