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USPSTF, 고령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아스피린 비권고
ASPREE 2차 분석 결과, 아스피린군 주요 출혈 없이 빈혈 위험 20%↑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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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해 미국질병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 판단에 따라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힘을 잃은 아스피린이 다시 고비를 맞았다.

건강한 고령자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심각한 출혈 없이 빈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심혈관질환 1차 예방 측면에서 아스피린 무용론에 쐐기를 박은 ASPREE 연구 2차 분석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한 고령자는 주요 출혈 위험 없이 빈혈 위험이 20% 증가했다.

이번 결과는 고령자가 아스피린을 복용 중이라면 빈혈 관리를 위해 헤모글로빈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는 Annals of Internal Medicine 7월호에 실렸다(Ann Intern Med 2023 Jul;176(7):913~921).

美USPSTF "60세 이상, 1차 예방약으로 아스피린 순이익 없어"

USPSTF는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자는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USPSTF는 아스피린 이익 측면에서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으나 위험이 높은 40세 이상 성인은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등 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에 적은 혜택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거에 따르면 절대 이익 정도는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을수록, 평생 이익 정도는 젊은 나이에 복용을 시작할수록 컸다.

특히 아스피린이 위장관출혈, 두개내출혈, 출혈성 뇌졸중 등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가 충분하다고 명시했다. 게다가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위험 정도는 전반적으로 작더라도 고령, 특히 60세 이상에서 높다는 게 USPSTF 설명이다.

이에 따라 USPSTF는 중간 정도의 확실성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40~59세 성인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치료의 순이익이 적다고 결론 내렸다.

또 60세 이상 고령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는 것은 순이익이 없다고 중간 정도의 확실성으로 정리했다.

아스피린군, 페리틴 농도 감소 가능성 11.5%↑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USPSTF 지적과 같이 아스피린은 주요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철분 결핍과 빈혈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지 않다. 

ASPREE 2차 분석은 저용량 아스피린이 빈혈 발생과 헤모글로빈 그리고 체내 저장 철인 페리틴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진행됐다. 

ASPREE 무작위 대규모 연구에는 호주와 미국에 거주 중인 70세 이상 또는 미국 내 65세 이상의 흑인 및 히스패닉계 고령자 1만 9114명이 모집됐다. 이들은 심혈관질환, 치매, 장애 등을 동반하지 않았다. 전체 참가자는 저용량 아스피린 100mg 1일 1회 복용군(아스피린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배정됐다.

헤모글로빈 농도는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매년, 혈청 페리틴 농도는 등록 당시 및 무작위 배정 이후 3년째에 측정했다. 

그 결과, 빈혈은 1000인년(person-years)당 아스피린군 51.2건, 위약군 42.9건 발생했고 5년 이내 빈혈 발생 확률은 각 23.5%와 20.3%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평가한 아스피린군의 빈혈 위험은 위약군 대비 1.2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20; 95% CI 1.12~1.29).

이어 혈청 페리틴 농도를 측정한 7139명 중 3년째 페리틴 농도가 45㎍/L 미만인 비율은 아스피린군이 13%(465명)로, 위약군 9.8%(350명)보다 낮았다. 아스피린군의 평균 페리틴 농도 감소 가능성은 위약군보다 11.5%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SPREE 연구에서는 아스피린의 주요 출혈 위험이 드러난 바 있다. 주요 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군이 1000인년 당 8.6건으로, 위험은 위약군(6.2건) 대비 1.38배 높았다(HR 1.38; 95% CI 1.18~1.62).

이번 2차 분석에서는 주요 출혈이 없는 경우 아스피린 영향을 정량화해 민감도 분석을 시행했고, 그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이 빈혈 위험을 높임을 재확인했다. 이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빈혈이 임상적으로 명백하지 않은 출혈 때문에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결과에 따라 임상에서는 심혈관질환 등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지만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고령자에게 아스피린이 최선의 치료옵션인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진행한 호주 모나시대학 Zoe McQuilten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주요 출혈과 독립적으로 고령의 빈혈 발생 및 페리틴 농도 감소 가능성과 연관됐다"며 "아스피린은 고령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이 아닌 2차 예방 전략임을 뒷받침한다. 임상에서는 아스피린을 복용 중인 고령자를 대상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미국국립보건원(NIH)과 호주 국립보건의료연구위원회가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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