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인·서양인, 아스피린 1차 예방 효능·위험 평가 연구 메타분석
아스피린 복용 시 주요 출혈 위험,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높아
"한국인에게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 치료 정당화 어려워"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출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아스피린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입지를 잃어가는 가운데,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에서 특히 처방에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용량 아스피린(1일 100mg 이하 용량, 이하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효능을 평가한 무작위 연구를 메타분석해 인종에 따라 비교한 결과, 동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주요 출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 서양에서 아스피린을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인에게도 같은 목적으로 처방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상대병원 김록범(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중앙대 광명병원 정영훈(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CC: Asia 9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 지위 잃어가는 아스피린

오랫동안 대표적 항혈전제로 자리 잡은 아스피린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 주요 무작위 연구에서 아스피린의 심혈관질환 1차 예방 혜택이 적고 출혈 위험이 높다고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질병예방서비스태스크포스(USPSTF)는 60세 이상의 고령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목적으로 아스피린 복용을 시작하면 안 된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Grade D).

40~59세는 10년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인 고위험군이라면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고려할 수 있으나 치료 결정은 개별적으로 이뤄지도록 주문했다(Grade C).

그러나 심혈관질환 유병률과 이로 인한 사망 위험은 인종에 따라 다르게 보고된다. 특히 동아시아인은 서양인과 같은 항혈전제를 사용해도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낮고 출혈성 뇌졸중 발병률이 높은 등 다른 치료반응을 보인다. 

이 같은 차이를 고려해 이번 메타분석은 인종에 따라 심혈관질환 1차 예방약으로서 아스피린의 혜택과 위험을 평가하고자 이뤄졌다.

주요 출혈 위험, 서양인 1.45배 vs 동아시아인 2.48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타분석에는 2021년 12월 31일까지 증상성 심혈관질환이 없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의 효능을 평가한 무작위 연구 11개가 포함됐다.

2개 무작위 연구에는 동아시아인 1만 7003명, 9개 무작위 연구에는 서양인 11만 7467명이 참여했다. 

평가 목표점은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두개내출혈 또는 위장관계 출혈 등 주요 출혈 등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아스피린 비복용군(대조군)과 비교한 아스피린 복용군(아스피린군)의 MACE 예방 효과는 동아시아인과 서양인이 비슷했다.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MACE 발생 위험은 동아시아인이 13%(RR 0.87; 95% CI 0.71~1.05) 낮은 경향을 보였고, 서양인은 10%(RR 0.90; 95% CI 0.85~0.95) 낮았다(P interaction=0.721)

구체적으로 동아시아인에서 아스피린군은 대조군보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36% 의미 있게 낮았다(RR 0.64; 95% CI 0.43~0.96). 서양인에서 아스피린군은 대조군보다 MACE 및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10%(RR 0.90; 95% CI 0.83~0.98),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이 11%(RR 0.89; 95% CI 0.81~0.98) 유의하게 낮았다.

동아시아인과 서양인의 MACE 예방 효과가 큰 차이가 없었던 것과 달리, 주요 출혈 위험은 동아시아인이 더 높다고 조사됐다.

대조군 대비 아스피린군의 주요 출혈 발생 위험은 서양인이 1.45배(RR 1.45; 95% CI 1.26~1.66) 높았고, 동아시아인은 이보다 높은 2.48배(RR 2.48; 95% CI 1.86~3.30) 증가를 보였다(P interaction=0.001).

동아시아인의 주요 출혈 발생 위험 증가에는 위장관계 출혈이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스피린군의 위장관계 출혈 발생 위험은 동아시아인이 3.29배(RR 3.29; 95% CI 2.26~4.80), 서양인이 1.56배(RR 1.56; 95% 1.29~1.88)로 차이를 보였다(P interaction<0.001).

아울러 아스피린군과 대조군 간 MACE 및 주요 출혈을 함께 분석한 위험 차이(risk differences)는 1000인년당 동아시아인 8.04명, 서양인 0.72명으로 나타났다. 1건의 위험이 나타나기 위한 최소 치료 환자수(NNH)는 각 124명과 1389명으로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위험 대비 혜택이 적었다.

결과적으로, 아스피린은 동아시아인과 서양인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MACE 위험을 줄이는 혜택을 보였다. 그러나 주요 출혈, 특히 위장관계 출혈 위험은 아스피린을 복용한 동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높았다. 

종합하면 인종에 관계 없이 아스피린의 혜택보다 위험이 더 컸으며, 이는 동아시아인에서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 아스피린을 주의해 처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출혈 고위험군에게 아스피린을 투약해야 할 경우 출혈 위험을 낮추기 위해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사용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를 진행한 정영훈 교수는 "동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위장에 염증이 유발돼 아스피린 복용에 따른 위장관계 출혈 위험이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여기에 음주, 흡연,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복용 등 위험요인이 더해져 출혈 위험이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스피린을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기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앞으로 스타틴을 기반으로 어떤 약제가 아스피린 자리를 대체할지가 이슈"라며 "심혈관질환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투약하는 것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 정당화하기 어렵고, 꼭 사용해야 한다면 위장관계 출혈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향후 아스피린을 대체할 수 있는 항혈전제를 확인하는 임상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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