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외부 연구용역 51개 중 29개 비공개…심평원 1개와 대비
면역항암제 관련 연구 등은 '영구 비공개' 처리…용역 결과 '깜깜'
업계, "국민 세금으로 진행된 연구인데 정보 비대칭은 어불성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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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제약과 의료 정책 개발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부 연구용역이 그 결과를 열람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연구 결과를 통해 추가 분석을 진행하고 싶은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연구를 진행한 당사자조차 열람할 수 없는 때도 있어 단순 비공개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2020년 1월~2021년 2월) 건보공단이 외부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는 총51건이다.

문제는 이 중 29건(57%)이 다양한 사유로 일반인이 연구 보고서를 열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연구 내용은 건강보험 지출관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의료기관 적정관리, 합리적 의료이용 지원 등 의료계와 관계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지만 제약업계의 이목을 집중할만한 주제도 다수 존재한다.

약가인하 소송 관련 집행정지 분석 및 대응방안, 약가인하 소송 사건 판결례 분석,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 효과분석, 다제약물 복용 관리방안 마련 등이 그것.

특히, '면역항암제의 등재 후 실제 임상자료에 근거한 사후평가'라는 제목의 연구는 업계 관계자들이 관심이 집중된 연구 중 하나다.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효용성에 대한 예측 바이오마커 분석부터 △면역관련 부작용 발생과 관련된 예측 인자 분석 △경제성 평가 △면역항암제 사후관리 제도 운영 방안 △약제 평가 결과 활용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7호에 따라 비공개이며, 공개 예정일도 정해지지 않은 '영구비공개'로 분류돼 있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은 "실제 임상자료를 기반으로 기등재된 면역항암제의 경제성 평가를 수행 및 사후 평가한 연구로서 특정 약제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이 수록돼 있는 등 비공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연구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2년(2020년 1월~2021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부 연구용역 중 비공개 목록.
최근 2년(2020년 1월~2021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외부 연구용역 중 비공개 목록.

건보공단의 비공개 연구 목록 29건이 모두 영구비공개인 것은 아니다.

특성과 성격, 종류에 따라 4~5년 후 공개 예정인 연구도 있으며 시점을 특정할 수 없지만 '미정'으로 표현되거나 관련 정책이 개발 된 후에 공개 예정인 사례도 많다. 

확인 결과 현재 영구비공개인 연구는 면역항암제의 등재 후 실제 임상자료에 근거한 사후평가, 2020년 중증도·간호필요도 평가 및 기준 개선방안 연구, 약가인하 소송 사건 판결례 분석 및 대응방안 마련, 약가인하 소송 관련 집행정지 분석 및 대응방안 마련 등 5~6건이다.

이는 비슷한 성격의 외부 연구용역이 잦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비교된다.

같은 기간 심평원의 외부 연구용역은 총 43개로 이 중 비공개는 단 1건(2%)이다.

즉, 건보공단과 달리 연구 대부분을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열어 둔 것이다.

최근 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요 외부 연구용역 목록. 43개 중 단 1건의 비공개를 제외하고 모두 공개다.

'국민세금으로 추진하는 연구인데 너무 폐쇄적' 비판
연구 질·특성 확인 및 추가 연구 등 불가능한 것 문제  

물론, 건보공단의 외부 연구용역 비공개가 무턱대고 이뤄지진 않는다.

연구내용이 알려질 경우 △특정 단체에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준다 △관련 업체의 영업상 비밀 사항이 노출된다 △원활한 정책 추진이 곤란해진다 △관계자의 정당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 △객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관련 사업 추진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등이 대표적인 비공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건수가 너무 많고, 일부는 연구를 진행한 당사자마저 열람이 불가능한 영구비공개로 분류한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이미지 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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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책 반영 검토를 위해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연구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건보공단 연구는 영구비공개가 너무 많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하는 연구인데 소수만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건보공단 비공개 연구 29건의 총 계약금액은 24억원에 달한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 종합평가 및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와 '면역항암제의 등재 후 실제 임상자료에 근거한 사후평가 연구'는 각각 2억 8900만원, 2억 4800만원으로 다른 연구에 비해 금액이 높다.

아울러 정보공개 청구 등을 거치면 열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보공단 이사장과 건강보험연구원장 및 극소수 직원만 연구 결과에 접근이 가능한 것은 정보 비대칭 측면에서 불공정하다는 게 중론이다.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오히려 심평원은 비공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연구가 있을 정도로 대외비가 거의 없다"며 "건보공단이 유독 폐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확실한 사유가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대다수의 정부 연구가 오픈돼 있다"며 "아무리 건강보험과 연관된 연구라고해도 연구 결과가 추후 정책으로 인정받고 추가 연구를 다양화하려면 비공개 비율은 10% 이내로 조절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비판은 오히려 개별 단체 혹은 회사 정보에 민감한 약계에서 더 거셌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가 비공개로 유지되면 아무런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정부의 의도대로 정책이 설계될 수 있다"며 "어떤 목적으로 용역 연구를 진행했고, 향후 정책 반영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 전체적인 요지는 공개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즉, 절대로 공개할 수 없는 민감한 정보와 데이터가 있다면 이를 최대한 가리고 공개 가능 범위 적절한 수준을 설정하는 것도 건보공단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 "예를 들어 앞으로 새롭게 약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관련 연구를 참고할 수 없다면 정부와의 일방적인 갑을 관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며 "게다가 연구의 질을 전혀 알 수 없고 해당 내용에 관심 있는 연구자의 추가 연구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면에서 세금이 투입되는 연구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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