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에서는 '손해배상 책임 없다'...대법원 '환송'
구체적인 설명의무 이행 여부는 '수술 동의서' 기준 판단해야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수술동의서에 기재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의사가 시행할 경우 설명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 제2부는 A원장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과 원고의 상고이유를 인정하고, 이 부분의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했다.
대법원은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절차상 조치"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한 데 대한 증명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고는 지난 2012년 11월 소음순 비대칭 교정을 위해 A원장이 운영하는 산부인과의원에 내원해 A원장으로부터 소음순 성형, 요실금 수술, 질성형 등의 수술을 추천받았다.
A원장이 원고에게 수술을 시행하기 전 작성한 진료기록에는 A원장이 그린 해부학 그림과 함께 LCR(음핵성형술), LRL(소음순성형술), ALR(요실금수술) 등의 용어가 기재됐다.
원고는 A원장과의 상담을 마친 후 의원 직원과 함께 수술동의서를 작성했으며, 수술동의서에는 요실금수술, 성감질성형, 소음순성형, 임플란트질성형, 줄기세포질성형 등 5가지 수술이 부동문자로 기재됐다.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에는 소음순성형과 성감질성형에 동의하는 취지의 체크 표시가 있었다.
이어 A원장은 원고에게 소음순성형술, 음핵성형술, 사마귀제거술, 매직레이저 질성형술, 성감레이저 질성형술 등을 각각 시행했다.
여기서 대법원은 A원장이 원고에게 음핵성형술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고, 원고가 위 수술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원장이 원고를 상담하면서 작성한 진료기록에 소음순성형, 질성형, 음핵성형, 레이저질성형 등 여러 수술 용어가 기재됐지만, 이는 일반적인 수술방법에 관해 설명한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수술내용과 부작용 등에 관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동의를 받았는지의 여부는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심은 수술동의서에 기재된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됐다고 봐 A원장이 음핵성형술에 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소음순과 음핵이 해부학적으로 다른 신체부위이고, 일반적으로 소음순성형술에 음핵성형술이 포함돼 시행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작성한 수술동의서 중 소음순성형 부분에는 소음순수술과 관련된 내용만 기재됐을 뿐 음핵성형술과 관련된 아무런 내용도 기재되지 않았다"며 "A원장이 음핵성형술에 대해서도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원고가 이를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수술명칭 정확히 구분하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미이행'
또한 대법원은 A원장이 수술명칭과 관련한 원고의 이해부족을 탓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원심은 'A원장이 소음순, 음핵 등 해부학적 용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은채 설명했고, 원고가 이러한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 음핵성형술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원장이 수술을 시행하기 전 환자에게 수술 내용과 방법, 후유증 등을 명확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고가 작성했던 수술동의서에는 음핵성형술이 기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A원장이 수술명칭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은 채 원고에게 설명했다면 A원장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원고는 애초에 소음순 교정, 요실금 치료를 위해 A원장 의원에 내원했고, 소음순 교정을 위해 음핵성형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원고가 음핵성형술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었더라도 위 수술에 동의했을 것이라는 점이 불명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A원장의 설명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판단에는 의사의 설명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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