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질환인식제고-약제급여개선-예방관리체계구축 추진
정부 “취지 공감..재정은 고민”

[메디칼업저버 양민후 기자] 학계가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골다공증 골절 관리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로드맵은 질환인식 제고, 골다공증 치료제 보험급여 개선 그리고 전주기적 예방관리체계 구축 등을 골자로 한다. 조기진단을 강화하고 약제 지속사용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재골절까지 예방하겠다는 그림이다.  

이런 방향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공감을 표했다. 다만, 정책당국 입장에서 재정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심각한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판단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3일 제33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대한민국 노인 골절 예방 2025 로드맵’ 수립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김하영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하영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김하영 역학이사는 골다공증 질환인식 제고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이사는 “한국은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노인질환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담을 가중할 위험 중 하나는 골다공증 골절이다.

골다공증은 노화로 인해 뼈가 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골절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나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질환 인식률은 낮은 편이다. 국내 50~70대 여성의 골다공증 검진 경험비율은 28%에 그쳤다.

국내 골다공증 골절 발생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 선행질환인 골다공증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해진 상황이다.

김 이사는 “의료진의 노력만으로 질환 인식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부 주도의 대국민 질환인식 제고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가건강검진 내 골밀도 검사는 4년 주기로 확대하고, 70세 이상에서는 남성까지 검사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골밀도 측정부위는 국제 표준지침을 준수해 척추, 대퇴골 2곳에서 모두 측정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다공증 약제 급여환경 업데이트해야

이영균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영균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이영균 총무이사는 골다공증 약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언을 했다.

이 이사는 “현재 골다공증 약제 급여는 ‘골밀도 수치(T-score) -2.5 이하’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 기준에 따라 T-score가 -2.5보다 개선되면, 더 이상 급여를 통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 급여 기준은 주요 학회의 권고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와 대한골대사학회는 새 가이드라인을 통해 ‘골다공증 환자는 T-score 수치가 좋아지더라도 골다공증 환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골다공증은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처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이사는 “골다공증 치료 지속성을 방해하는 요인은 제한적인 급여 기준”이라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발 맞춰 국내 급여 기준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골형성촉진제의 급여 기준 역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가이드라인은 초고위험군에 대해 골형성촉진제를 1차약제로 권고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급여 기준상 최소 1년 이상 골흡수억제제를 투여한 후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이사는 “골흡수억제제 이후 골형성촉진제를 사용하면 골밀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초고위험군에 대해선 골형성촉진제를 먼저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도 범국가적 재골절 예방프로그램 도입할 시기

하용찬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하용찬 이사가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하용찬 FLS 연구이사는 해외사례를 들어 범국가적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 이사는 “국내 골다공증 환자의 재골절 발생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최초 골절은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재골절은 막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11개국은 재골절 예방 프로그램인 Fracture Liaison Services(FLS)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FLS를 통해 초기 진단부터 예방, 치료, 사후관리에 이르는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골절 취약 환자에 대한 지역-국가 단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장기적인 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사례를 참고하면, FLS는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국내 시범사업에서도 경제적 효과를 보였다.

특히 한국은 자료전산화 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FLS를 활용하기 좋은 환경으로 평가된다.  

하 이사는 “이제 한국도 FLS를 도입할 시기가 됐다”며 “FLS 확립을 위해선 경제적 효과를 토대로 보험공단 및 유관단체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드맵, 질환인식 제고-급여기준 개선-예방프로그램 구축 골자

김덕윤 이사장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덕윤 이사장이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김덕윤 이사장은 대한민국 골절 예방 2025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책과제 및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김 이사장은 “로드맵은 앞서 발표된 현안들을 모두 담고 있다”며 “대국민 질환인식 개선 및 조기진단 관리 강화, 골다공증 약제의 급여기준 개선, 그리고 전주기적 노인 골절예방 관리체계 구축 등 3대 정책과제를 골자로 한다”고 안내했다.

학회 측은 질환인식 제고를 위해 정부 주도의 대국민 질환 캠페인을 추진한다. 국가건강검진 내 골다공증 검사도 강화한다. 골밀도검사 시행 횟수 확대와 국제표준지침 준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제 급여기준 개선을 위해 골밀도 수치 기준 급여제한을 개선할 계획이다. 초고위험군의 골다공증 치료 보장성도 선진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전주기적 노인 골절 예방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골절 및 골다공증 질환관리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재골절 예방 서비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일련의 계획은 2025년까지 진행된다.

김 이사장은 로드맵이 그릴 청사진에 대해 “조기진단과 약제 지속사용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고, 그럼에도 골절이 발생한 환자들은 재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이라고 정의했다.

“취지는 공감…재정은 고민”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학회측의 방향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재정에 대한 고민은 뒤따를 것으로 봤다.

최경호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최경호 사무관이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최경호 사무관은 “당국도 최신 가이드라인 및 교과서에 맞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T-score 수치 관련 급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 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관련 수치를 바꾸거나 약제 순서를 변경할 경우 (소요 재정이) 몇 백억에서 많게는 천억에 이르렀다”며 “이런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정책당국 입장에서 초고위험군도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도록 많이 고민하겠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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