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심방세동 환자 전극도자절제술 후 인지기능 향상 확인
뇌졸중 발병 위험률 감소·치매로의 진행 예방 가능성 제시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가 부정맥시술을 하는 장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가 부정맥시술을 하는 장면.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국내 의료진이 심장질환 치료로 뇌졸중은 물론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심장내과)와 김어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국내 심방세동 환자 중 '전극도자절제술'과 '약물치료'를 각각 받은 두 군의 인지기능 추이를 조사해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심장 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부위를 찾아 고주파 전류로 절제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에서 기억력과 인지력 등의 인지기능 향상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심방세동이 뇌졸중의 발병위험을 5배나 높이며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외국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치매 예방과 치료프로세스 개발'을 위해 시작됐다.

연구팀은 심방세동으로 진단받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308명과 약물치료 환자 50명을 선정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은 치료 전, 치료 후 3개월, 치료 후 1년 등 총 3번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경도인지장애 선별용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MoCA)'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극도자절제술 시행 환자 군은 3번의 검사에서 각각 25.4점, 26.6점, 26.5점을 나타냈고 약물치료 시행 환자 군은 각각 25.4점, 25.2점, 24.8점을 보였다.

즉,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이 약물치료 군보다 지속적인 인지기능 향상과 유지를 보인 것이다.

참고로 몰트리올 인지기능 검사는 시공간 인지력, 어휘력, 단기 기억력, 주의력 등을 포함해 총 30점 만점이며 정상 기준은 23점 이상이고 22점 이하부터 경도 인지장애로 분류한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심장내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박희남·김태훈·진무년 교수(심장내과)

특히, 이번 연구에서 단기 기억력과 어휘력 분야에서 전극도자절제술 환자들의 인지기능 점수가 의미 있게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김태훈 교수는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이 약물치료 군보다 정상적인 심장박동 리듬을 더 되찾으면서 혈전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 원활한 뇌 혈류 흐름으로 뇌기능 활성화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치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장애'의 비율에서도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은 환자 군은 1년 후 악화 비율이 5.3%에 그쳤으나, 약물치료 군은 10%로 약 2배의 차이를 보였다.

박희남 교수는 "인지기능 장애를 보였던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전극도자절제술 후 뚜렷한 인지기능 향상을 확인했다"며 "향후 조기 치매 및 인지기능 저하 환자 중 심방세동이 주요 원인질환으로 판단될 경우 전극도자절제술을 우선 시행하는 표준 치료법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심장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인 미국심장협회(AHA) '순환:부정맥 및 전기생리학지(Circulation:Arrhythmia and Electrophysiology)' 7월호에 '편집자 선정'(Editor's pick) 주요 연구 논문으로 발표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