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EASD '성인 1형 당뇨병 관리' 전문가 합의 권고안 발표
1형 당뇨병 추정 성인에서 질환 판단 위한 진단 알고리즘 공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미국과 유럽 당뇨병 전문가들이 1형 당뇨병이 발생한 성인 환자의 오진을 줄이고자 의기투합했다. 

그동안 1형 당뇨병은 '소아' 당뇨병으로, 2형 당뇨병은 '성인' 당뇨병으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성인에서도 1형 당뇨병이 새롭게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조사되면서 1형 당뇨병은 소아뿐 아니라 성인 모두에서 발생한다고 여겨진다.

이에 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는 1형 당뇨병 발생이 의심되는 성인에서 1형 또는 2형 당뇨병을 진단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담은 '성인 1형 당뇨병 관리' 전문가 합의 권고안(Consensus Report)을 발표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새롭게 1형 당뇨병이 발생한 성인은 질병 기간이 1~4주로 짧거나 천천히 진행돼 2형 당뇨병으로 잘못 판단될 수 있고, 단일 유전성 당뇨병(monogenic diabetes)도 1형 당뇨병으로 오진될 수 있다. 이번 권고안은 이 같은 문제를 반영, 성인의 정확한 당뇨병 유형 진단을 위해 마련됐다.

권고안 초안은 6월 열린 미국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ADA 2021)에서 발표됐고, 지난달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린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1)에서 최종본이 공개됐다.

발표와 동시에 Diabetologia(Diabetologia 2021 Sep 30:1~44)와 Diabetes Care(Diabetes Care 2021 Sep 30:dci210043) 9월호에 실렸다. 전문가 합의 권고안 개발에는 미국과 유럽의 1형 당뇨병 전문가 14명이 참여했다. 

30세 후 1형 당뇨병 발생 성인 40%, 초기 2형 치료받아

권고안 개발그룹의 공동의장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Anne L. Peters 교수는 "성인 1형 당뇨병 관리지침이 있을지라도, 광대한 가이드라인의 일부분으로 포함됐다"며 "또 대부분 2형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이 유래됐다"고 설명했다.

성인 1형 당뇨병 진단 알고리즘이 필요한 이유는 새롭게 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이 1형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체질량지수(BMI)가 낮거나 정상인 고령 또는 BMI가 높은 젊은 성인과 같이 1형과 2형 당뇨병을 모두 지칭하는 특징이 있다면 1형 당뇨병 식별이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1형 당뇨병의 질병특징으로 간주됐던 케톤산증은 케톤증 경향 2형 당뇨병(ketosisprone type 2 diabetes)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로 인해 임상에서는 성인 1형 당뇨병을 오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권고안에 의하면, 성인에서 1형 당뇨병 오진은 흔하고 30세 후 1형 당뇨병이 발생한 성인의 약 40%가 초기에 2형 당뇨병으로 판단돼 관련 치료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하나의 유전자가 변이돼 당뇨병이 발생하는 단일 유전성 당뇨병 성인 환자에서 1형 당뇨병 식별도 필요하다. 

단일 유전성 당뇨병은 30세 전 당뇨병을 진단받은 약 4%에게서 확인된다고 보고된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1형 당뇨병으로 오진할 수 있다. 

섬세포 자가항체 검사→음성이면 나이에 따른 진단 과정 제시

이 같은 진단 어려움을 반영해 권고안에서는 새로운 1형 당뇨병 환자로 추정되는 성인에서 질환을 판단하기 위한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제시했다. 

▲새로운 1형 당뇨병으로 추정되는 성인에서 진단 알고리즘. ADA·EASD '성인 1형 당뇨병 관리' 전문가 합의 권고안 알고리즘 재구성(Diabetologia. 2021 Sep 30:1~44; Diabetes Care 2021 Sep 30:dci210043).
▲새로운 1형 당뇨병으로 추정되는 성인에서 진단 알고리즘. ADA·EASD '성인 1형 당뇨병 관리' 전문가 합의 권고안 알고리즘 재구성(Diabetologia. 2021 Sep 30:1~44; Diabetes Care 2021 Sep 30:dci210043).

먼저 1형 당뇨병 의심 환자는 단일 임상적 특징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권고안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을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은 △진단 시 35세 미만 △BMI 25kg/㎡ 미만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케톤산증 △혈당 20mmol/L 이상 등이 있다. △산증이 없는 케톤증 △삼투성 증상 △가족력 △자가면역질환 병력 등 1형 당뇨병과 연관된 전통적 특징은 질환 식별에 활용하기엔 약하다고 평가됐다.

1형 당뇨병으로 추정되는 성인은 진단을 위한 첫 단계로 섬세포 자가항체(islet autoantibodies) 검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양성이라면 1형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섬세포 자가항체 검사가 음성이지만 여전히 1형 당뇨병이라고 추정되는 5~10% 환자의 경우, 나이를 기준으로 진단 과정을 달리 제시했다. 

35세 미만이고 단일 유전성 당뇨병 특징이 있다면 췌장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C-펩타이드 검사를 진행, 200pmol/L 미만이면 1형 당뇨병으로 진단하도록 주문했다. 200pmol/L 이상이면 단일 유전성 당뇨병 진단을 위한 유전자 검사가 권장된다.

35세 미만이고 단일 유전성 당뇨병 특징이 없으며 2형 당뇨병 징후도 없다면 1형 당뇨병으로 진단하도록 명시했다. 2형 당뇨병 특징에는 △BMI 25kg/㎡ 이상 증가 △체중 감소가 없음 △케톤산증이 없음 △현저하지 않은 고혈당 등이 해당된다.

이어 35세 이상 성인 또는 35세 미만이고 단일 유전성 당뇨병 특징이 없으나 2형 당뇨병 징후가 있지만 분류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성인은 3년 이상 경과 후 C-펩타이드 검사를 고려하도록 했다.

C-펩타이드 검사 결과에 따라 △200pmol/L 미만은 1형 당뇨병 △600pmol/L 초과는 2형 당뇨병으로 진단하도록 명시했다. 

C-펩타이드 200~600pmol/L는 1형 당뇨병 또는 어린 나이지만 성인형 당뇨병 형태가 나타나는 MODY(maturity-onset diabetes of the young) 환자에게서 확인된다. 하지만 인슐린 치료를 받은 2형 당뇨병, 특히 BMI가 낮거나 정상 또는 질환이 장기간 지속된 환자에게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해당 농도에 따라 질환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5년 후 C-펩타이드 검사를 다시 고려하도록 주문했다. 

권고안 개발에 참여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J. Hans DeVries 교수는 "성인에서 당뇨병 유형이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흔해, 진단 알고리즘이 필요했다"며 "이번 알고리즘은 백인 유럽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련됐으며 1형 당뇨병이 추정되는 성인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저자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M. Sue Kirkman 교수는 "유럽인의 관점에서 제시한 알고리즘이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1형 또는 2형 당뇨병이 명확하지 않은 성인을 위한 진단 가이드를 제시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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