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 ACC 연례학술대회 LBCT에서 결과 발표
장기육 교수 "혈소판 기능검사 없이 획일적 감량요법 적용할 수 있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de-escalation therapy)'에 힘을 싣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은 항혈소판제 용량을 줄이거나 약효가 강한 치료제를 약한 치료제로 변경 또는 이중항혈소판요법(DAPT) 기간을 단축하는 치료전략 등이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는 PCI를 받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으로, 급성기 단계에서 강한 P2Y12 억제제인 티카그렐러를 사용하고 안정기 단계에서 약한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하는 치료전략을 고안했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발생 후 30일 동안은 허혈성 사건 위험이 높아 강한 P2Y12 억제제 기반의 DAPT가 도움이 되지만, 이후에는 그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 이에 허혈성 사건과 출혈 위험의 균형을 맞춘 최적 항혈소판요법을 찾고자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TALOS-AMI 연구를 진행했다. 

결과에 의하면, PCI 후 DAPT 12개월 기간 중 첫 한 달 동안 아스피린+티카그렐러를 투약하고 심근경색, 뇌졸중, 주요 출혈 등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는 이후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로 DAPT를 진행하면 허혈성 사건 위험이 증가하지 않고 출혈 위험이 감소했다. 

이 결과는 지난달 열린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1)의 'Late-Breaking Clinical Trials(LBCT)' 세션에서 공개됐다. 그를 만나 TALOS-AMI가 갖는 의미와 향후 진행돼야 할 연구 등에 대해 들었다. 

- ACC가 TALOS-AMI를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지?

심혈관중재술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가 최적 항혈소판요법을 찾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TALOS-AMI도 그중 하나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에서 진행한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은 임상에서 의사들이 환자에게 많이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무작위 임상연구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즉, TALOS-AMI는 그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ACC에서 LBCT 세션 강의로 선정돼 발표하게 됐다. 

- TALOS-AMI 결과가 갖는 의미를 정리한다면?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DAPT 시 강한 항혈소판제인 티카그렐러를 치료 첫 한 달만 사용하고 이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약한 클로피도그렐로 변경해도 효과적이면서 안전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티카그렐러보다 클로피도그렐 투약 시 출혈 사건이 더 감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ACC 연례학술대회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학술대회에서 TALOS-AMI의 허혈성 사건 발생 수가 적다는 질의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치료기간인 PCI 후 1~12개월의 허혈성 사건 발생률은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군 2.1%, 대조군 3.1%였다.

다른 연구를 보면, TROPICAL-ACS는 2.1%, DAPT 3개월 후 무작위 분류를 진행한 TWILIGHT에서 안정형 환자를 제외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경우 3.3%로 보고된다. 이들 연구와 본 연구의 허혈성 사건 발생률이 비슷하다.

본 연구의 허혈성 사건 수가 적다고 하지만, 아스피린+티카그렐러 치료 첫 한 달 후 무작위 분류를 진행해 1개월 동안의 허혈성 사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허혈성 사건 발생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낮지 않다. 실제 진료현장을 잘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연구에서 두 군간 허혈성 사건 발생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이 허혈성 사건을 더 늘리지 않음을 증명했다고 유추할 수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육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혈소판 기능검사 또는 유전자형 분석(genotype-guided) 등 없이 획일적(uniform) 치료를 진행한 이유는?

앞서 TROPICAL-ACS는 혈소판 기능검사에 따라, POPular Genetics는 유전자형 분석을 토대로 항혈소판요법을 진행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아스피린+티카그렐러 치료 첫 한 달 후 환자군이 안정된 상태인지 판단하기 위해 혈소판 기능검사 또는 CYP2C19을 확인하는 유전자형 분석을 진행하지 않았다. 모든 환자에게 천편일률적인 치료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실제 진료현장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임상에서는 치료제 조절을 위해 혈소판 기능검사 또는 유전자형 분석을 진행하면,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 번거롭다. 이 같은 검사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면 환자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에서 검사 없이 획일적인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본 연구가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단, 모든 심근경색 환자가 아닌 연구에 참여한 환자군과 같이 급성 심근경색 발생 후 아스피린+티카그렐러 치료 첫 한 달 동안 임상적 사건이 없고 치료가 아주 잘 된 환자에게 결과를 적용할 수 있다. 

- 한국인만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다른 인종에게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나?

서양인이 모집된 TROPICAL-ACS의 치료 첫 한 달 후부터 12개월까지 허혈성 사건, 출혈 사건 등 결과가 본 연구와 비슷하다. DAPT 치료 첫 한 달 사이에는 허혈성 또는 출혈 사건이 인종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후부터 12개월 사이에는 한국인이나 서양인 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여러 연구를 정리하며 확인했다.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다른 인종에게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연구를 토대로 향후 어떤 연구가 필요한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항혈소판제 강도 감량요법을 받은 환자군과 이를 진행하지 않은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TALOS-AMI와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심근경색 환자의 최적 항혈소판요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안정형 환자에게 스텐트를 이식하는 것과 플라크(plaque)가 파열된 환자에게 스텐트를 삽입하는 것은 다르다. 플라크가 파열된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텐트를 이식하는 것은 혈관벽을 짓뭉갠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염증이 많고 가라앉을 때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하며 그 시기에 혈전증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이 시기에 강한 항혈소판제를 투약하는 치료에는 모든 의료진이 동의할 것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그다음 시기다. 현재 가이드라인에서는 DAPT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기에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을 투약하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TALOS-AMI에서 확인한 치료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가장 최적 치료라고 단정 짓기 위해서는 근거가 더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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