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부배깅 시행에도 산소포화도 77%에 그쳐
재판부 "심정지 이후에야 기관내 삽관...신속한 조치 없었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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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호흡부전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에게 신속한 기관 내 삽관, 원인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병원이 환자의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족 측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일부 인용하고,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경과를 살펴보면 고인인 A씨는 2018년 갑자기 왼쪽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으로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입원했다.

A씨는 입원 당일이었던 10월 6일에는 산소포화도 96~98%를 유지했지만, 다음날인 7일 산소포화도가 92~95%로 감소했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동맥혈 가스분석검사를 시행한 후 비강을 통해 산소 1L를 공급했다.

8일 A씨는 산소포화도 95~98%를 유지했고, 의료진은 A씨에게 수면시에만 산소 1L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A씨는 10일 산소 1L 공급 중에도 산소포화도가 92%로 떨어졌고, 산소 공급량을 증량했지만 손톱의 청색증이 나타났다.

이후 수차례의 앰부배깅과 심장마사지, 에피네프린 투여 등이 이뤄졌음에도 11일 오전 결국 사망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호흡양상, 활력징후를 감시하고 호흡부전의 원인을 찾아 치료에 나서야 했지만 이러한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기관내 삽관 및 기계적 환기장치 적용이 필요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고, 적기에 흉부압박을 실시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호흡부전 원인 다양, 조기에 찾아 치료 시행해야"

재판부는 이러한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의료진이 ▲산소포화도가 저하된 이유를 감별하기 위한 검사를 소홀히 하고 ▲호흡양상을 면밀히 감시하지 않은 과실 ▲앰부배깅으로 산소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음에도 신속하게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지 않는 과실 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고인이 적절한 치료와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호흡성 산증, 심정지로 사망했으므로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호흡부전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발생 원인을 조기에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며 "동맥혈가스분석검사 및 산소포화도를 비롯한 환자의 활력징후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의료진은 고인의 산소포화도가 저하됐음에도 산소량을 증량하는 조치만 시행하고, 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산소 공급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예정된 시간인 오전 7시에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려 했던 것이므로 과실이 없다고 주장한 B병원 측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감정의는 "산소를 최소 10분만 투여해도 산소공급효과를 확인할 수 있고, 산소포화도 저하 원인 감별을 위한 추가검사가 시행됐어야 한다"는 감정 의견을 회신했다.

또한 재판부는 환자에게 앰부배깅으로 산소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기관내 삽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망 약 1시간 전 여러차례 앰부 배깅을 시행했지만, 산소포화도가 77%에 그쳤고 환자의 자가호흡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앰부배깅으로 원활히 산소공급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B병원 측은 고인에게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 기관내 삽관을 시행했다. 재판부는 고인에 대한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에 재판부는 A씨의 원고인 상속인들에게 위자료와 장례비 등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장례비에 대해서는 A씨가 고령으로 여러 중증질환을 앓고 있었던 점, 호흡부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4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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