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로신 위주 특정 품목들만 확대…복합제 상업화 벽 높은 것도 한계
가정의학과·내과 등에서 처방 흔해…순수한 실적 상승으로 보기 어려워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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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은 최근 고령화와 맞물려 유의미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는 오리지널을 위협하는 국산 제네릭 의약품이 선전하면서 더욱 가속화 됐는데, 최근 몇 년간의 처방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원외처방 실적이나 일부 제약사의 매출 상승 등 표면적인 수치만으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을 가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처방이 가능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약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알파차단제이고, 나머지 하나는 5알파 환원요소 억제제다.

이중 알파차단제는 전립선비대증의 약물치료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대표적인 약제로는 △탐스로신(tamsulosin) △테라조신(terazosin) △실로도신(silodosin) △독사조신(doxazosin) △알푸조신(alfuzosin) △나프토피딜(naptopidil) 등이 있다.

특히, 탐스로신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투여상의 어려움이 없고 혈압과 맥박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진료 현장에서도 다른 성분에 비해 탐스로신 제제가 더 흔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오리지널 제품으로는 아스텔라스의 '하루날디'가 있다.

하루날디의 특허 만료 이후 2016년 한미약품이 약의 크기는 동일하지만 함량은 높인 '한미탐스캡슐0.4mg'을 출시, 기존 0.2mg의 탐스로신 치료제 시장에 새 장을 열었다.

4년 동안의 시판후조사(PMS) 기간을 통해 한미탐스는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2019년 12월 PMS 만료 후 한국콜마 등 다수의 제약사에서 80여 품목을 허가받았다. 

실제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탐스로신 제제의 점유율은 다른 제제에 비해 압도적이다.

탐스로신의 오리지널 제품인 하루날이 2020년 기준 728억원의 처방 실적을 올린 것에 비해 테라조신, 실로도신, 독사조신, 알푸조신, 나프토피딜의 대표 품목들은 탐스로신에 크게 못 미친다.

이들 성분 주요 의약품의 2020년 처방액은 일양약품 하이트린이 149억원, JW중외제약의 트루패스가 118억원, 화이자의 카두라 53억원, 한독의 자트랄 99억원, 동아에스티의 플리바스가 70억원이다.

성분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처방 실적(유비스트)
성분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처방 실적(유비스트)

더욱이 탐스로신 제제는 지난 5년 동안(2016~2020년)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다른 성분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성분들은 큰 변화가 없거나 증가 폭이 미미하다.

탐스로신 제제 안에서는 한미약품의 한미탐스가 오리지널인 하루날을 위협하고 있는 모양새다.

비록 전체 처방 규모로는 한미탐스가 하루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하루날이 2019년에 비해 7.6%가량 처방액이 줄어든 반면, 한미탐스는 174억원에서 222억원으로 무려 27.6% 상승했다. 

즉, 한미탐스는 고용량의 장점을 살려 그 어떤 국내 전립선비대증 제네릭 의약품보다 오리지널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학과·내과 등에서 처방 흔한 탓에 
전립선비대증 시장 순수 성장으로 보기 어려워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탐스로신 제제의 견고함과 한미탐스의 약진이 눈에 띄지만 순수 전립선비대증 시장의 성장으로 해석하긴 힘들다며 지표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한미탐스가 고용량 제네릭을 최초로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하루날과 함께 이 둘의 시장 점유율이 유독 높은 진짜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한 비뇨의학과 개원의는 "전립전비대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은 비뇨의학과 의사 입장에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돼 치료에 거부감이 없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서 긍정적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하지만 하루날은 시장 점유율이 이미 독보적이었고, 한미탐스도 최초의 0.4mg이란 장점과 뛰어난 영업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처방액이 높은 것이지, 다른 약보다 특별히 압도적인 효능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특히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에 노인 환자가 방문했을 때 소변과 관련해 불편함을 호소하면 전립선비대증에 준한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라고 덧붙였다.

즉, 급속한 고령화와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에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일이 흔해 처방실적 증가 원인을 분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은 대학병원 의사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한 대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만성질환으로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을 찾는 노인들이 상담을 받으면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까지 처방받는 일이 있는데, 전체 처방 규모의 20~30% 이상일 수 있다"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가 부작용이 적고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랫동안 복합제가 출시되지 않아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어 시장이 다양화 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복합제는 한미약품의 '구구탐스(타다라필·탐스로신)'가 있다.

이후 종근당, 일동제약, 영진약품, 제일약품, 동국제약, 유유제약 등에서 △탐스로신·타다라필 △탐스로신·솔리페나신 △두타스테리드·타다라필 등의 복합제 개발에 시동을 걸었지만 아직까지 상업화를 목전에 뒀다는 소식은 없다. 

건양대병원 장영섭 교수(비뇨의학과)는 "순응도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립선비대증 치료 복합제 개발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단지 아쉬운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 부처의 까다로운 요건이 제약사가 복합제를 개발하기 어렵게 한다는 것인데, 때론 글로벌 3상에 버금가는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경우도 있어 중도 포기를 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와 달리 제약사 스스로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개발을 중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복합제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수도권의 한 비뇨의학과 의원 원장은 "단순히 부작용이 없는 약 2개를 섞어서 복합제를 만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비뇨의학과에서도 따로 진료를 봐야 하는 질환이 많다. 복합제를 통해 개선할 사항이 임상적으로 필요한 환자가 적다면 이는 곧 시장성이 없다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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