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 건보공단 데이터로 페노피브레이트군 vs 비치료군 비교
페노피브레이트군, 비치료군보다 심혈관계 사건·사망 등 위험 감소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게 심혈관 혜택이 없다고 평가됐었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페노피브레이트가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서양인 대상의 대규모 임상연구와 달리 국내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에 더해 생존 혜택이 확인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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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성심병원 조상호 교수(순환기내과)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당뇨병 환자는 복용하지 않은 이들과 비교해 심혈관계 사건 또는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Diabetes Care 8월호에 실렸다(Diabetes Care 2021;44(8):1868~1876).

페노피브레이트군, 심혈관계 사건·사망 등 위험 24%↓

연구는 페노피브레이트가 당뇨병 환자의 장기간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2003~2014년 건보공단의 40~79세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다. 

총 6만 3727명 당뇨병 환자 중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5057명(페노피브레이트군)과 페노피브레이트 또는 오메가-3를 복용하지 않은 5057명(비치료군)의 데이터를 1:1 성향점수매칭해 비교했다.

1차 목표점으로 3년(중앙값) 동안 발생한 심근경색, 뇌졸중, 경피적 관상동맥 재개통술, 심장사 등을 종합해 평가했다. 

분석 결과, 페노피브레이트군의 1차 목표점 발생 위험은 비치료군보다 24% 유의하게 낮았다(HR 0.76; P=0.010). 1000인년(person-years)당 1차 목표점 발생률은 페노피브레이트군 13.4명, 비치료군 15.5명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페노피브레이트군의 위험은 비치료군과 비교해 △심장사 41%(HR 0.59; P=0.0446)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56%(HR 0.437; P<0.0001) △뇌졸중 38%(HR 0.621; P=0.0015) 등 의미 있게 낮았다. 

이와 함께 페노피브레이트군의 치료기간에 따라 사분위수로 계층화한 경우 가장 높은 그룹의 1차 목표점 위험이 65%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HR 0.347; P<0.0001).

아울러 LDL-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을 포함한 모든 하위분석에서도 페노피브레이트의 치료 효과가 일관되게 관찰됐다.

대규모 리얼월드에서 당뇨병 환자를 3년간 추적관찰한 이번 연구는 페노피브레이트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심장사, 심혈관계 사건 등의 위험 감소와 연관됐음을 시사한다. 

불합격 받았던 FIELD·ACCORD-Lipid…하위분석은 달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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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 앞서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임상연구인 FIELD와 ACCORD-Lipid에서는 당뇨병 환자에게서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당뇨병 환자가 포함된 ACCORD-Lipid 연구는 스타틴 단독요법 대비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추가적인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FIELD 연구 역시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았던 당뇨병 환자에서 페노피브레이트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페노피브레이트는 혈중 중성지방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두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의 중성지방 수치가 높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 대한 두 연구의 하위분석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가 모두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FIELD 연구의 경우, HDL-콜레스테롤이 낮고(남성: 1.03mmol/L 미만; 여성: 1.29mmol/L 미만) 중성지방이 2.3mmol/L 초과한 대사증후군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페노피브레이트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27% 낮출 수 있었다.

ACCORD-Lipid 연구도 HDL-콜레스테롤이 0.88mmol/L 미만, 중성지방이 2.3mmol/L 이상인 환자군에서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에 따른 추가적인 심혈관 혜택이 확인됐다.

조상호 교수는 "FIELD와 ACCORD-Lipid 연구 결과,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에게서 페노피브레이트의 효과가 나타났다"며 "특히 스타틴을 복용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 대상의 FIELD 연구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가 심근경색 위험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의 중성지방과 관계없이 건보공단 데이터를 분석했다"면서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당뇨병 환자에게 페노피브레이트는 치료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평가됐던 페노피브레이트 적극 처방해야"

이번 연구는 2019년 고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ECLIPSE-REAL 연구와 궤를 같이한다(BMJ 2019;366:l5125). 차이가 있다면, ECLIPSE-REAL은 대사증후군 환자를,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건강검진 코호트를 토대로 대사증후군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ECLIPSE-REAL 연구 결과,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한 군(페노피브레이트군)이 스타틴만 복용한 군(스타틴군)보다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등 심혈관계 사건 예방 효과를 26% 더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 대한 하위분석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군의 심혈관계 사건 위험이 스타틴군보다 36% 유의하게 낮았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ECLIPSE-REAL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며 "이 같은 연구들을 근거로, 임상에서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페노피브레이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한다. 적어도 중성지방이 높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당뇨병 환자라면 페노피브레이트의 치료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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