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 2021] 덴마크 대규모 등록연구, 중증 뇌내출혈 환자 뇌전증 위험 9.8%
중증 급성 허혈성 뇌졸중·경도 뇌내출혈 환자도 위험 나타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뇌졸중이 발생한 환자는 뇌전증 위험을 간과해선 안될 것으로 보인다.

뇌졸중 발생 후 첫 1년 동안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status epilepticus)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덴마크 대규모 등록연구 결과, 중증 뇌내출혈을 경험한 환자는 사건 발생 후 첫 1년간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발생 가능성이 9.8%로 조사됐다. 중증 급성 허혈성 뇌졸중, 경도 뇌내출혈 환자도 이 같은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Mads Ebbesen 교수는 "뇌졸중 발생 후 뇌전증 위험이 상당히 컸다"며 "특히 혈종(hematomas) 및 중증 뇌졸중 후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뇌전증 위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지만 중증도가 높은 뇌졸중 환자는 지속적으로 큰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3~7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뇌전증학회 연례학술대회(AES 2021)에서 공개됐다.

중증도 높을수록 뇌전증·뇌전증지속상태 위험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뇌졸중은 뇌전증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두 질환의 연관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에 의하면, 기존 연구에서 60세 이후 발생한 뇌전증 원인의 약 절반은 뇌졸중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연구는 뇌졸중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뇌졸중 발생 후 뇌전증 및 뇌전증지속상태의 위험을 평가했다.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덴마크 뇌졸중 레지스트리(Danish Stroke Registry) 데이터를 이용했다. 레지스트리에는 뇌졸중 위험요인과 함께 뇌졸중 유형과 중증도 정보가 포함됐다. 뇌전증 사례는 덴마크 국립환자 레지스트리(Danish National Patient Registry)를 활용해 확인했다. 

2004년 4월 1일부터 2016년 12월 16일까지 뇌졸중이 처음 발생했고 뇌전증 병력이 없는 18세 이상의 8만 8119명 환자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남성이 53.4%를 차지했고 뇌졸중 발생 시 평균 나이는 69.8세였다. 

전체 환자 중 뇌내출혈은 7661명, 급성 허혈성 뇌졸중은 7만 9157명, 일과성 허혈발작은 1만 301명이었다. 1차 목표점은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진단으로 정의했다. 조기 발작은 급성 뇌졸중의 일부 증상일 수 있으므로 추적관찰은 뇌졸중 발생 14일 후부터 이뤄졌다.

연구팀은 뇌졸중 발생 후 첫 4년 동안 뇌전증 누적 발생률을 조사했으며, 북유럽 뇌졸중 척도(Scandinavian Stroke Scale)를 활용해 뇌졸중 유형 및 중증도를 계층화했다. 중증도에 따라 0~15점은 '매우 중증', 16~30점은 '중증', 31~45점은 '중등도', 46~58점은 '경도'로 정의했다.

2016년 12월 31일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뇌졸중 발생 후 첫 4년 동안 3483명이 뇌전증을 진단받았다.

뇌전증 위험은 뇌내출혈 환자가 가장 높았다. 매우 중증 뇌내출혈 발생 후 첫 1년 동안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위험은 9.8%로 조사됐다(95% CI 7.8~11.7). 이와 비교해 경도 뇌내출혈 환자의 위험은 약 절반 줄어 5.1%로 평가됐다(95% CI 4.3~5.9).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첫 1년 동안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위험은 매우 중증이라면 7.8%(95% CI 6.8~8.7), 경도라면 1.3%(95% CI 1.2~1.4)로 조사됐다. 

즉 뇌졸중 중증도가 높을수록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이와 함께 일과성 허혈발작 후 첫 1년 동안 위험은 0.81%로 조사됐다. 

아울러 모든 환자군에서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위험은 뇌졸중 발생 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했으나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예로, 매우 중증인 혈종이 발생한 환자의 위험은 4년 차에 2.3%로 조사됐다. 

Ebbesen 교수는 "뇌졸중 발생 4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뇌전증 위험은 상당했다"며 "대부분 선행 연구에서 뇌졸중 발생 후 뇌전증은 첫 2년 이내에 주로 발생한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놀랍다"고 밝혔다. 

중요한 정보 제공한 연구…"환자·가족에게 위험 알려야"

이번 연구에서는 나이, 성별, 인구통계학적 특징 등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Ebbesen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젊은 뇌졸중 환자의 뇌전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뇌졸중과 뇌전증 간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분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Ebbesen 교수는 "뇌의 반흔이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적 활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출혈성 뇌졸중의 경우, 혈액 잔류물에 의한 자극이 비정상적인 전기적 활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Ebbesen 교수는 "뇌졸중 발생 후 뇌전증 또는 뇌전증지속상태 위험은 급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보다 뇌내출혈 환자에게서 더 높았다. 위험은 중증도와 연관됐다"면서 "향후 성별과 연령에 따른 위험을 계층화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뉴욕대학 Jacqueline French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의료진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French 교수는 "의료진은 뇌졸중, 특히 출혈성 뇌졸중 발생 후 1년 이내에 발작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의료진은 발작이 간과되지 않도록 모든 위험군의 환자와 이들의 가족에게 비정상적인 기분 또는 행동 등 미묘한 에피소드를 경계하도록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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