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남인순 의원, 의료기사 정의 변경하는 개정안 발의
재활의학회·정형외과의사회 "법안 발의 철회하라" 반발
의원실 "의료기사 단독개원 허용하는 법안 아니다"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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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사의 '지도'에서 '의뢰 또는 처방'을 받는 사람으로 변경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료계가 결사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서는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개정안이 아니며, 의사의 처방과 진단에 따라 의료기사의 의료행위가 행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법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을 포함한 의료기사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의료기사의 정의에서 '지도 아래'를 '의뢰 또는 처방에 따라'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는 남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료기사의 업무가 의사의 '의뢰 또는 처방'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만큼, 현행법의 정의는 과잉 규제라는 것이 발의 배경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남 의원은 "과잉 규제일 뿐 아니라 의료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지역사회에서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환경에서 의료기사가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선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사의 정의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 의료기사와 의사의 협력적 관계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행위 주체 간 갈등, 단독 개원 가능" 의료계, 즉각 반대성명

의원실 "개원 위한 근거조항 없다...중증장애인 등 불편 해소"

법안이 발의되자 재활의학계와 의사단체에서 즉각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우선 대한재활의학회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소재 또한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의료현장에서는 의사가 환자에 대한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

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재활치료과정에서 부작용과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사에 의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해진다"며 "정의가 변경되면 의료행위의 책임소재도 불명확해 의료행위 주체간 갈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에 따라 '지도'를 '처방 또는 의뢰'로 변경하면 실질적으로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학회는 "실질적으로 의료기사의 단독개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익 창출을 위한 위법 의료행위가 자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설 의료비의 발생으로 의료비 증가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또한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며 성명서를 냈다.

의사회는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 더 나은 복지를 위한 현명한 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법안이 이대로 추진될 경우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을 발의한 남 의원실은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의사의 처방에 따라 수행하기 때문에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아니고, 용어 변경 또한 고령화와 보건의료환경 변화에 맞춘 것이라는 설명이다.

남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기사의 단독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법안이 아니다. 의사의 처방과 진단을 바탕으로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기사의 방문 서비스 등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발의 배경에서 밝힌 것처럼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과 노인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초진은 당연히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지만, 환자에 따라 의료기관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특히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는 수개월간 반복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노인, 장애인 단체에서 이런 부분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라는 개념은 원내라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제한적이다. 현재 의료기관 내 서비스도 전자처방으로 이뤄진다"며 "책임은 의사와 의료기관에게 그대로 있다. 책임소재 논란도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법안이라는 주장에도 "물리치료사나 작업치료사의 단독 개원을 위해선 의료기사법에 개설등록 규정을 신설해야 하지만 현재 없다. 앞으로도 이를 신설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현행 의료기사법은 의료기사 중 치과기공사와 안경사만 업소를 개설등록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전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무산...복지부 "입장 검토 중"

사실 이러한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정의당 윤소하 전 의원은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물리치료사 법안을 발의한 바 있고, 민주통합당 이종걸 전 의원도 의료기사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김선미 전 의원과 장복심 전 의원 또한 의료기사의 정의를 변경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고, 당시에도 의료계는 '단독 개원의 단초가 되는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정부는 의료기사의 정의 변경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19년 복지부는 물리치료사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없이 물리치료사가 독립적으로 물리치료 업무를 수행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나 합병증에 대해 의사의 즉각적 대응이 어려울 수 있어 환자안전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 또한 "의료적 측면에서 국민의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관련 판례를 들었다.

현재 복지부는 남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입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다. 이전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된 바 있고, 당시 복지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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