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下] 프로게스테론 기능 차단 '유산' 유도… 일부 복용자 과다출혈 경련 동반

 

낙태죄 폐지 논란과 더불어, 함께 언급된 '미프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프진은 현재 중국과 프랑스 등 전세계 60개국에서 인공유산 목적으로 처방되고 있다. 다만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 하며, 미프진 조제가 금지된 외국으로의 반출도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프진 금지국가에 속한다. 때문에 이를 처방·판매하는 것도 모두 불법에 해당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수술적 임신중절을 꺼리는 일부 수요자를 대상으로 불법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미프진 부작용을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중국 등 60개국서 승인…수정란 착상 방해해 유산 유도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mfepristone)과 미소프로스톨(misoprostol) 두 성분을 정제해 만든 약물로 현재 전세계 60개국에서 인공유산 목적하에 처방되고 있다.

 

항체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의 정상적 기능을 차단해 유산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마지막 월경 이후 49일 이내 복용이 권고되고 있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에 작용해 수정란을 착상시키기 위한 준비로 자궁내막을 성장시키고 발달시키는 데 관여한다. 임신이 되면 황체는 약 한 달간 프로게스테론을 분비해 임신을 유지하며, 수정이 일어나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중단돼 월경이 시작된다.

미프진은 프로게스테론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해, 수정란의 자궁벽 착상을 막거나 이미 착상된 수정란을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유산을 유도한다.

특히 미프진의 주된 성분 중 하나인 미소프로스톨은 1990년대 초 미국 서얼(Searle) 사에서 개발한 약물인데, 초기에는 프로스타글란딘 E1의 합성유도체로 위산분비 억제작용, 점액분비 촉진, 위점막 혈류량 증가 등과 같은 위점막 보호 작용으로 위궤양, 위장관 질환 예방 및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미소프로스툴이 임신 시기와 관계없이 자궁수축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혀지면서 산부인과에서 자궁수축 목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미프진은 1998년 중국, 프랑스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60여 개 국가에서 약물이 승인된 상태다. 다만 의사 처방전 없이는 약 구매가 불가능하며, 미프진 조제가 불가능한 국가에 약물을 반입하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약물 안전성 '갑론을박'…반드시 의사처방 받아야

약물의 안정성을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일례로 2016년 3월 FDA가 발표한 안전성 자료에 따르면 미프진을 복용한 여성 100명 중 5~8명은 과다 출혈이 발생해 외과적 수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Approved Risk Evaluation and Mitigation Strategies, REMS, Reference ID 2957855).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 3일 후 하혈과 함께 자궁 내용물이 배출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평균 9~16일 최대 30일 동안 지속된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후에도 출혈이 멈추지 않거나 갑작스러운 출혈로 인한 경련이 발생해 즉시 임신 중절 시술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또 FDA는 "약물 복용 후 설사,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요통, 피로 등이 동반된다"고 지적했으나 "이러한 부작용은 약물 복용 3일 후 점차 소멸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은 없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미국 뉴욕 연구소(Gynuity Health Projects) Caitlin S. Shannon 박사팀은 여성 354명을 대상으로 미페프리스톤을 투여한 뒤 48시간 후 미소프로스톨을 처방한 뒤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Obstet Gynecol. 2005; 105:345-351).

약제 투여 후 15일이 지난 뒤에 대상군을 클리닉에 다시 불러 산부인과 검진과 함께 일대일 면담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전체 대상군 중 324명(91.5%)이 임신중절술 없이 약물 복용으로 유산이 됐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 여성은 소수에 불과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각한 부작용을 동반한 여성은 1명으로 약물 복용 후 알 수 없는 골반 통증을 호소해 4일간 병원에서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과다 출혈 11명(28%) 경련 5명(13%) 낙태 수술 요청 3명(7.7%) 등의 사례도 보고됐다.

한국, 미프진 금지 국가…온라인선 불법판매 횡행

우리나라는 내과적 유산(medical abortion) 목적으로 미프진을 처방-복용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과거 국내에서도 미프진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약물을 이용한 유산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국내에서 미프진을 처방·판매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에 해당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수술적 임신중절을 꺼리는 일부 수요자를 대상으로 불법 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각종 포털 사이트에 미프진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다수의 약물 구매대행 사이트 접속이 가능할 만큼 관리 감독이 허술한 상태다.

실제 약품 구입도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구매대행 사이트에는 약품을 구입한 여성들의 체험후기도 적지 않게 올라와있는 상태고, 일부 미프진 구매대행 업체 사이트에서는 약품을 희망하는 여성들에 '전문약사'를 자칭한 인물이 온라인으로 사전상담, 사후관리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미프진 도입 허용에 대한 국내 학계는 심각한 부작용 등으로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자가 임신중절약의 도입 허용에 대해서는 심각한 부작용 등으로 신중을 가해야 한다"면서 "산부인과 의사로서 모성건강을 위한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개정 노력부터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정부는 미혼모라 하더라도 마음놓고 출산 육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조성에 힘써 줄 것을 바라며 산부인과 의사들도 피임교육을 비롯한 건전한 성생활을 위한 사회적 활동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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