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가 문턱 넘은 최초 ANGPTL3 억제 단일클론항체
HoFH 치료제로 기대
전임상서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임상1상, 치료 15일부터 LDL-C↓
HoFH 환자 임상2상·3상 결과, LDL-C 50%가량 낮춰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2세 이상의 HoFH 환자 치료제로 미국 리제네론사의 에브키자(Evkeeza, 성분명 에비나쿠맙, evinacumab-dgnb)를 11일(현지시각) 승인했다.

이에 따라 HoFH 환자는 높은 L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기 위해 다른 지질저하제와 함께 에브키자를 투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에브키자는 체중에 따라 15mg/kg 용량으로 월 1회 정맥투여한다. 

에브키자는 안지오포이에틴 유사단백질 3(ANGPTL3)를 억제하는 인간 단일클론항체다. ANGPTL3 억제제로 FDA 허가 문턱을 넘은 첫 약물이다. ANGPTL3 유전자 활성을 억제해 지질수치를 조절하며 기존 지질저하제로 충분한 치료효과를 얻지 못하는  HoFH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HoFH는 LDL 수용체(LDLR) 활성이 사실상 없거나(null-null) 손상된(non-null) 유전질환으로,  LDLR의 유전자변이로 인해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극희귀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며 미국 내 HoFH 환자는 약 1300명으로 추산된다. 

HoFH 환자는 일반인보다 LDL-콜레스테롤이 4~8배 정도 높다고 보고된다. 이로 인해 HoFH 환자는 지질저하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조기 심혈관질환 발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번 승인에 따라 치료옵션이 충분하지 않은 HoFH 환자에게 에브키자가 새로운 메커니즘을 무기로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추는 치료제로 임상에서 자리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한 성인 임상1상, 치료 15일부터 LDL-C 감소

ANGPTL3는 간에서 분비되며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DiscovEHR 인간 유전자연구에 포함된 4만 5000여 명을 대상으로 ANGPTL3 기능소실 돌연변이(loss-of-function variants)가 있는 사람들의 혈청 지질 수치를 분석한 결과,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다. 관상동맥질환 발생 가능성도 유의하게 낮다고 분석됐다.

이에 따라 진행된 전임상시험에서 ANGLPTL3 억제제인 에브키자는 ANGLPTL3 유전자 활성을 억제해 유전적 또는 약리학적 측면에서 심장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N Engl J Med 2017;377:211~221). 

이상지질혈증 쥐모델에게 에브키자를 투약한 결과, 대조 항체를 투약한 쥐와 비교해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이 지연됐고 병변 크기는 39% 줄었으며 괴사한 병변 크기는 45% 감소했다.

아울러 경도~중등도 수준으로 중성지방 또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 83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1상에서도 에브키자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브키자 용량증가시험(dose-escalation study)으로 진행된 임상1상은 중성지방 150~450mg/dL, LDL-콜레스테롤 100mg/dL 이상인 건강한 성인이 모집됐다. 

그 결과, 치료 4일 째 에브키자 용량에 의존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76% 감소했고 LDL-콜레스테롤은 치료 15일 후부터 23.2% 유의하게 줄었다.

HoFH 환자 대상 임상2상, 치료 4주 후 LDL-C 49%↓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에브키자의 임상2상은 단일군 오픈라벨로 디자인돼 HoFH 환자 9명을 대상으로 했다(N Engl J Med 2017;377(3):296~297). 

모든 환자군은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적극적인 지질저하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등록 당시 LDL-콜레스테롤은 376mg/dL로 상당히 높았지만, 에브키자 투약 4주 후에는 평균 49% 감소했다. LDL-콜레스테롤의 절대 감소치는 157mg/dL로 치료 4주째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219mg/dL였다.

또 치료 기간에 아포지질단백질B(apolipoprotein B)는 46%, 비HDL-콜레스테롤은 49%, 중성지방은 47% 감소했다.

모든 환자군은 최소 한 가지의 이상반응이 나타났지만 치료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에브키자가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질저하제 치료를 받고 있는 HoFH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추가로 크게 낮추는 치료제임을 입증했다. 

ELIPSE HoFH 임상3상, 치료 24주째 위약 대비 LDL-C 49% 낮아

이후 진행된 ELIPSE HoFH 임상3상은 에브키자가 FDA 허가를 받는 핵심키 역할을 했다(N Engl J Med 2020;383:711~720). 

HoFH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 결과, 에브키자를 투약한 환자군(에브키자군)의 24주째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47.1% 줄었다. 이와 달리 위약군은 1.9% 증가했다. 즉 에비키나군의 LDL-콜레스테롤은 위약군보다 상대적으로 49% 더 유의하게 낮았다(P<0.001).

연구에는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지질저하제를 최대 내약용량으로 투약하거나 지질분리 반출법을 받았지만 LDL-콜레스테롤이 70mg/dL 이상으로 조절되지 않는 12세 이상의 HoFH 환자가 모집됐다.

전체 환자군은 에브키자군(15mg/kg 4주 1회 투약, 43명), 위약군(22명)에 무작위 분류돼 24주 동안 치료받았다. 등록 당시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에브키자군 259.5mg/dL, 위약군 246.5mg/dL였다. 

치료 24주째 LDL-콜레스테롤의 절대 수치는 에브키자군이 등록 당시보다 134.7mg/dL, 위약군이 2.6mg/dL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활성이 전혀 없는 유전자 돌연변이인 null-null 환자의 경우 에브키자군의 LDL-콜레스테롤이 43.4% 감소했지만 위약군은 오히려 16.2% 늘었다. 이와 함께 non-null 환자에서는 에브키자군 49.1% 감소, 위약군 3.8% 감소가 확인됐다. 

치료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은 에브키자군 65.9%, 위약군 81%였고, 심각한 이상반응은 에브키자군에서만 4.5% 보고됐다. 단 에브키자군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은 치료와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내 환자 1인당 도매가 45만 달러…고비용은 한계점

이번 승인에 대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Daniel J. Rader 교수는 "기존 치료옵션만으로 HoFH 환자 치료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에브키자는 고유한 메커니즘을 통해 HoFH 환자, 심지어 LDLR 활성이 거의 없는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췄다. 에브키자가 HoFH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의미있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용 문제는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용량증가시험 당시 에브키자 20mg/kg 투약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점에서 80kg 환자에게 적용 시 1600mg을 투약해야 하며, 고용량인 만큼 비용이 비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실제로 FDA 승인에 따라 회사가 책정한 미국 내 환자 1인당 도매가는 연간 45만 달러다. 한화로 계산하면 연간 5억 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