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BMI 검사 진행 및 부모에게 결과 알려도 체중 개선 효과 없어…체중 불만족↑
영국 연구팀, 본인 실제 체중보다 과대평가할 가능성 커…여아는 우울증상 경험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한 청소년의 관리전략으로 체중 중심의 접근법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된 두 개의 연구 결과에서 체중 중심의 개입은 청소년의 체중 조절에 큰 효과가 없었을 뿐 아니라 체중 만족도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인이 과체중이라고 인지하는 여아일수록 우울증상을 앓을 가능성이 커 정신건강에 대한 접근의 필요성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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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부모에게 알렸을 때 체중 조절 효과를 확인했다. 영국 연구는 세 가지 코호트를 토대로 본인의 체중을 인지하고 조절하고자 행동에 변화를 준 비율을 조사하고, 이와 우울증상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두 연구는 청소년 대상의 비만 공중보건 캠페인(Public Health Campaign)이 실제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는데 목적을 뒀다. 결과적으로 청소년의 '체중낙인(weight stigma)'와 '신체 불만족(body dissatisfaction)'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캠페인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였다. 

두 연구 결과는 JAMA Pediatrics 11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BMI 검사 후 결과 알리기, 체중 조절에 효과 있나?

미국 연구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측정한 BMI를 부모에게 알릴 경우 체중 상태 또는 체중낙인, 체중 관련 인식·행동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부모에게 BMI를 알리더라도 청소년의 체중이 조절되지 않았고 체중에 대한 만족도가 감소했다.

이번 Fit 무작위 연구에는 2004~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초등학교·중학교 79곳에 재학 중인 3~8학년 학생들이 참여했다. 전체 참가자는 △BMI 검사 후 부모에게 결과를 보고한 군(그룹1) △BMI 검사만 진행한 군(그룹2) △BMI 검사를 받지 않았으며 부모에게도 결과를 보고하지 않은 군(그룹3, 대조군) 등 세 개 군으로 무작위 분류됐다.

본 분석에서는 등록 당시 3~7학년 2만 8641명을 최대 3년간 추적관찰했다. 남아 비율은 51.1%로 여아와 비슷했다.

등록 당시 BMI가 85백분위수 이상인 학생 1만 6622명 중 6534명을 분석한 결과, BMI 결과를 부모에게 알리는 것은 BMI 표준점수(BMI z-score) 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1년째와 2년째 분석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주목할 결과는 체중에 대한 불만족이 BMI 검사를 진행한 그룹1과 그룹2가 검사를 받지 않은 대조군보다 증가했다는 점이다.

대조군과 비교해 그룹1과 그룹2의 체중 만족도는 추적관찰 2년 후 0.11점 유의하게 감소했다(-0.11; 95% CI -0.18~-0.005). 게다가 BMI 검사를 진행한 그룹이 1년 후에 또래와 체중 증가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한 것으로 조사됐다(0.05; 95% CI 0.01~0.09).

단, 추적관찰 1년 후 식이요법, 식사 거르기,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지난 1년간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등 체중 조절을 위한 우려스러운 행동은 대조군보다 두 그룹에서 더 줄었다(-0.06; 95% CI -0.10~-0.02).

연구를 진행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Kristine Madsen 교수는 "부모에게 학생들의 BMI 결과만 알리는 것은 청소년의 체중을 개선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느끼는 체중 만족도를 낮췄다"며 "학교는 청소년의 건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근거 기반의 중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자원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청소년에게 문제가 될 수도"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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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구팀은 세 가지 영국 코호트 연구를 활용해 청소년에게 체중 중심의 비만 관리를 강조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분석했다.

30년 동안의 변화를 평가하고자 △영국 코호트 연구(British Cohort Study): 1970년 출생, 1986년 데이터 수집(5878명) △에이본 모자종단연구(Avon Longitudinal Study of Parents and Children): 1991~1992년 출생, 2005년 데이터 수집(5832명)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Millennium Cohort Study): 2000~2002년 출생, 2015년 데이터 수집(1만 793명) 등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세 개 코호트에 등록된 14~16세 청소년 데이터는 총 2만 2503명으로, 평균 나이는 14.8세였다.

전체 청소년은 체중 조절을 시도했는지와 체중 감량을 위해 식이요법 또는 운동을 했는지 여부, 본인이 인지하는 체중(저체중, 정상체중, 과체중) 등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이와 함께 우울증상을 평가하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약 30년간 변화를 종합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식이요법 또는 운동 등을 진행하고 체중 조절을 시도한 청소년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영국 코호트 연구에서는 1986년 기준 전체 청소년 중 37.7%(1952명)가 식이요법을 진행했고 6.8%(344명)만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을 했다고 답했다. 

반면 가장 최근 진행된 밀레니엄 코호트 연구에서는 44.4%(4809명)가 식이요법을 한 경험이 있었고 60%(6514명)는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을 했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2015년에 체중 감량을 시도한 청소년은 42.2%(4539명)였으나 2005년에는 약 14%p 적은 28.6%(1767명)로 조사됐다.

특히 여아는 모든 해에 걸쳐 체중 조절 행동을 진행할 가능성이 컸고, 남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능성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1985년과 비교해 2005년과 2015년에는 본인의 체중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체중이 적절하다고 인지하는 청소년과 비교해 과체중이라고 인식한 청소년은 1986년보다 2005년과 2015년에 각 1.64배, 1.47배 늘어난 것. 

이 뿐만 아니라 1986~2015년에 본인이 과체중이라고 생각하는 여아는 체중이 적절하다고 인지하는 여아와 비교해 우울증상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Francesca Solmi 교수는 "이번 결과는 비만 예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체중 조절 행동과 관련된 예상하지 못한 결과와 정신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따라서 비만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 캠페인은 청소년의 혼란스러운 식이행동을 막으면서 정신건강 문제에 민감하게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에 참여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Praveetha Patalay 교수는 "여아의 경우 날씬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수십 년 동안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남아에서 신체 이미지 압박(body image pressure)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결과는 체중에 대한 사회적 압박과 공중보건 메시지가 청소년의 건강행동 및 신체 이미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과체중인 청소년에게 주변에서 체중 상태를 상기시킨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 Tracy Richmond 교수는 논평을 통해 "과체중인 청소년의 주변인들은 끊임 없이 청소년에게 과체중 상태임을 인지시킨다. 그러나 체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에 대한 지도 없이 체중 상태를 상기시킬 필요는 없다"며 "신체 만족은 건강 악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체중에 대한 오해(weight misperception)를 교정하기 위한 지속적인 압박은 청소년에게 체중낙인과 차별을 가해 위험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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