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정신병증 치료에 효과적 vs 파킨슨병 고령 환자 사망 위험 높여

▲피마반세린(제품명 뉴플라지드).
▲피마반세린(제품명 뉴플라지드).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파킨슨병 환자의 망각·환각치료제로 투약하는 피마반세린(제품명 뉴플라지드)의 행보에 명암이 교차했다.

피마반세린이 치매 환자의 정신병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긍정적 연구 결과가 지난달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파킨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부정적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 아카디아제약이 개발한 피마반세린은 5-HT2A 수용체 역작용제 및 길항제로 2016년에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치매 환자의 망상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노렸으나 지난 4월 FDA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피마반세린에 반응 보인 치매 환자, 정신병증 재발 위험 65%↓

먼저 피마반세린은 치매 환자의 정신병증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제로 평가받았다. 이는 피마반세린에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에게서 확인됐다. 결과는 NEJM 7월호를 통해 발표됐다(N Engl J Med 2021;385(4):309~319).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군 임상3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치매 환자의 정신병증에 피마반세린이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진행됐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치매 유형은 알츠하이머병이 66%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파킨슨병 치매(15%), 혈관성 치매(10%), 루이소체 치매(7%), 전두측두엽 치매(2%)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나이는 75세, 평균 인지기능장애 기간은 4년이었다.

연구는 치료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피마반세린을 12주간 투약하는 오픈라벨 단계에 이어, 치료에 지속적인 반응을 보인 환자군을 피마반세린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최대 26주 동안 경과를 관찰하는 이중맹검 단계로 시행됐다.

이중맹검 단계는 정신증상평가척도인 SAPS-H+D 점수가 등록 당시보다 최소 30% 감소하고 전반적 임상-개선 척도(CGI-I) 점수가 8주 및 12주째에 1점(매우 개선) 또는 2점(많이 개선)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오픈라벨 단계에 포함된 환자 392명 중 연구 철회 환자들을 제외한 351명을 대상으로 피마반세린의 치료 반응을 평가한 결과, 217명(61.8%)에게서 지속적 반응이 관찰됐다. 이들은 피마반세린군(105명)과 위약군(112명)에 무작위 배정돼 이중맹검 단계에 도입했다.

1차 목표점으로 정신병증 재발을 확인했다. 정신병증 재발은 △SAPS-H+D 점수 최소 30% 증가 및 CGI-I 점수 6점(많이 악화) 또는 7점(매우 악화) △치매 관련 정신병증으로 입원 △연구 요법 중단 또는 효능 부족으로 연구 참여 철회 △치매 관련 정신병증으로 항정신병약 투약 등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피마반세린군이 위약군과 비교해 65% 유의하게 낮았다(HR 0.35; P=0.005). 발생률은 피마반세린군 13%(95명 중 12명), 위약군 28%(99명 중 28명)였다.

이중맹검 단계 동안 이상반응 발생률은 피마반세린군 41.0%(105명 중 43명), 위약군 36.6%(112명 중 41명)로 약 4%p 차이가 나타났다. 

피마반세린군에서 보고된 이상반응은 두통, 변비, 요로감염, 무증상 QT 분절 연장 등이었다. 

미국 애리조나의대 Pierre N. Tariot 교수는 논문을 통해 "정신병증을 앓는 치매 환자가 피마반세린에 반응을 보인다면 치료를 중단하기보단 지속해야 정신병증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정신병증에 피마반세린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향후 더 많은 환자가 참여한 장기간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 하위유형에 따른 항정신병 효과를 판별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피마반세린 복용 파킨슨병 고령 환자, 1년간 사망 위험↑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상승세를 타는 듯 했던 피마바세린은 최근 위험을 경고한 연구가 발표되면서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 

피마반세린을 복용한 파킨슨병 고령 환자에서 1년 동안 사망 위험 증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연구 결과는 Neurology 8월 1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피마반세린의 사망 위험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FDA는 피마반세린 승인 당시, 다른 비정형 항정신병약과 마찬가지로 피마반세린도 고령 환자의 치매 관련 정신병증 치료에 사용할 경우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 내용을 제품 라벨에 돌출주의문(Boxed Warning)으로 삽입하도록 했다.

이어 2018년 수백 건의 사망 사례가 연방정부에 제출되면서 FDA는 피마반세린에 대한 시판후조사(PMS)를 시행했다. 하지만 FDA는 새롭거나 예상하지 못한 안전성 결과 또는 제품 라벨의 안전성 프로파일과 다른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기요양시설에 거주하는 파킨슨병 고령 환자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 본 연구에서는 피마반세린의 입원 위험에 이어 사망 위험이 감지됐다. 

이번 후향적 코호트 연구는 2015년 11월~2018년 12월 장기요양시설에 거주 중인 65세 이상의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메디케어 청구 데이터를 토대로 이뤄졌다. 전체 환자군 중 피마반세린군은 2186명, 치료받지 않은 군(비치료군)은 1만 8212명이었다. 

우선 피마반세린군의 입원 위험을 비치료군과 비교한 결과, 30일째 입원 위험은 1.24배 의미 있게 높았다(aHR 1.24; 95% CI 1.06~1.43). 하지만 90일째에는 치료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aHR 1.10; 95% CI 0.99~1.24).

추적관찰 1년 동안 사망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피마반세린군에서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피마반세린군의 사망 위험은 비치료군과 비교해 30일째 통계적 차이가 없었지만(aHR 0.76; 95% CI 0.56~1.03), 90일째 1.20배(aHR 1.20; 95% CI 1.02~1.41), 180일째 1.28배(aHR 1.28; 95% CI 1.13~1.45), 1년째 1.56배(aHR 1.56; 95% CI 1.42~1.74) 등 유의한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Y. Joseph Hwang 박사는 "파킨슨병 고령 환자 중 피마반세린군은 비치료군과 비교해 치료 시작 후 첫 한 달째 입원 위험이 높았고 최대 1년까지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며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대규모 리얼월드 분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치료에 대한 위험-혜택 균형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메이오클리닉 Farwa Ali 박사는 논평을 통해 "기존에 제기된 피마반세린의 안전성 우려를 이번 연구에서 확인했다"면서도 "단, 다약제 복용 또는 다른 항정신병약 투약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고, 장기요양시설 거주자가 중증 또는 말기 단계여서 사망 위험이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번 결과를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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