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여아 뇌수술 자동가이드 로봇 카이메로 국내 최초 수술
뇌신경 및 혈관 등 위험부위 피해 안전성 높아 활성화 기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인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개발된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인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약물치료가 힘든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산 뇌수술용 로봇을 이용한 뇌전증 수술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 장원석(신경외과), 강훈철·김흥동 교수(소아신경과)팀은 최근 뇌내 해면상 혈관종 진단을 받은 10살 여아 A양에게 뇌수술 로봇을 이용해 뇌에 전극을 심는 수술 후 뇌전증 발생 부위를 찾아 제거했다고 22일 밝혔다.

급작스러운 발작증상을 일으킨 A양은 뇌내 해면상 혈관종 진단을 받고 혈관종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발작증상은 하루 3~4회로 더 심해져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결국 수술을 통해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절제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장 교수팀은 A양에게 최근 도입된 뇌수술 로봇을 이용한 뇌전증 수술을 시행했다. 

뇌수술 로봇을 이용해 한 시간 반 만에 양측 뇌심부에 전극을 심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확히 찾아 제거했으며 A양은 수술 후 뇌전증 발작증상 없이 회복 중이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이상 발작을 일으켜 반복적인 의식소실과 경련, 인지기능 장애 등을 유발한다. 

전체 인구의 약 1%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약 36만명이 뇌전증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다. 

뇌전증 환자 중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는 25%가량이며 이들은 수술을 해야 한다.

뇌전증 수술의 경우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확하게 절제해야 효과가 높다. 

이에 두개골 절개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찾는데, 전극 삽입에만 4~5시간이 걸린다.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 소아신경과 강훈철·김흥동 교수.
(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 소아신경과 강훈철·김흥동 교수.

또한 두개골을 열고 판 모양의 전극을 뇌에 붙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술에 의한 뇌출혈, 마비, 언어 장애 등의 부작용 위험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뇌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두개골에 약 2~3mm의 작은 구멍들을 뚫어 바늘 모양의 전극을 삽입하는 '입체뇌파전극삽입술'이 획기적 검사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특히, 뇌전증 수술시 병소의 정확한 확인과 전극 삽입에 따른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이 기존 두개강내 전극 삽입술보다 월등히 적고 수술 후 통증도 훨씬 덜하며 수술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로 짧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로봇 회사인 고영테크놀러지에서 국내 최초로 뇌수술 보조 로봇수술 장비 개발을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 장진우 교수(신경외과)팀이 임상연구개발에 참여해 최근 임상허가를 획득했고 지난해 10월 국내 첫 뇌수술 보조 로봇장비 '카이메로'가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됐다.

A양의 수술에 사용된 카이메로는 사전에 촬영한 환자의 CT와 MRI 영상정보를 센서가 인식한 환자의 실제 수술부위와 결합해 환자의 자세와 수술 도구들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의료영상기반의 뇌수술 보조 자동가이드 로봇장비다. 

뇌신경이나 혈관과 같은 위험한 부위를 피해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장원석 교수는 "뇌전증 환자들이 사회적 편견과 발작의 두려움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에서 큰 제약을 받는다"며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로봇 기술이 접목돼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새로운 뇌전증 수술법이 활성화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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