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환경호르몬' 측정해 당뇨병 위험 예측 시대 활짝
체내 '환경호르몬' 측정해 당뇨병 위험 예측 시대 활짝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4.21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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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경희의대 김영미 교수 연구팀, KoGES 안성 코호트 분석 결과 발표
세포시험으로 혈청 내 AhR 리간드·MIS-ATP 분석해 4년 후 당뇨병 위험 평가
AhR 리간드 2.70pM 이상·MIS-ATP 88.1% 이하인 정상 성인, 4년 후 당뇨병 위험 약 21배 ↑
이홍규 교수 "EPC가 AhR과 미토콘드리아를 매개로 당뇨병 유발한다는 것 증명"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세포시험(cell-based assays)으로 체내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을 측정해 미래 당뇨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 안성 코호트의 혈청 샘플을 토대로 세포시험을 진행한 결과, 등록 당시 당뇨병이 없었던 정상 성인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과 결합하는 '아릴 탄화수소 수용체(AhR)' 리간드 농도가 높고 미토콘드리아 기능 억제 물질(MIS)-ATP 비율이 낮다면 4년 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최대 21배가량 상승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경희의대 김영미 교수(생리학교실)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Scientific Reports 4월 14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세포시험에서 AhR 리간드·MIS-ATP 확인한 이유는?

이번 연구는 세포시험으로 사람이 환경오염물질(environment-polluting chemicals, EPC)에 노출된 정도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을 평가해 미래 당뇨병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지 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다.

세포시험에서는 혈청 내 AhR과 MIS-ATP를 확인했다. AhR은 과거 다이옥신 수용체(dioxin receptor)로 불리며 다이옥신과 결합한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다이옥신뿐 아니라 다이옥신 유사물질과도 결합한다고 확인되면서 AhR로 명칭이 변경됐다. AhR 리간드는 AhR과 결합하는 물질들을 의미한다. 

이홍규 교수는 "AhR에는 다이옥신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므로 다이옥신 수용체라 부르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AhR 리간드는 AhR과 결합하는 물질들을 총괄한다. 다이옥신뿐 아니라 다이옥신과 길항작용을 하는 물질, 유사물질 등 굉장히 다양한 물질들이 AhR 리간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MIS-ATP는 미토콘드리아가 ATP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비춰, 세포 내 ATP로 미토콘드리아 활성 억제를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AhR 리간드가 미토콘드리아에 들어오면 여러 반응을 일으킨다. 그중 ATP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한 반응 중 하나"라며 "결과적으로 세포 내 ATP가 감소한다면, 혈청 내 물질들이 미토콘드리아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서 확인한 AhR 리간드와 ATP 생산 능력의 연관성은 기존 연구에서 입증됐다. 국내 성인 97명을 대상으로 체내에 축적된 다이옥신을 반영한 수치(TCDDeq)를 AhR 리간드 활성으로 확인한 결과, 정상 혈당인 성인보다 내당능장애(IGT) 성인, 당뇨병 환자의 AhR 리간드 활성이 높았다. 게다가 AhR 리간드 활성이 높아지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억제돼 ATP 생산 능력이 감소했다.

이를 통해 AhR 리간드 활성이 높아지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이 나타나 당뇨병 발생과 연관됐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Biofactors 2013;39:494~504).

당뇨병 위험, AhR 리간드 2.7pM 이상 7.6배·MIS-ATP 88.1% 이하 4.27배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상 혈당인 성인의 AhR 리간드와 MIS-ATP를 확인해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EPC와 당뇨병의 인과관계를 확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08년 KoGES 안성 코호트에서 수집한 총 1537명의 혈청 샘플을 이용해 AhR 리간드 농도와 MIS-ATP 비율을 확인했다. 등록 당시 정상 성인은 919명, IGT 성인은 244명, 당뇨병 환자는 374명으로, 정상 성인 대비 IGT 성인과 당뇨병 환자의 AhR 리간드 농도는 1.8~2.8배 높았고 MIS-ATP 비율은 12~15% 낮았다. 

4년 추적관찰 결과, 등록 당시 정상 성인 중 7.1%가 IGT로 진행됐고 1.6%는 당뇨병을 진단받았다. 등록 당시 정상이었지만 4년 후 IGT 또는 당뇨병으로 진행된 성인은 계속 정상인 성인보다 AhR 리간드 농도가 60~70% 높았고 MIS-ATP 비율은 6~12% 낮았다(P<0.001).

수용자 작용 특징 곡선(ROC) 커브를 이용해 확인한 특이도(specificity) 및 민감도(sensitivity)가 가장 높은 경계치(cut-off)는 AhR 리간드 농도 2.70 pM, MIS-ATP 비율 88.1%였다. 

이를 토대로 평가한 정상 성인의 4년 후 당뇨병 발생 위험은 AhR 리간드 농도가 2.70 pM 이상이면 7.60배(95% CI 4.23~13.64), MIS-ATP 비율이 88.1% 이하면 4.27배(95% CI 2.38~7.64), 두 가지 모두 해당하면 21.11배(95% CI 8.46~52.67) 높았다. 

이는 나이, 성별, 흡연력, 허리둘레, 수축기혈압, 공복혈당, 중성지방 등을 모두 보정해 평가한 위험도다. AhR 리간드와 MIS-ATP에 따른 당뇨병 발생 위험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커, 성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임상에 세포시험 적용해 당뇨병 위험 예측하고 치료할 수 있을 것"

이홍규 교수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그는 "이번 연구는 EPC가 AhR과 미토콘드리아를 매개로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와 함께 EPC와 당뇨병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세포시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노원을지대병원 이홍규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이어 그는 내분비 교란물질(EDC)이 800여종 이상으로 보고되는 만큼, 하나의 물질을 측정해 당뇨병 위험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EPC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EPC를 분석하고 질병 위험을 평가하는 연구들은 인위적으로 개별적인 EPC를 측정했다. 이런 방법으로는 EPC로 인해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세포를 이용해 생물활성(bioactivity)을 측정하면 EPC가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대변할 수 있다. 이것이 세포시험이 가진 특징으로, 이를 통해 EPC가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포시험을 임상에 적용해 당뇨병 위험을 예측하고 치료에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혈액에서 AhR 리간드와 MIS-ATP를 확인해 당뇨병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고, 위험이 높다면 EPC 노출을 피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에 따라 당뇨병 예방 가능성이 커졌는지도 볼 수 있다"면서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진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검사에 필요한 혈액량은 10㎕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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