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RIC 연구 70~90세 당뇨병전단계 고령 데이터 분석
추적관찰 6년 결과, 당뇨병 진행보다 정상혈당 호전·사망 더 많이 보고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전단계는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그 위험을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70세 이상의 고령에는 당뇨병전단계 관리가 건강관리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동맥경화위험연구(ARIC)에 참여한 70~90세의 고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은 높게 보고됐지만 추적관찰을 하는 동안 실제 당뇨병으로 진행된 비율은 낮았다. 오히려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사망한 고령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기반 고령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전단계 진단기준에 따른 유병률 차이를 비교하고, 당뇨병전단계의 자연경과(natural history)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ARIC 연구가 시작된 1987~1989년 당시 45~64세였고 2011~2013년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70~90세 고령 3412명이 이번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포함됐다. 

전체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75.6세였고 여성이 60%를 차지했다. 추적관찰 6.5년 동안 참가자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했으며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2017년 12월 31일까지 연 2회 연락을 통해 건강 및 사망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에서 당뇨병전단계는 △당화혈색소 5.7~6.4% △공복혈당 100~125mg/dL(공복혈당장애)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모두 해당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당뇨병 발생은 △의료진 진단 △항당뇨병제 투약 △당화혈색소 6.5% 이상 △공복혈당 126mg/dL 이상 등으로 설정했다.

추적관찰 기간에 전체 참가자 중 총 2497명이 병원에 내원하거나 사망했다. 전체 당뇨병 사례는 156건이 확인됐고 118명이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사망자는 434명이었다.

먼저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5.7~6.4%인 고령은 44%, 공복혈당 100~125mg/dL은 59%로 조사됐다. 두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이들은 29%였지만, 최소 하나에 부합하는 고령은 무려 73%를 차지했다.

그러나 추적관찰 동안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5.7~6.4%였던 고령 중 당뇨병으로 진행된 이들은 9%에 그쳤다. 반면 13%는 당화혈색소 5.7% 미만의 정상혈당으로 호전됐다. 사망자는 19%였다.

게다가 공복혈당장애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된 고령은 8%에 불과했지만, 44%는 공복혈당 100mg/dL 미만인 정상 수치로 호전됐으며 사망자는 16%로 조사됐다.

종합하면, 추적관찰 6.5년 동안 당뇨병전단계인 고령은 당뇨병으로 진행되기보단 정상혈당으로 호전 또는 사망이 더 빈번하게 나타났다. 

아울러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5.7% 미만인 고령 중 당화혈색소 5.7~6.4%로 높아진 비율은 17%였고 3%가 당뇨병으로 진행됐다. 또 등록 당시 공복혈당 100mg/dL 미만에서 추적관찰 기간에 100~125mg/dL로 높아진 고령은 8%, 당뇨병이 발병한 이들은 3%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고령에서 당뇨병전단계 유병률은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사망한 비율이 당뇨병으로 진행된 비율보다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당뇨병전단계가 고령에서 강력한 진단적 실체(diagnostic entity)가 아닐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Mary Rooney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역사회 기반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당뇨병전단계가 당뇨병으로 진행되는지 평가한 연구 중 하나"라며 "당뇨병전단계는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은 이들을 판단하는 데 활용되지만, 고령에서는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기준에 부합한 이들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당뇨병전단계 고령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연구팀의 입장이다.

Rooney 교수는 "이번 결과에 따라 당뇨병전단계 고령은 당뇨병 진행 위험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령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학적 중재 또는 공격적인 관리전략은 큰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며 "오히려 과잉진단, 불안 등 의도치 않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 Kenneth Lam 교수는 이 같은 연구팀 결론에 동의하며, 향후 가이드라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Lam 교수는 논평을 통해 "현재 가이드라인은 모든 당뇨병전단계 성인의 경우 매년 제2형 당뇨병 발생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예방 프로그램을 참고하도록 권고한다"며 "그러나 새로운 근거에 따라 이 같은 권고안은 수정돼야 한다.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전단계는 노쇠한 고령보다는 더 건강한 중년을 위한 개념임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JAMA Internal Medicine 2월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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