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 “당뇨병 예방하려면 생활요법에 메트포르민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당뇨병전단계의 유병률이 높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26.9%가 공복혈당장애(IFG)를 갖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에서는 IFG 유병률이 29.6%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당뇨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들이 상당히 많아 당뇨병 대란의 위험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뇨병 대란 좌지우지

특히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8’에 따르면,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인 환자는 50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당뇨병 이환위험이 높은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고혈당 병태에 노출돼 있는 환자수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당뇨병 501만명, 당뇨병전단계 870만명).

주목해야 할 대목은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이다. 이 전단계 그룹에서 당뇨병 이환을 막아내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당뇨병 대란의 현실화를 가늠해볼 수 있다. 즉 이들 고위험군에서 당뇨병의 이환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이 당뇨병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당뇨병전단계

ADA는 2021년 새 가이드라인에서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제2형당뇨병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당뇨병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 환자들은 △당화혈색소(A1C) 5.7~6.4%인 경우에 더해 △내당능장애(IGT, 식후혈당 140~199mg/dL) △공복혈당장애(IFG, 공복혈당 100~125mg/dL) 등으로 규정했다. ADA는 이렇게 정의된 당뇨병전단계 환자들 모두가 당뇨병 예방노력의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예방에 생활요법

ADA는 당뇨병의 예방에 운동이나 식이조절과 같은 생활요법을 우선해 적용토록 권고했다. 생활요법과 관련해서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게 DPP(Diabetes Prevention Program)와 같은 집중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을 적용토록 권고하는 동시에 “기존 체중의 7%를 줄이고 유지하며 최소 주당 150분 정도의 중등도 강도 운동을 늘려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특히 ADA는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과 같은 생활요법의 비용효과를 인정하며, 이러한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의 임상적용에 보험급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는 왜?

한편 ADA는 당뇨병 예방에 있어 생활요법의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일정한 한계 또한 지적하고 있다. “식이조절이나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요법만으로 체중감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생활요법은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끌고가지 못한다는 순응도의 문제를 맹점으로 안고 있다.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요법에 더해지는 약물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ADA도 가이드라인에서 “체중감소 치료를 받고 있는 (당뇨병)환자들이, 필요한 경우에  약물 보조 또는 추가요법으로부터 혜택을 얻을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약물이?

당뇨병전단계에서 당뇨병 이환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된 혈당강하제로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리라글루타이드, 티아졸리딘디온계, 인슐린 등이 소개됐다. 

이 외에도 펜터민/토피라메이트, 올리스탯과 같은 몇몇 비만치료제가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다양한 정도의 당뇨병 위험감소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항고혈압제 중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의 발사르탄이 당뇨병 예방에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메트포르민

하지만 ADA가 당뇨병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한 약물은 혈당강하제 메트포르민이 유일하다. ADA는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당뇨병 예방만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해 예방전략에 메트포르민 약물치료를 적시한 것이다.

ADA 가이드라인은 당뇨병전단계 환자의 당뇨병 예방전략으로 약물치료를 권고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체적으로는 “체질량지수(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연령대, 임신성 당뇨병 병력 여성에 해당하는 당뇨병전단계 환자에서 제2형당뇨병의 예방을 위해 메트포르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DA는 “메트포르민, α-글루코시다제억제제, 올리스탯, 티아졸리딘디온계와 같은 약제들이 다양한 정도의 당뇨병 위험감소 혜택을 보였다”면서도 “메트포르민이 장기적 안전성과 함께 가장 강력한 효과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ADA는 “메트포르민의 장기적인 사용이 생화학적 비타민 B12 결핍과 연관이 있을수도 있다”며 “메트포르민 투여환자, 특히 빈혈이나 말초신경병증 환자의 경우 정기적으로 비타민 B12 측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DPP

ADA가 언급한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은 일련의 임상연구 결과에 근거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의 당뇨병 예방효과 검증을 위한 DPP 연구의 여정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EJM에 3년 치료관찰 결과가 처음 보고되면서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의 제2형당뇨병 예방효과가 합격점을 받았다.

연구는 공복·식후혈당이 상승한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 3234명을 생활요법,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당뇨병 예방효과를 비교·분석했다. 결과는 2.8년 관찰기간 동안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중 생활요법군의 위약 대비 당뇨병 위험도 감소는 58%였다.

DPPOS 

DPP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구팀은 연구종료 후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을 오픈라벨 방식으로 전환해 7~8년을 더 관찰했고, 최종적으로 DPP 시작시점으로부터 10년 기간의 당뇨병 발생빈도를 조사했다. 이것이 바로 2009년 Lancet에 게재된 DPPOS(DPP Outcomes Study) 연구다.

확대관찰 연구는 DPP에서 나타난 혜택을 고려해 세 그룹 모두에게 생활요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활요법군에게는 추가적인 생활습관개선이 적용됐다(생활요법군). 메트포르민군은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요법이 더해졌다(메트포르민군). 나머지 그룹의 환자들은 모두 생활요법군으로 전환됐다(위약군). 그 결과, DPP 환자 배정 이후 10년 동안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각각 34%와 18%씩 감소했다.

3 → 10 → 15년 

DPP 연구의 15년 관찰결과는 앞서 보고된 장기적 예방효과의 연속선 상에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대학병원의 David Nathan 교수는 “15년 장기관찰 결과,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각각 27%와 18%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심혈관질환 결과는 현재까지 차이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심혈관사건이 발생하지 않아 조사가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장기관찰에서 메트포르민이 지속적으로 체중감소 효과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심혈관보호효과의 가능성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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