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호 특집] 흐름을 읽는 시선…한발 앞서서 한층 더 깊게
[1000호 특집] 흐름을 읽는 시선…한발 앞서서 한층 더 깊게
  • 박선혜 기자
  • 승인 2020.04.21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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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조회 수 기준으로 의학계 관심받은 학술 이슈 다섯 가지 선정
비타민 D 적정 공급 중요성·복막투석·ALT 정상 수치 정리·유전자 가위·미프진 안전성 등 주목받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본지는 '학술의학전문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1000호를 발행하기까지 의학계의 학술 이슈를 발 빠르고 심도 있게 취재해 왔다.

국내 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술 이슈가 생기면 핵심 내용을 짚으며 국내외 의학계의 의견을 함께 담았다.

정책적 화두에 대해서도 학술적으로 접근해 현재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날카롭게 지적해 왔다.

본지는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의학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학술 이슈 다섯 가지를 온라인 조회 수 기준으로 선정, 이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다.

지난 2018년 체내 비타민 D가 충분한 건강한 성인은 비타민 D를 보충해도 혜택이 없다는 VITAL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계에서는 '비타민 D 보충제 무용론'이 제기됐다. 

본지는 한발 앞서 2016년 비타민 D 보충제의 적정 공급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무작정 고용량 복용을 권고하기보다는 검사를 통해 필요한 용량을 보충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뒷받침하고자 제시한 근거는 스위스에서 진행된 단일기관 이중맹검 무작위 연구다(JAMA Intern Med 2016;176(2):175~183). 

연구에서는 1년 이내 가벼운 낙상 경험이 있는 70세 이상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D 복용량에 따른 운동능력과 적정 비타민 D 도달률(30ng/mL)을 평가했다. 전체 환자군은 매달 비타민 D3 2만 4000IU(800IU/d) 복용군(A군), 치료 용량을 크게 늘린 6만IU(2000IU/d) 복용군(B군), 2만 4000IU+칼시페디올 치료군(C군)에 무작위 분류됐다.

최종 결과, 운동능력개선 효과는 치료군 간 차이가 없었다. 간편 신체기능평가(SPPB) 점수 변화는 A군이 6개월과 12개월째 각각 0.17점과 0.38점 상승에 불과했고, B군은 각각 0.16점과 0.10점, C군은 0.16점과 0.11점 증가에 그쳤던 것. 

그러나 비타민 D를 보충하지 않으면 다른 기능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문도 남아 있었다. 이에 본지는 고용량 비타민 D와 오메가3 지방산을 복용했을 때 유용성을 평가한 VITAL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VITAL 연구 결과, 건강한 일반인이 비타민 D와 오메가3 지방산을 보충해도 암과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었으며 골 건강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학계에서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부족한 양만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리됐다.

복막투석의 혜택에도 불구하고 국내 만성 콩팥병 환자가 복막투석보단 혈액투석을 주로 선택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복막투석의 장점을 학술적으로 다뤘다.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강화는 대한신장학회가 추진 중인 주요 사업 중 하나다. 2018년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등록사업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혈액투석 환자는 7만 3059명인 반면 복막투석 환자는 6475명에 불과하다.

본지는 국내에서 복막투석 시행률이 낮은 이유를 인지도 차이에서 찾았다. 1976년 이후 의료보험이 적용되면서 혈액투석 보급률이 증가한 데다, 현행 혈액투석은 사실상 국가가 전액 보전해주고 있어 복막투석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은 높지 않다.

본지는 복막투석의 편의성과 함께 생존율 개선 효과가 혈액투석 대비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국내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했다.

2013년 미국신장환자등록시스템 분석 결과에 의하면, 복막투석의 3년 생존율은 2000년 기준 52.8%였으나 2008년에는 66.4%로 증가했다. 혈액투석의 3년 생존율은 각각 50.1%와 54.7%로 복막투석보다 낮다. 

이러한 결과는 국내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보고된다. 이대 목동병원 류동열 교수(신장내과) 연구팀이 2005년 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복막투석을 받은 환자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율이 상승했다. 

현재 대한신장학회는 의료진이 만성 콩팥병 환자와 투석방법을 함께 결정해야 하고, 환자에게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7년 미국소화기학회가 간검사 가이드라인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자, 본지는 변경된 권고안의 핵심 내용을 빠르게 정리하며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취재했다.  미국소화기학회는 간검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간기능 검사 표지자 중 하나인 정상 ALT(alanine aminotransferase) 수치를 지정했다(Am J Gastroenterol 2017;112:18~35).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간기능이 정상일지라도 동반질환에 따라 ALT 정상 수치 차이가 있으며 병원마다 다른 정상 상한치(ULN)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ALT 정상 수치를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ALT 수치와 간 관련 사망률이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근거가 쌓이자 학회가 ALT 정상 수치를 정리한 것이다. 간질환 위험요소가 없는 상태에서 제시한 ALT 정상 수치는 남성 29~33IU/L, 여성 19~25IU/L다. 

미국 가이드라인의 개정으로 국내에서는 환자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해 ALT 정상 상한치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017년에 적용하는 ALT 정상 상한치(30~50IU/L)가 A형과 B형 바이러스간염 환자를 위한 용도로 사용된 1980년대를 기준으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확연히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제적으로 ALT 정상 상한치를 낮춰 더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데 힘이 실렸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마다 ALT 수치가 다르고 만성질환을 동반하면 ALT 수치가 더 높아진다는 점에서 임상에 일률적인 정상 수치를 적용하는 것은 엄격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생명윤리 논란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명암을 조명했다.

2017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팀이 인간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유전자 가위에 대한 학계 논쟁이 격렬해졌다. 

국내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인간 배아와 태아의 유전자 치료는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배아실험에서 사용할 유전자 가위를 제작·제공만 하고, 인간 배아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은 미국 연구팀이 진행했다.

김 단장은 유전질환 환자들과 이들이 출산할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인간배아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막으면 앞으로 기술 축적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배아 유전자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전자 가위가 정확하게 유전자를 제거했는지 측정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의도하지 않은 부분을 자를 수 있고 잘못 절단하면 기존에 없던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리논쟁도 뜨거웠다. 찬성 측은 유전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것보다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가위로 유전질환을 없애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측은 인간배아를 생명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유전자 편집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에이즈, 암, 난치성 빈혈 환자 치료에 적용해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치료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뜨거운 논쟁 속에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학계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낙태죄 폐지 논쟁이 다시 불붙었던 2017년, 본지는 인공유산 유도약인 미프진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했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정제해 만든 약물이다. 인공유산 목적으로 중국, 프랑스 등 약 60개국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방·판매가 불법이다. 그러나 2017년 9월 낙태죄 폐지와 함께 미프진 합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 미프진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프진의 안전성을 두고 국외 학계에서는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3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안전성 보고서에 의하면, 미프진을 복용한 여성 100명 중 5~8명은 과다 출혈이 발생해 외과적 수술을 받았다. 또 약물 복용 30일이 지난 후에도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출혈로 인한 경련이 나타나 즉시 임신 중절수술을 받는 경우도 보고됐다.

반면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 뉴욕연구소 Caitlin S.Shannon 박사팀이 여성에게 미페프리스톤을 투약한 후 48시간 뒤 미소프로스톨을 투약해 15일째 건강 상태를 분석한 결과, 91.5%가 임신중절수술 없이 약물치료만으로 유산이 유도됐고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 여성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미프진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자 본지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입장을 정리하며 미프진 도입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한편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하면서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는 66년 만에 사라졌다. 그러나 미프진은 변함없이 국내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미프진이 불법 판매되고 있어, 미프진 국내 도입 여부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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