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
선진 의학 빠르게 흡수하는 것만으론 부족…새로운 성과·기술 내놓는 '선도자'로 거듭나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학회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슬로건 중 하나가 '국제화'다. 국제적인 학회로 거듭나기 위해 국내 학회들은 해외 학회들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거나 협업 관계를 맺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는 소화기 관련 국내 학회의 국제화를 위해 2000년대부터 다양한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회장으로 역임할 당시 세계소화관운동학회를 국내에서 열었고,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 재임 기간부터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유럽소화기학회와 학술 교류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해왔다.

최 교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연구자 주도의 새로운 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한국 소화기의학이 세계를 리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를 만나 그동안 한국 소화기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펼쳤던 활동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들었다.
 
- 한국 소화기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진행한 활동에 대해 소개해 달라.

2006~2008년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회장을 맡으며 세계소화관운동학회를 한국 최초로 제주도에서 개최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이다. 이후 아시아에서 국제적인 학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아시아소화관운동학회(ANMA)를 창립했고 1차 학술대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013~2015년에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면서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 유럽소화기학회와 학술 교류 심포지엄을 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IDEN) 기간에 진행했다. 심포지엄은 2년에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열린다.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어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2016년에는 기능성위장관질환의 진단 및 치료지침을 개발하는 로마재단(Rome Foundation)에 아시아 대표로 참여해 로마기준 네 번째 개정판(ROME IV) 개발에 기여했다.
 
- 국제화를 위한 여러 활동 중 가장 성취감을 느낀 활동은?

2014년 처음 시작한 'AYEA(Asian Young Endoscopist Award) 프로그램'이다. 아시아의 젊은 내시경 의사들이 한국에서 위장관, 췌담관 내시경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울 기회를 주고자 마련한 재정 지원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문의해 'IYEA(International Young Endoscopist Award) 프로그램'으로 변경했다. 동남아,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저개발국가뿐만 아니라 선진국까지 포함한 것이다.

국내 학회가 세계를 이끌어갈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한국 소화기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최명규 교수(소화기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국내 임상의학은 세계적 수준이다. 소화기내시경 분야의 경우 세계적인 내시경 의학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 수가 3위로 유럽 국가들보다 우수한 학술 업적을 내고 있다. 학문적으로 달성한 양을 보면 만족스럽다.

임상의학은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자세히 보면 선진국에서 이룩한 연구를 빨리 습득하고 개선하는 'rapid follow' 수준이다. 새로운 학문적 성과나 기술을 개발하는 'first movement'는 많지 않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리드하는 퍼스트 무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암기식, 주입식인 국내 의학교육과 관련 있을 것이다. 의대생들이 토론하면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해외 전문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학회 활동을 통해 이러한 부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 현재 소화기 분야에서 진행 중인 연구는?

위장관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여러 질환 중 위암과 관련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암 발생과정의 다섯 단계에서 미생물 균총의 변화를 조사해 미생물 균총이 위암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고 있다.

특정 질환과 연관된 특정 세균총을 발견하면, 질환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특정 세균총을 활용하면서 치료 목표로 삼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만들거나 마이크로바이오타 생산물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변이식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위막성장염을 대변이식으로 치료해 저널에 보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대변이식이 위막성장염뿐 아니라 이식편대 숙주병, 염증성 장질환 등 다른 질환에서도 효과적인지 확인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소화기 전문가로서 그동안 참여한 국내 임상시험은?

소화기질환 관련 국내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에 참여했고 많은 2, 3상 임상시험의 연구책임자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케이캡의 임상시험에서 위궤양 관련 임상시험의 총괄책임자를 맡았다. 케이캡은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또는 위산분비 억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기에 최근 처방 실적이 오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단기간 성적만 있어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주한 기능성소화불량증 치료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도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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