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부전학회 춘계학술대회 12일 개최
고대구로병원 김응주 교수, 소외된 환자군 주목

고대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
고대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국내 심부전 전문가는 예후 개선을 위해 노인·여성 심부전 환자의 저조한 임상시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고대구로병원 김응주 교수(순환기내과)는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대한심부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소외(underrepresented)'된 심부전 환자를 주목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심부전 임상시험에 노인·여성 환자 참여율이 부족해 연구 결과 편향(bias)을 유발했고, 이는 결국 임상 예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는 "심부전 임상시험 참여자 중 여성과 노인은 충분히 포함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이 소외되면 임상연구 결과 편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참여를 제한하는 장벽을 식별하고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증가하는 심부전 유병률, 예후 개선은 미미

심부전은 이환율(morbidity) 및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의료비용 부담도 큰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부전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유사한 증가세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인 인구가 14% 이상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어 심부전 유병률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치료에 대한 예후 개선은 미미하다. 

대표적인 국내 네 가지 심부전 연구(Hallym HF Study·Korean Multicenter HF Study·KorHF Registry·KorAHF Registry)를 종합분석한 결과, 심부전과 관련된 다발성 합병증 발생률 및 질환 중증도는 증가했다.

연구팀은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 개선은 경미해 치료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심부전 임상시험에 여성 환자군 비율 떨어져

대부분의 질환에서는 임상시험을 통해 표준치료를 설립한다. 임상시험 중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이 가장 강력한 근거 수준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연구 결과가 주로 임상현장에서 환자에게 주로 적용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금까지 발표된 대부분의 무작위 대조군 심부전 분야 임상시험에서 여성·노인 환자가 충분히 포함하지 않아 '평균' 환자에 대한 데이터가 현실을 반영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경우, 성별·연령대·학력 등의 특징이 질환 위험·증상·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임상시험은 다양한 환자를 균등하게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심혈관질환 임상시험은 환자를 균등하게 등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국제학술지 'Circulation'에 발표된 미국식품의약국(FDA) 분석 결과, 심혈관질환 임상시험 중 폐동맥 고혈압 임상시험에는 여성 환자가 과도하게 등록됐지만, 고혈압·심방세동 임상시험은 평균적으로 여성 비율을 적절하게 유지했다.

이어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임상시험에서는 여성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특정 환자군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으면 연구 결과 편향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남성 환자에 맞춰진 치료를 여성 환자에 적용하면 동일한 효과를 보기 힘들 수 있다"며 "현대의 맞춤 정밀의료 시대를 고려할 때 소외된 환자군의 참여를 늘려 연구 결과가 이들에게 유사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사진 출처: 포토파크닷컴

노인·여성 환자 저조한 참여도 원인은?

김 교수는 저조한 참여율의 원인으로 낮은 질환 인식도, 엄격한 임상시험 등록 기준, 환자의 재정·시간적 제한 등 을 꼽았다. 

2019년 김 교수를 포함한 국내 연구팀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약 80%는 심부전에 대해 들어봤지만, 절반 이하(47%)만 심부전을 정의했다. 또 심부전 인식도는 노인과 여성 인구에서 상당히 떨어졌다.

낮은 인식도에 더해 노인 심부전 환자의 경우, 엄격한 임상시험 등록 기준도 참여도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임상시험은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를 제외하는 때도 있는데, 노인 인구는 동반질환 위험이 크기 떄문에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엄격한 임상시험 포함·제외 기준, 임상시험 기간, 추적관찰·연구 강도, 재정·사회적 지원 부족이 노인 환자 참여 감소의 원인으로 꼽혔다. 

여성은 임상현장에서 의료진이 여성 환자의 증상을 남성 환자의 증상만큼 중증도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성 환자는 임상시험 참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여성이 가정주부일 경우 추적관찰기간 병원에 지속 방문하는데 시간·교통제약이 있을 수 있다.
 

여성 주도 연구, 정부 후원 연구에 여성 참여도↑

참여도가 낮은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전략을 세우면 심부전 치료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흥미로운 방법은 여성 연구진의 증가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심부전 임상시험에 여성 저자는 소수였지만, 여성이 많을수록 여성 심부전 환자 참여도가 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심부전 연구논문에 여성이 제1저자인 경우는 15.6%, 교신저자는 11.4%, 총 저자는 19.6%에 불과했지만, 여성이 제1저자·교신저자일 경우 여성 심부전 환자 등록이 더 많았다(39% vs 26%, P=0.01).

연구 후원 기관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 환자들은 대학교·제약업체 후원보다 정부가 후원한 임상시험에 참여도가 높았다. 

김 교수는 "여성·노인 환자 참여를 제한하는 장벽을 식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결국 연구진, 후원 기관, 지역사회 간 협력으로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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