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IPSE 임상3상 결과, 26주·52주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 확인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 발생률 높아…체중 조절 효과 나타나지 않은 한계점 있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적응증이 성인에 이어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까지 확대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0~16세인 비만한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ELLIPSE 임상3상 결과, 리라글루타이드와 메트포르민을 병용한 환자군의 당화혈색소가 위약군 대비 의미 있게 개선됐다. 

다만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약한 환자군에서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체중 조절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한계점으로 꼽혔다. 

연구 결과는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볼티모어 열리는 세계소아과학회 연례학술대회(PAS 2019)에서 첫선을 보였고 동시에 NEJM에 실렸다.

소아청소년 당뇨 환자 치료제 제한돼…리라글루타이드 '해결사' 될까?

세계적으로 비만한 소아청소년이 늘면서 제2형 당뇨병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치료는 경구용 및 주사용 항당뇨병제 등 치료옵션이 다양한 성인과 달리 메트포르민과 인슐린으로 제한된 상황. 

ELLIPSE 연구는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항당뇨병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첫 임상3상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소아청소년 환자를 위한 새로운 항당뇨병제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다. 

임상3상에는 2012~2018년 25개국에서 모집된 10~16세 소아청소년 환자 13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또래와 비교해 과체중이거나 비만했고 당화혈색소가 7.0~11.0%였다. 식이요법, 운동과 함께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또는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 단독요법, 메트포르민+기저 인슐린 병용요법을 진행했지만 당화혈색소가 6.5~11.0%로 정상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았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14.6세였고 62%가 여성이었다.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3.9kg/㎡로 비만했다. 

환자들은 매일 메트포르민 1000~2000mg을 복용하면서 리라글루타이드를 피하주사한 군(리라글루타이드군)과 위약군에 1:1 무작위 분류됐다. 

리라글루타이드군은 3주 동안 용량증량(dose-escalation) 기간을 가져 용량을 0.6mg에서 1.2mg, 1.8mg 또는 최대 내약 용량까지 점진적으로 증량한 뒤 안정적인 용량으로 치료를 유지했다. 전체 환자군은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다. 

26주간 이중맹검 기간을 가진 후 26주간 오픈라벨로 연장연구를 진행했다. 연장연구 기간에 위약군에게는 위약을 투약하지 않았고 리라글루타이드군은 계속 치료를 진행했다. 

1차 종료점은 등록 당시 대비 치료 26주 후 당화혈색소 변화로, 2차 종료점은 공복혈당 수치 변화로 정의했다.

26주 당화혈색소, 리라글루타이드군 '감소'·위약군 '증가'

최종 결과 26주째 평균 당화혈색소는 등록 당시와 비교해 리라글루타이드군에서 0.64%p 감소했으나 위약군에서는 오히려 0.42%p 증가했다(P<0.001). 게다가 26주째 당화혈색소가 7% 미만으로 조절된 환자군은 리라글루타이드군이 63.7%로 위약군(36.5%)보다 27%p가량 더 많았다(P<0.001).

이와 유사하게 52주째 평균 당화혈색소는 리라글루타이드군이 0.5%p 감소했지만 위약군은 0.8%p 증가했다(P<0.001). 26주째와 52주째 측정한 공복혈당 수치 역시 리라글루타이드군이 감소했으나 위약군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
▲GLP-1 유사체 '리라글루타이드'

그러나 리라글루타이드의 체중 조절 효과는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나이와 성별에 따른 BMI 변화를 통제하기 위해 활용한 표준화한 BMI(BMI z-score)는 26주째 리라글루타이드군이 0.25%p, 위약군이 0.21%p 감소해 리라글루타이드 치료에 따른 체중 감량 혜택을 볼 수 없었다(P=0.39).

이는 리라글루타이드군 2명 중 1명만 최대 용량인 1.8mg을 투약했고, 연구에 포함된 환자 수가 많지 않으며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성장기이기에 체중 조절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리라글루타이드 투약 시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다만 이는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이상반응으로 GLP-1 유사체 계열이 갖고 있는 공통된 특징이라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구체적으로 52주동안 이상반응 발생률은 리라글루타이드군 85%,  위약군 81%였다. 리라글루타이드군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구역(29%) △구토(26%) △설사(23%) △두통(21%) △복부통증(18%) △비인두염(17%) △현기증(12%) △위장염(11%) 등으로 위장관 관련 이상반응이 많았다. 또 상기도 감염, 소화불량, 발진, 발열, 식욕 감소, 변비 등이 5% 이상 보고됐다. 

반면 위약군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비인두염(28%)이었고, 두통(19%), 설사(16%), 구역(13%), 상복부 통증(12%)이 뒤를 이었다.

경도 저혈당증은 리라글루타이드군에서 24%, 위약군에서 10% 나타났지만 중증 저혈당증은 위약군에서만 1명 보고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예일대학 William V. Tamborlan 교수는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는 메트포르민과 함께 매일 리라글루타이드 최대 1.8mg을 투약하면 52주까지 혈당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며 "리라글루타이드의 치료 혜택은 컸고 이상반응은 경미했다"고 결론내렸다. 

리라글루타이드 FDA·EMA 적응증 확대 기대감 '솔솔'

ELLIPSE 연구 결과를 근거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이 리라글루타이드를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제로 승인한다면 임상에서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의 대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라글루타이드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 미국법인 부사장이자 미국 의학책임자인 Todd Hobbs 박사는 "10세 이상의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옵션으로 리라글루타이드 투약이 가능한지 평가받기 위해 FDA와 EMA에 ELLIPSE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피츠버그대학 Silva Arslanian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리라글루타이드 투약 시 당화혈색소가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리라글루타이드가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치료옵션이 될 것"이라며 "FDA와 EMA 승인을 획득하면 리라글루타이드를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또는 메트포르민과 인슐린 병용요법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내분비내과)는 "지금까지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항당뇨병제의 혈당 개선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혈당 개선 효과를 입증했기에 향후 리라글루타이드가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른 항당뇨병제도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임상연구 필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앞으로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옵션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연구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 수가 많지 않아 항당뇨병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고등학생만 돼도 체구가 성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항당뇨병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가 없어 메트포르민, 인슐린 외 다른 항당뇨병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아청소년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기에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항당뇨병제 관련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리라글루타이드에 이어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도 제2형 당뇨병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시행해 혈당 개선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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