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플리주맙, 1형 당뇨병 지연 가능성 제시
GAD-alum·레미젠 등 후보물질 백신·재생의료 접근법 모색
“고위험군에게 활용가치 있을 것”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최근 면역치료제가 1형 당뇨병의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주자는 ‘테플리주맙’이다. 이 약물은 CD3 작용기전을 바탕으로 1형 당뇨병 발병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GAD-alum’, ‘레미젠’, ‘5MCAR’ 등 후보물질들도 백신∙재생의료∙키메릭항원수용체(CAR)-T 세포 치료제 등 형태로 1형 당뇨병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질환의 지연 또는 완치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치료지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전문가는 테플리주맙 등 면역 관련 제제가 1형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미 발병한 환자에 대해선 최선책이 아닐 것으로 진단했다.

치료지형 변화 주도할 테플리주맙, 발병 지연 효과

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베타세포의 파괴는 인슐린 분비량 감소로 이어진다.

치료에는 인슐린이 활용된다. 속효성, 중간형, 지속형, 혼합형 등 여러 종류의 인슐린과 더불어 인공췌장과 같은 의료기기가 대안으로 제시된다. 모두 질환의 유지∙관리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이다.

이런 상황에서 면역을 활용해 질환의 지연 또는 완치를 목표로 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주자는 항CD3 제제 테플리주맙이다. 이 약물은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CD8 T세포를 탈진시켜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평가된다.

효능은 임상2상 At-Risk TN-10 연구에서 평가됐다. 해당 연구는 1형 당뇨병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7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고위험군의 기준은 당뇨병 관련 자가항체가 있는 가족 또는 친척 중 1형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로 정의됐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을 테플리주맙 투여군 또는 위약군에 배정해 경과를 관찰했다. 1차 목표점은 1형 당뇨병 진단까지 걸린 기간이었다.

그 결과 1형 당뇨병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테플리주맙 투여군 48.4개월, 위약군 24.4개월이었다.

1형 당뇨병 진단율은 테플리주맙 투여군 43%, 위약군 72%로 집계됐다. 연간 1형 당뇨병 진단율은 테플리주맙 투여군 14.9%, 위약군 35.9%로 조사됐다..

베타세포의 인슐린 분비능을 평가하는 C펩타이드 수치도 테플리주맙 투여군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C펩타이드 예측능력(AUC)은 테플리주맙 투여군 1.94pmol/ml, 위약군 1.72 pmol/ml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테플리주맙은 올해 미국에서 허가심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약동학 데이터 등에 대한 보완을 요청받으며 후일을 도모하는 상황이다. 약효에 대한 지적은 없었던 만큼 조만간 재도전이 예상된다.

백신∙재생의료∙CAR-T 등 다양한 형태의 치료법 모색

면역을 활용한 치료제 후보물질들은 다양한 형태로 1형 당뇨병을 공략하고 있다.

GAD-alum은 GAD65 단백질 재조합 면역치료제다. 면역 관용을 늘려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기전에 따라 1형 당뇨병 백신으로 불린다. 주성분인 GAD65는 1형 당뇨병의 주요 자가항원으로 베타세포에 발현한다.

해당 약물은 임상2상 DIAGNODE-2 연구에서 1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능이 평가됐다. 참여자들은 유병기간이 6개월 이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GAD-alum(+비타민D)은 위약(+비타민D)에 견줘 C펩타이드 보전율을 높이지 못했다.

하지만 HLA DR3-DQ2 유전자를 보유한 환자군에선 GAD-alum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C펩타이드 보전율이 우수했다. 이 결과를 참고로 GAD-alum은 임상3상에서 HLA DR3-DQ2 유전자를 가진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효능이 평가된다.

레미젠은 화학적 합성 과정을 거친 GABA 성분의 재생∙면역조절 제제다. 전임상에선 베타세포의 기능을 촉진하는 결과를 남겼다.

효능은 임상1/2상 ReGenerate-1 연구에서 검증되고 있다. 이 연구는 1형 당뇨병 환자 36명을 상대로 실시된다. 참여자들은 병력이 5년 이상으로 인슐린 분비능 저하가 심각한 상태다. 이런 점에서 레미젠이 보일 효능에 관심이 쏠린다.

CAR-T 세포를 이용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미국 아리조나대 연구팀은 유전적 가공을 통해 5개 모듈의 CAR-T세포 ‘5MCAR’를 고안했다. 취지는 ‘1형 당뇨병을 야기하는 T세포를 표적할 또 다른 T세포를 만들자’였다.

5MCAR은 1형 당뇨병 쥐모델에서 췌장에 침투하는 T세포를 제거해 질환 발생을 예방했다. 이런 가능성을 바탕으로 자가면역질환의 예방에 대한 효과가 평가될 예정이다.

“테플리주맙, 고위험군에게 활용가치 있을 것”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조영민 교수.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내분비내과)는 테플리주맙 등 면역을 활용한 치료제가 1형 당뇨병 고위험군에게 활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역사가 신채호의 표현을 빌려 면역시스템을 설명하면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내 것에는 관용을 가지고 남의 것이 들어오면 투쟁하는 조화로운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1형 당뇨병은 나의 베타세포에 대한 면역 관용이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면역 관용이 한날 한시에 깨져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천천히 깨지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질환이 빠르게 진행하는 환자에 대해선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견해다.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는 이미 베타세포의 80~90%가 망가진 상태일 수 있어 면역치료제 등이 효용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실제로 리툭시맙 등 면역조절제가 1형 당뇨병에 효능이 평가된 사례를 보면 질환이 발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임상적 의미가 없고 통계적 유의성만 갖는 인슐린 분비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면역치료제는 고위험군의 질환 예방 등에서 활용가치를 보일 전망이다. 이는 테플리주맙이 잘 보여줬다. 

테플리주맙에 대해 조 교수는 “해당 약물은 환자가 아닌 1형 당뇨병 고위험군에게 투여돼 질환의 발병을 약 2년 지연시켰다”며 “(이 약은) 1형 당뇨병으로 진단된 환자들에게는 늦을 수 있고 고위험군을 빠르게 찾아내 예방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스마트 인슐린 기대감 커져

임상 현장에선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슐린은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강하에 우수한 효과를 보였지만 동시에 저혈당을 초래하는 만큼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 인슐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을 찾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근래 들어 미토콘드리아 유래 펩티드인 MOTS-c가 1형 당뇨병 치료에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큰 주목을 받았다.

MOTS-c가 mTORC1을 조절해 T세포의 대사 및 분화에 영향을 미치며 1형 당뇨병을 예방했다는 내용이다. 이 연구에는 조 교수가 참여했다.

조 교수는 “T세포는 베타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기어를 바꾼다”며 “동물실험에서 MOTS-c를 사용한 결과 T세포의 대사 과정을 차단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방식도 향후 활용 가능성이 있다“며 “면역세포의 과도한 활성화로 발생한 병을 예방하는 한 가지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는 지난 7월 27일 Cell Reports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