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팀, 영국 바이오뱅크 조사·멘델리안 무작위 분석
10년 심방세동 위험, 신경증 점수 높은 군이 낮은 군보다 유의하게 높아
"신경증-심방세동, 단순 연관성에서 나아가 인과관계 입증"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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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성향으로 노이로제라 불리는 신경증이 심방세동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경증 점수가 높은 성인은 낮은 이들보다 심방세동 위험이 유의하게 컸다. 게다가 역학에서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멘델리안 무작위 분석 결과에서도 신경증과 심방세동 간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이번 결과는 의료진이 신경증 고위험군의 심방세동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정신건강 검진과 심방세동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최의근 교수(순환기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JACC:Asia 11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10년 심방세동 위험, 신경증군 1.05배↑

스트레스, 직업 긴장도 등 심리적 요인은 심방세동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고 보고된다. 정신장애를 진단받은 20·30대 젊은 성인은 심방세동 위험이 높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Heart Rhythm 2023;20(3):365~373).

그러나 고통 또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정신적 기능장애인 신경증과 심방세동 발생 간 연관성은 보고된 바 없다. 

이번 연구는 신경증과 심방세동 발생 간 연관성을 밝히고자 전국 인구 기반 전향적 코호트 연구인 영국 바이오뱅크를 분석했다.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심방세동 병력이 없는 성인 총 39만 4834명 데이터가 분석에 포함됐다. 이들은 신경증 정도를 평가하는 아이젱크 성격검사(EPQ-N) 결과를 토대로 4점 이상이면 신경증 점수가 높은 군(신경증군, 20만 1901명), 4점 미만이면 낮은 군(대조군, 19만 2933명)으로 분류됐다. 평균 나이는 56.3세였고 남성이 45.9%를 차지했다. 

추적관찰 10년 동안 6%(2만 3509명)가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신경증 점수와 10년 심방세동 발생 위험 간 연관성을 성향점수 역확률 가중치(IPTW)를 적용해 분석한 결과, 신경증군이 대조군보다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05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05; 95% CI 1.02~1.09; P=0.005).

이와 함께 하위분석에서 젊은 성인, 낮은 체질량지수(BMI), 비흡연자 또는 과거 흡연자 등에 해당하는 신경증군일수록 심방세동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멘델리안 무작위 분석, 신경증-심방세동 '인과관계' 확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는 연관성에서 나아가 인과관계를 확인하고자 멘델리안 무작위 분석도 시행했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과학 유전협회 컨소시엄(SSGAC)의 게놈 관련 연구(GWAS) 결과에서 확인된 8개 단일염기다형성(SNP)과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의 56개 SNP가 신경증 평가 및 점수 관련 유전적 도구로 활용됐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예측된 신경증 점수 증가와 심방세동 발생 위험 간 인과관계가 확인됐다. 역인과관계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SSGAC의 GWAS 결과에서 확인된 심방세동 관련 109개 SNP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베이스의 111개 SNP를 이용해 신경증 발생 간 연관성을 조사했고, 결과적으로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유전적으로 예측된 신경증 점수 증가와 심방세동 발생 간 인과관계가 있었지만 역인과관계는 없었다. 

"예민한 성인 가슴 두근거림 느낀다면 심전도 고려해야"

이번 연구는 신경증이 심방세동 발생과 연관됐다는 것에서 나아가 인과관계를 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최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신경증과 심방세동의 단순한 연관성만 확인한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음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 가지 데이터베이스를 독립적으로 분석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인과관계가 나타났다"며 "신경증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즉 원인과 결과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증과 심방세동 발생 간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지만,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 증가와 자율신경계 조절장애 등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증 정도가 높다면 인터페론 γ와 인터루킨-6(IL-6) 등 염증성 물질이 상향 조절되며, 염증성 바이오마커 증가는 심방세동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 또 높은 신경증 정도는 자율신경계 불균형과도 관련됐다.

그는 "신경증이 있다면 염증성 물질 수치가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신경증 환자는 염증 관련 사이토카인이 증가하고 염증 수준이 올라가면서 심방세동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경증 환자는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된다.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심방세동 위험을 높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임상에서 신경증 정도를 평가하는 도구를 이용해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심방세동 예방 및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젊거나 BMI가 낮은 성인, 비흡연자 또는 과거 흡연자 중 신경증 고위험군은 심방세동 위험요인을 관리한다면 심방세동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민한 신경증 성인 중 젊거나 저체중 또는 비흡연자는 심방세동 증상이 있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심전도 검사를 받길 추천한다"며 "의료진은 외래를 찾은 예민한 성인이 가슴 두근거림 증상을 말한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심방세동 가능성을 생각해 심전도 검사나 다른 진단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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