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미국 연구 결과, 당뇨병 진행 비율 높지 않아
국내외 전문가 "체중·혈압 등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관리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당뇨병전단계 노인도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당뇨병전단계는 당뇨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당뇨병 고위험군'이다. 당뇨병전단계 성인은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생활습관 개선에 더해 약물중재를 고려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당뇨병으로 진행되기보단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적극적인 혈당 관리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전단계를 △공복혈당장애: 공복혈장 포도당 100~125mg/dL △내당능장애: 75g 경구당부하 후 2시간 혈장포도당 140~199 mg/dL △당화혈색소 5.7~6.4%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스웨덴 연구 결과, 3명 중 2명 정상혈당 호전 또는 혈당 변화 없어

스웨덴에서 진행된 인구 노령화와 건강에 대한 종단연구인 SNAC-K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전단계 노인 3명 중 2명은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혈당이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대다수 당뇨병전단계 노인이 당뇨병으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J Intern Med 2019;286(3):326~340).

60세 이상의 당뇨병전단계 노인 918명을 최대 12년간 추적관찰한 결과로, 당뇨병 발생률은 13%(119명)였지만 정상혈당으로 호전된 비율은 22%(204명)로 조사됐다. 100인 년당(person-years) 발생률은 각 2.0명과 3.4명으로 추산된다. 

또 당뇨병전단계 노인의 사망률은 23%(215명)로, 추적관찰을 하는 동안 100인년당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계산됐다. 그 외 42%는 안정적인 혈당 수치를 유지했다.

종합하면 추적관찰 12년 동안 당뇨병전단계 노인 3명 중 1명만 당뇨병으로 진행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지만, 당뇨병전단계 노인이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당뇨병 진행 또는 사망하는 비율은 전체 추적관찰 중 첫 6년이 이후 6년보다 더 높았다.

한편 연구에서 당뇨병전단계는 당화혈색소 5.7~6.4%, 정상혈당은 5.7% 미만으로 정의했다. 당뇨병은 건강검진 결과, 항당뇨병제 복용, 의료기록 또는 당화혈색소 6.5% 이상 등으로 진단했다. 

美ARIC, 당뇨병 진행보다 정상혈당 호전·사망 더 많이 보고

이 같은 결과는 미국동맥경화위험연구(ARIC)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된다(JAMA Internal Medicine 2월 8일자 온라인판). 

ARIC의 70~90세 노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추적관찰을 하는 동안 당뇨병전단계에서 실제 당뇨병으로 진행된 비율은 높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거나 사망한 노인이 더 많았다.

ARIC이 시작된 1987~1989년 당시 45~64세였고 2011~2013년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70~90세 노인 3412명이 이번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포함됐다. 

먼저 등록 당시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하는 당화혈색소 5.7~6.4%인 노인은 44%, 공복혈당 100~125mg/dL는 59%로 조사됐다. 두 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이들은 29%였고, 최소 한 가지에 부합하는 노인은 73%를 차지했다.

그러나 추적관찰 6.5년 동안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된 노인은 9%에 그쳤다. 반면 13%는 당화혈색소 5.7% 미만의 정상혈당으로 호전됐고 사망자는 19%로 조사됐다.

게다가 등록 당시 당화혈색소 5.7% 미만인 노인 중 당화혈색소 5.7~6.4%로 높아진 비율은 17%였고 당뇨병으로 진행된 이들은 3%에 불과했다. 공복혈당 100mg/dL 미만에서 추적관찰 기간에 100~125mg/dL로 높아진 노인은 8%, 당뇨병이 발병한 이들은 3%로 조사됐다.

"약물중재·적극적인 혈당 관리, 혜택 제공할 가능성 낮아"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노인 비율이 낮다고 보고되면서, 이들은 혈당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학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ARIC 분석 연구를 진행한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Mary Rooney 교수는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당뇨병 진행 위험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학적 중재 또는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큰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며 "오히려 과잉진단, 불안 등 의도치 않은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희대병원 우정택 교수(내분비내과)는 "70세 이상의 노인은 당뇨병이 발병하더라도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보다는 다른 질병에 의해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래서 70세 이상의 노인은 혈당을 철저히 조절하기보다는 느슨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의 당뇨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강력하게 치료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인을 위한 근거 기반의 당뇨병 예방법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한국당뇨병예방연구(KDPS)'에서는 만 30세 이상 70세 이하 성인을 모집 대상군의 나이로 제시하고 있다.

"당뇨병전단계 노인,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확인·조절해야"

이에 따라 기대수명이 길지 않은 당뇨병전단계 노인의 관리전략으로 체중, 혈압 등 조절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중지가 모인다.

SNAC-K 분석에서는 당뇨병전단계를 정상혈당으로 호전시키는 요인으로 △낮은 수축기혈압 △심혈관질환 비동반 △체중 감소 등이 지목됐다. 정상혈당으로 호전될 가능성은 수축기혈압 상승 시 10%, 심혈관질환 동반 시 50% 유의하게 감소했고, 체중을 조절하면 2배 증가했다. 

반면 비만은 당뇨병전단계를 당뇨병으로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등록 당시 비만한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정상체중인 이들과 비교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2.8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SNAC-K 분석을 진행한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Ying Shang 교수는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효과적인 체중 감량과 혈압조절을 통해 정상혈당으로 호전될 수 있다"며 "체중 관리로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해 당뇨병전단계가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과체중 또는 비만한 당뇨병전단계 노인이 정상혈당으로 호전되기 위한 관리전략으로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통한 체중 조절을 권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유순집 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관리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뇨병전단계 노인은 공복혈당이 조금 상승했을지라도,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고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위험하다. 이들의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